원두막 결혼식 (유정탁 시집)

원두막 결혼식 (유정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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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수첩기획시인선 1권. 유정탁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 「양정동 블루스」는 울산이라는 공단 도시에서 노동자라는 사이드의 삶을 사는 존재들의 번민과 고민을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그 시기엔 전국노동자 투쟁과 군부독재가 물러난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의 등단작은 적절한 때에 발표되었다.

시인은 아직 울산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그토록 작품속에서 애절하게 노래했던 노동자의 삶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가 꿈꾸는 세계는 멀고 꿈결 같기만 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상 또한 좋아졌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래도 나아진 삶을 살지만 아직은 불안한 세월이다.

유정탁 시인의 작품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보헤미안 혹은 집시의 내면 세계로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은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역시 안정된 내면세계를 꿈꾸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불안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것은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저자

유정탁

경남거창출생
1998년제8회전태일문학상수상
시집『늙은사과』,『버드나무여인』

목차

시인의말·5

1부

감꽃진뒤·15
원두막결혼식·16
냉이마을·18
물방울지도·19
꿀밤나무와함께·20
동거·22
왜가리와인터뷰·24
당근·28
道·29
빨래·30
태화강역·32
분꽃·33
설·34
먼산·35
개똥·36
연못·37


2부

시든저녁·41
불은탈옥을꿈꾼다·42
움직이는집- 자동차아래고양이·44
감자장례식·46
종이컵·47
매미를위하여·48
세탁기의노래·49
육포·50
벽·52
대파論1·54
자루·55
대파論2·56
소파에스미다·58
기타·60
솔잎,쑥·61
비오는날의일기·62


3부

지붕수리공·67
도끼질·68
빙점·70
자전거·72
참을忍·74
참새를위한조문·75
태화강너구리·76
번데기파는노파·78
군고구마1·80
군고구마2·82
콩나물·83
가오리무침·84
노래·86
누님의마이크·88
한잔·90
사춘기·92


4부

닭똥집씹는동안·95
삼겹살굽는여자- 경숙이누나에게·96
내곁에있는당신·98
버드나무여인2·100
이별의시간·101
기차·102
게·104
은행나무의말- 카페애령에서·106
슈트·108
사랑을우리다·110
목화이불·112
새를품다·114
이층- 카페,숲에서·116
이불·118
신혼초야·120
콩잎사랑·121


해설|장창호(극작가)
꿀밤,그사랑의오브제

출판사 서평

꿀밤,그사랑의오브제

유정탁시인의세번째시집『원두막결혼식이가출간되었다.시인은1998년《전태일문학상》을통해등단했다.데뷔작「양정동블루스」는울산이라는공단도시에서노동자라는사이드의삶을사는존재들의번민과고민을작품으로승화하였다.그시기엔전국노동자투쟁과군부독재가물러난질풍노도의시기여서그의등단작은적절한때에발표되었다.
시인은아직울산에적을두고있다.그가그토록작품속에서애절하게노래했던노동자의삶은아니지만아직도그가꿈꾸는세계는멀고꿈결같기만하다.물론시대적으로많은변화가있었고세상또한좋아졌다.대다수의서민들이그래도나아진삶을살지만아직은불안한세월이다.
유정탁시인의작품은한곳에뿌리내리지못한보헤미안혹은집시의내면세계로말할수있다.물론시인은그것을즐기고있는것은아니다.시인역시안정된내면세계를꿈꾸지만우리의현실은늘불안하고어수선하기만하다.이것은시인뿐만아니라대부분의사람들이그럴것이다.

다른모든것을한대상의배경으로만드는사랑.그것은알수없는파동으로시작된다.걷잡을수없던감정도시간에따라변한다.베에스며드는물감처럼사랑은자취를남기고사라진다.그빛깔,그소리,그느낌이출렁이는날다시사랑은돌아온다.이전과는다른그리움으로.
유정탁의시는‘그리움의웃음꽃’이다.그리움이아니면노래가되지않는걸까.나뭇가지에서꽃이피는이유를그는아는걸까.그의시를거듭읽는다.그가뛰어놀던유년의뒷동산‘민날’은안개로덮이고,그속에서깔깔대는소리가잦아든다.울음을그치려고훌쩍이는소리도들린다.화자를따라울다가웃다가,허기가진다.
사람은어제와오늘이다르고,오늘과내일에도서로다른존재다.어린시절의자취는온전히사라졌음에도여전히변함없는그사람이기도한모순된존재이다.시인의시간은어린시절에서한참멀리와있다.아기를보면서근심걱정을잊듯시로어린시절을공유하는일은시인과독자의거리를쉬이좁히는방편이다.유정탁시인은그걸잘안다.먼기억을불러내어그곳에다독자들을초대한다.눈앞에꿀밤나무를두고‘나’와계집애를만나게한다.누군가를참여시켜관망하는화자의시적태도라할수있다.
그리움의원천은사랑이요,사랑의원천이불장난에서온것이므로.그리운표정을지닌웃음꽃이라고나할까.“빗자루로죽도록맞”던기억과,“계집애”와“불장난”할때정수리에두들기던‘꿀밤’이떠오른다.그렁그렁눈물이고여도입술끝이올라간다.사랑의한때는기쁘고도아린추억이므로.‘빗자루의두들김’과‘꿀밤의두들김’의교차로그리움만쌓인다.이처럼그의시에는사랑의기쁨과이별의슬픔이라는양가감정(ambivalence)이나타난다.미니멀리즘적성향을보이는그의시는그러기에감정의군더더기가없는간결함을추구한다.그속에는개별적체험이라는특수성과동심이라는보편성의옷을껴입고있다.독자가모여드는지점이다.

너에게물세례받는동안

그시간은관심이고
사랑이겠지

너의사랑받는동안
생각이열려서

내머릿속은
온통네생각뿐

단지콩이었다가
너로인해덧붙인생명

너에게가기위해
난지금자라고있어
-「콩나물」전문

그리움의촉수가이정도면“나(콩나물)”는가스라이팅을당한존재라할수있다.이시의제재인콩도꿀밤과같은오브제이다.은행나무에서처럼화자를콩으로치환하여고백한다.‘너(계집애혹은여인)’는올듯말듯오지않고,오는듯하다가가더니간뒤로는오지않는다.그래도화자는울지않는다.‘계집애/여인’은그가부를때마다시가되어돌아오는,시의출발점이자모티브이니까.
그가시단에첫발을디딘때를생각해본다.그는‘전태일문학상(제8회)’을받고시단에나왔다.심사위원장이신경림시인이다.스승이나멘토로삼을여지가충분하고,또유정탁은그랬을것같다.작품의결로본다면그와연결되는시인들이떠오른다.오탁번시인과이병률이그들이다.우리시단에서는드문,유머나해학을노래하는시인들이다,이병률과는연령대나문단의진출시기가비슷하므로우연한동행일것이다.현대한국시에서유머나위트를찾아보기가쉽지않다.전통시가에서보는해학이나풍류는어디로간걸까?대개어둡고,불안하고,우울하고,아프고,무겁거나난해하여종잡을수없을지경이다.독자들은고문서를읽기라도하듯끙끙거린다.근현대사의억압적인정치/사회적배경과연관이있을법하다.두시인은예외적이다.유정탁이그영역에있다.그의두번째시집『버드나무여인』을읽은독자라면쉬이알아차릴것이다.
시인이계보를갖는다는것은중요하다.제멋대로시를쓴다고독창적인결과물이나오지않는다.쓰고보면어느시인이이전에노래했던내용이다.어떻게해야독창적인시를쓸수있을까.고산등정에빗대보자.높은산에는만만치않은등반가들이모인다.이들은무거운짐을세르파에게맡기고길을오른다.등반가들이간길을따라베이스캠프까지간다.모방과반복훈련은프로세계에드는규칙이다.남은것은정상정복이다.눈앞에는가파른빙벽.그곳도누가올라간길이지만일정하지않다.길이생길만하면눈사태가덮치고크레바스가끊어놓는다.정상까지홀로올라야한다.창의적인관점이필요한때다.자신만의고유한‘역량/차이’를발휘할때다.
시인은경계의밖에있는존재이다.경계밖에서안을향해노래할때새로운느낌이생겨난다.그는일상어가지닌함의를연결하고충돌시킨다.보이지않는빛깔,들리지않는소리,만져지지않는감촉,맡아지지않는냄새를간파하여하모니를만드는것이다.유정탁은원형을체험할시공간(고향)으로독자를데려간다.유년의스틸컷을통해공감을시도한다.어린시절은감응의원천이므로,새카맣게타버린시인의불장난을연민하면서독자들은위안받는것이다.

기억은서사가아니라다양한‘감각’들로이뤄져있다.‘비에얽혔던어떤날의냄새’‘(엄마를기다리며바라본)낡은담의균열’‘파닥거리는물고기의몸짓’같은것들은모두이야기가아니라고유한감각들의형태로시간저편에서피어오른다.그것은따뜻하기만한감각이아니라,우리주변에버려진공터처럼신산한감각을품고있다.하지만시인은그감각들을통해외갓집을떠올리고,아버지를떠올리고,유년기의한순간을떠올린다.시인에게있어기억과함께떠오르는고통의감각들은현실에대한분노나무력감에기인하지않는다.그것은지금우리의현실이완벽하지않다는것을받아들일때나타나는자각통이며,또한자신의기원에대해떠올려보는성찰의감각이라고할수있다.편안하게만보이는일상에서상처를찾아내고그것을인간의온기로돌보는일.시인이감각을반추하는것은바로그러한한국적서정의태도를이어나가는자신만의방식이라고할수있다.독자들은시인의감각을통해서우리가잊고있었던가장근원적인이야기들에다가갈수있을것이다.

밤에강변을걷다보면살아움직이는것이있다바람이그것을증명한다세상의어둠은다저기에서나오는듯,컴컴한한그루나무가막샤워를끝내고출렁이는머리를말리고있다바람이불지않았다면그는그냥어둠이었을테지만,상현의달빛이비치지않았다면그는그냥한그루나무였을테지만바람속에달빛을받으니그는조숙한여인이되어내게말을걸어오는것이다벤치에앉아있는내게잠시만기다려달라고,머리말리고나가겠다고익히알고있는여자나된듯말하는것이다생각해보면나를버리고떠난그여자도그랬다어느밤여자의집앞에서기다리고있을때젖은머리로내앞에나타난여자향긋한냄새가났었다사랑하면향기가난다는걸그때알았다여자가내곁을떠나고없을때나는더이상향기를맡을수없었다어쩌다강물이키운달빛이보름달로환해지는날내가슴에도그리운그향기다시날아오면좋겠다아직내사랑은벤치에앉아기다리고있으므로
-「버드나무여인2」전문

“내사랑은벤치에앉아기다리고있”을만큼사랑의느낌은남아있다.그녀가떠나간자리에서화자는기다리기로‘역지사지’한다.꿀밤나무와은행나무를거쳐버드나무까지,화자의나무는“계집애”를빗댄존재이다.추억을곱씹는단계를지나환시처럼눈앞에어른거리니있는그대로의그녀를받아들인다.‘새를품’은태도에서한발나아간것이다.시의감동은시인의대상에대한정서의용해를독자가수용하면서발생한다.
유정탁의‘계집애’는생애를관통하는그리움의존재이다.‘일상’은먹고사는일을전제하고흘러간다.전자에빠지면후자가암담하고,후자에빠지면삶이부질없다.유정탁은두갈래길에줄곧서있었다.어느길로가든한길은가지못한다.그리움에못이겨서가던길을되돌아와다른길로가면그길에대한그리움이생긴다.일도양단을결심했을법하다.그리움을이별의대가로받아들인것이다.일상에서‘계집애’를돌본다.이념적으로는이미초월한“대파”에다자신을두었다.‘계집애’와‘일상’은비로소하나가된다.음과양이합쳐진태극처럼둘이하나된것이다.시는절정으로치닫는다.
유정탁의시는일상에서나온다.‘현실’과‘이상’을거리두다가힘에부쳤고,현실에발붙이며이상을추구한들사랑은돌아오지않았다.두관념이끝끝내연리지를이루었으니두가지에서하나의꽃을피울일이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