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의 슬픔이 너무 많이 사냥 당했다 (안민 시집)

몸 안의 슬픔이 너무 많이 사냥 당했다 (안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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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기체의 시간과 출구 없는 유랑

안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몸 안의 슬픔이 너무 많이 사육당했다』가 시인수첩 시인선 75번째로 출간되었다. 안민 시인은 경남 김해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성장하였다.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뼈의 기원’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신춘 당선 이전인 2004년 근로자문학제에서 시 부문의 금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시작 공부에 매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등단작인 ‘뼈의 기원’은 진정성과 설득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시적 화자가 들려주는 진지한 발화는 시종 중량감을 가지고 시적 구성을 탄탄히 떠받치는 힘을 발산한다는 평을 받았다. 첫 시집 『게헨나』에서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상상력의 파고를 보면 황홀함”이 느껴지고, “언어의 숲을 뚫고 나가는 저돌적인 돌파력과 정반대의 사건들이 충돌하며, 낯선 장소들과 사물들이 포개지는 독특한 시적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시집 『아난타』에서는 “낭만주의적 신체와 불화의 윤리학”을 다루고 있으며, “분절된 신체의 이미지들이 시적 자아의 온전한 몸을 대신해 세계와 만나서 불화를 겪고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 안민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의 주된 흐름은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서사”라고 말한다. “좀체 모습을 드러내기를 거부하고 잠행하는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가면이 아닌 진실의 자아와 대화하려 하”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더불어 “인간의 몸과 영혼의 불완정성에 대해서 다루고 싶었”다고. 그는 또한 2023 《시인수첩》 가을 호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발화한다. “시 안의 박제된 나는 여전히 위태롭고 불안스레 흔들리는 그림자이지만 눈동자는 형형해야 한다고 늘 다짐한다. 시의 내부는 나의 신전이며, 내 유전자의 시원이”라고. “나란 유기체는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출구 없는 시의 문장 속을 유랑”할 것이라고. 그러한 까닭에 이 시집은 그의 말대로 불안한 서사의 유랑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의 문장을 흐르고 있는 바다와 안개와 몽롱한 서사들은 『게헨나』의 황홀함과 『아난타』의 불화의 이미지들을 아우르면서, 새로운 유랑을 떠나는 공포와 불화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살바도르 달리는 “기억의 지속”을 언급하며, 작품에서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 속 죽음에 대한 강박증과 불안을 연상하는데, 그는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을 경유하면서 베르그송의 “기억의 시간론”을 향유한다. 그의 시가 매혹적인 것은 불안과 고통과 위태로운 아우라의 기억 속에서 시를 살아내고자 하는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 안에서 점유한 잠행의 편린들을 이 시집은 미려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안민

2010년《불교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8년제18회부산작가상을수상했으며2018년,2023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창작기금수혜작가로선정되었다.시집으로는『게헨나』,『아난타』가있으며,산문집으로는『愚拙』이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무의식프리즘

기억내부를활강하는새들·13
파절되는건반·33
자화상·36
페르소나·38
눈동자에새장이맺히고부터·40
바람의書·42
거울안에서·44






2부추억이많지않아다행이라여겼다

방아쇠수지증·47
액자·50
상자적孤寂·52
저녁과밤사이의Seesaw·54
분홍스웨터·56
우연·58
MUM·61
y에게·62
북회귀선아래서·66
신곡·68
백장미·70
설국·72
Noncontact·74
휘어진단편·76
Smorendo·77
회화적슬픔·78




3부만질수없는얼굴의수집

못·83
기우제·86
9+1·88
말없이말을걸어오는·92
우물·94
표류·96
불면·98
편도여행·100
나는사진입니다·102
슬픈직립·104
태엽인형·106
비의悲歌·108



4부기면을앓는사유

제4구간·113
크로노스·114
미래의일기를미리적어놓던·115
겨울꽃·116
의문의문·118
광에관한리포트·120
사막의구성·122
성장기·124
죄와손·127
존재들·130
음악·132
복제·134
운동장·136
고해·138
설계자를위한랩소디·140
그림자가낳은독백·142


해설|박대현(문학평론가)
무의식의설계도면·145

출판사 서평

다음은시집에관하여나눈안민시인과의미니인터뷰내용이다

⬕잠재의식(subconsciousness)속분리된자아와의만남

인간은고독과불안의파장에갇혀방황하다생을마감하는게아닌가,하는思惟를자주하곤했다.고독과불안의기저는알수없는유전자풀(fool)에서시작하여결국소멸할수밖에없는인간의유한성때문일것이다.하여잠재의식(subconsciousness)속,분리된자아와황막한오지를발견하는것에초점을맞추었다.

⬕‘기억내부를활강하는새들’과‘페르소나’
에서표현했듯이시집에는무의식에관한내용을담았다.그리고분절된추억의메타포로고통이고통을껴안는모습을의도했다.만질수없는얼굴,가면을통해서는날것그대로의자아를묘사하여생의허무를드러내려했다.

⬕독자들에게하고싶은말은?
극과극은통한다.어쩌면슬픔과치유는일란성쌍둥이일수도있다.까닭에인간이지닌한계와고통을이해하고,불안과우울을정화하기를기대한다.작품이중의적이거나관념적으로읽히는부분이많을수도있을것인데,그것을통해시문학예술의다의적인측면을느끼고공감했으면하는바람이있다.


-「저자와의인터뷰」중에서


무의식의설계도면
-사냥당한슬픔의연원에대하여


안민시인은이시집에서무의식을탐색한다.시집의제1부제목이‘무의식프리즘’이다.무의식은인간의의식에근원적으로지속적인영향을주고있음에도불구하고인간의의식이쉽게파악할수없는인간정신의근본적실체라고할수있다.시인이자신의무의식에대한천착에심혈을기울이는이유의단서는그의자서에서확인할수있다.“고독을하찮게여긴죄로/전생에서지금까지어둠에감금되어있다/바람은스산하고내고통엔유통기한이없다”여기서말하는고통은필시심리적인것이라고할수있다.고통에유통기한이없다는데서알수있듯이,시인의심리적실재속에서그것의내력은매우오래된것이다.“전생”에까지그연원이미친다.“전생에서슬픔이흘러내리는것일지도모를일”(「북회귀선」)에서뿐만아니라,전생에대한진술은그의시속에서자주반복된다.「기억내부를활강하는새들」을비롯한여러시에서‘전생’에대한사유는자주드러난다.무의식의연원에대한천착은시인의현생과전생까지의모든삶을아우르는방대한영혼의작업이다….중략
시인은자신의시를두고‘진언(眞言)의독백’이라선언하고있으며,“그속의음률은/사멸치않고유계까지퍼져갈것”이라고말한다.진언,혹은주술이라는어휘는시인이그자신의무의식적기억에‘신들려’있음을말해준다.시인은무의식으로부터번져나오는기억에압도당한상태다.이진언의독백,다시말해이시를통해말해지는기억의‘음률’은영원히사라지지않고유계(幽界)까지지속되리라진술한다.하여,시인의주체혹은자아는‘영혼’의역사로비약한다.영혼의역사깊숙이은폐된‘기억의내부’에는그자신이벗어날수없는기억의질곡이존재하며,그질곡속에욕망의대상인‘i’가존재한다.이질곡의기억에는‘자살한이모’,‘i’의‘엄마’와‘아버지’,그리고“유계의어머니목소리”가존재한다.이시에서‘나’와그들은“치밀하게엉켜있”어“방향을잃을때가많”다.즉,시인은이시를통해사랑의욕망과결핍,그리고원죄의식으로얼룩진소년시절의내면풍경을형상화한다.그리고시인은스스로의치유를소원한다.“진정한치유는자기자신이되는것”이라는칼구스타프융의전언을인용하면서말이다.
융의말처럼,무의식에의천착은‘자기’(theself)에의접근이다.‘자기’의발견은무의식과자아(ego)의균형을통한이루어진다.그것이융이말한‘개성화과정’이다.하지만불행하게도‘자기’라는개념은인간이포착하기힘든인식불가능한본체를표현하는하나의구조로서인간의이해능력을넘어서는것으로간주되기도한다.융에따르면그것은우리삶의목표로서‘우리안에있는하느님’이기도하다.우리안에있는하느님이라니.시인은융의‘자기’를실현하는길을지향했는지모르겠으나,그길의중간쯤에멈춰서있다.시인은통증을자신의구원으로삼는다.“통증이곧구원인셈”(「기억내부를활강하는새들」)이라고스스로를위로한다.그의시는줄곧“구름처럼모호하고유리그릇처럼위태롭”다.“꿈속의악마와성자그리고소녀와연상의여인들과그무대들은불행하게도소년이지워져도영영사라지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기억내부를활강하는새들」)무서운말이아닐수없다.

-박대현문학평론가의시집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