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 (정연희 시집)

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 (정연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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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체험이 육화되어 스스로 우러나 태어난 시
정연희 시인의 시집 『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이 시인수첩 시인선 77번째로 출간되었다. 정연희 시인은 2012년 김유정 기억하기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그 후 생명 문학상 장원과 미래에셋 전국 공모전 대상, 등대 문학상, 동서 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전북일보》와 《농민신문》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신춘문예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전북일보》의 당선작 「귀촌」은 “사라져가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지켜내려는 시심, 모국어의 지킴이로서 올바른 시인의 사명에 대한 자각, 체험이 육화되어 스스로 우러나온 태어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유안진 시인의 평을 받았다. 《농민신문》 당선작인 「잔등 노을」은 ”이미지가 활달하고 선명하며 대상을 그려내고자 하는 치열함이 절로 읽“히고, 그 “치열함마저 넘은 담담한 마음이 이미 싹”트고 있다고 함민복 시인은 언급하였다. 첫 시집 『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에 대하여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부드럽게 또는 거세게 불어오는 온갖 종류의 바람을 견디는 여러 유형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나무로 은유해내어 시를 썼다고 한다.
시인은 2023년 《시인수첩》 겨울 호에 실릴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한다. “形而上, 形而下 그 어떤 것과도 소통이 이루어지는 작품세계가 있어 행복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일상생활의 모든 희로애락에 대한 애증의 소재가 나에게는 빛을 향한 출구다. 또한 시는 나의 긴 호흡이다. 타인의 시에서 열정을 배우고 詩作을 하면서 어둠을 깨치고 푸른빛으로 솟아오르는 날개 죽지를 본다. 그 날개는 동화의 나라로 날아가는 타임머신이며 가끔 칭얼대도 좋은 즐거운 비빌 언덕이다. 여생을 시 친구와 함께하며 고운 삶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라고 한다. 정연희 시인은 “인간성의 상실로 길을 잃고, 안개 속에서 허우적”이는 미래의 삶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것을 시인은 시문학을 지향하는 시인의 특권이자, 행복한 순간들이라고 진술한다. 과학의 발달과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세계의 여러 부조리함과 폭력은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희망을 앗아간다. 시인은 이에 순응하지 않고 나무의 중심과도 같은 시의 세계를 바라보려 애쓴다. 때로는 휘어지기도 하며 욕심을 버리고, 시와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한다.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아픔의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연대의 마음을 선사할 것이다. 시집을 읽는 내내 ‘形而上, 形而下’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

정연희

출간작으로『나무가전하는바람의말(시인수첩시인선77)』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개화(開花)의거리·15
뱀꽃도흙에서핀다·16
몹쓸증후군·18
호치키스·20
민달팽이1·21
채널유목민·22
늪·24
물속을나는새·26
가장높은바닥·28
나무가전하는바람의말·30
소금쟁이·32
속으로피는노을·34
나귀는일어서기위해무릎을꿇는다·36
종이의겹·38
야릇한미소·40
헛도는속도·42
두벌식도서관·44
줄을바꾸다·46
타원의고리·48

2부
지인같기도한·53
잠자는직업·54
집새·56
달을부는사람들·58
선돌의부화·60
잔등노을·62
파이프오르간·64
식물의뿌리·66
울음을지우는약손·68
바람은새의행로를묻지않는다·70
멀리뛰기·72
젖말의폐곡선·74
이대팔·76
니르바나의표정·78
심폐소생술·80

3부
모욕적인문에대하여·85
평화의배후·86
세박자걸음·88
햇살양자·90
뒷맛·92
밤새불꽃이내리고·94
발화의내력·96
벌레의의태법·98
페미니스트칸나·100
레티지아·102
사주·104
봄바람에따끈한국화꽃·106
제비꽃·108
벚꽃지퍼·110
보드라운한동안을품는·112

4부
민달팽이2·117
꽃피는톱날·118
은빛착지로만든성·120
귀촌·122
스노클링파이프·124
하얀등대섬·126
밥톨의계산법·128
두발에날개가돋았다·130
흙탕물이가라앉는시간·132
푸른꽃·134
거푸집의윤회·136
빛요리사·138
하늘에핀붉은해바라기·140
가을의각도·142
배꼽시계·144
아름다운마침표·146


발문|문정희(시인)
시를쓰는즐거움을아는시인·149

출판사 서평

●다음은시집에관하여나눈정연희시인과의미니인터뷰내용이다.


⬕침묵의대상들이하고있는말에귀기울이고파
침묵속에는하고싶은무수한말들이들어있다.모든시편이헛되이쓰이지않기를바란다.또한시를읽는일이부끄럽지않은시간이되기를바란다.세상에일어나는불합리한일때문에아파하는사람들에게,더불어진실과선을사랑하는사람들에게이시집이위로와희망의끈이되기를바란다.


⬕사유의깊이와미학적감동으로이루어진문학적진실
“시문학이지닌제일의가치는문학적진실에있다.문학적진실은필연적으로사유의깊이와미학적감동으로이루어진다.”는전북일보신춘문예당선심사평을매우좋아한다.비틀고꾸미려애쓰지않고진실을담았다.둥근집하나갖지못한무주택의아픔을그린〈민달팽이〉처럼시전체가은유와중의적표현이많다.실제평상시의사고가세상모든이의아픔에공감하며함께아파하는습관이시로표출된것이다.필자역시스스로글을쓰며위로받고힘을얻는다.

⬕낮은자들의아픔에공감하는시를쓰고파
주로직접보거나느꼈던사물이나낮은자들의아픔이들어있다.인도여행중에만난하층민인인간세탁기도비왈라의삶을바닥을기는뱀의꽃으로비유한〈뱀꽃도흙에서핀다〉,무주택의설움인〈민달팽이〉,전쟁에서희생된젊은이들을바라보는안타까움을표현한〈하늘에핀붉은해바라기〉〈밤새불꽃이내리고〉처럼세상곳곳에있는약한자의소리다.우루무치박물관에원형대로보존된미라를보고고비사막의애환을그린〈잠자는직업〉은사라져박제로남아있는사람들의허무한생을그렸다.

⬕독자들에게하고싶은말은?
바람은순간스치고지나갈뿐이지만나무는등이휜채평생을살면서푸른잎을내며사람들에게소소한행복감을준다.세상이넓어도작은발디딜곳없는캄캄한동굴속에서빛줄기를향해걷고또걸으며앞으로나아가라고말하고싶다.분명히출구가기다리고있고환희의빛을볼것이다.늘푸른나무처럼작을지라도행복을나눠주는일에서기쁨을누리고스스로위로받으며아주작은꿈일지라도두손에꼭쥐고이루어나가기를바란다.



-「저자와의인터뷰」중에서



시를쓰는즐거움을아는시인


“소잔등에부르르/바람이올라타고있다/곱슬거리는
바람을쫓는꼬리는/등뼈를타고나간장식/억센풀은뿔
이되고/오래되새김질한무료는꼬리끝에서춤춘다//스
프링을닮은잔등속간지러움은/온갖풀끝을탐식한벌/
한마리꽃의몸속에피는봄/연한풀잎이키운한마리
소는/쌓아놓은풀더미같고/잔등은가혹한수레의우
두머리같다//논두렁길따라비스듬히누운/온돌방같은
소한마리/눈안에풀밭과/코뚜레꿴굴레의말[言]을숨
기고/쫓아도달라붙는등에를외면하는/저순응의천성/
가지런한빗줄기가껌벅껌벅거린다//융단처럼펼쳐놓은/
노을빛잔등이봄빛으로밝다/주인닮은뿔처럼몸기우
는날은/금방쏟아질것같은잔등의딱지가/철썩철썩박
자를맞추고/저불그스름한노을은/유순한소의엉덩짝을
산처럼넘는다”
(「잔등노을」전문)

짧지않은시를천천히옮기면서,그리고다옮긴뒤한줄한줄읽으면서,시읽기의즐거움을만끽했다.다시읽어봐도좋구나!내가정연희의「잔등노을」을처음본것은2017년《농민신문》신춘문예응모작으로서였다.발군이었다.알고보니그는늦은나이에등단하는것이었다.그러니만치습작세월이꽤길터였다.그런경우,시가나무랄데없지만어쩐지서글프게농익어있기쉬운데,「잔등노을」은풋풋했다.「잔등노을」에서시인은포착한대상을섬세한터치로정밀하게묘사하는데,건조할정도로감정이들어가있지않다.그럼에도,아니,그래서시인이그려내는소의훈김이고스란히전해진다.아마시인은이시를쓰면서몰아지경으로시의풍경속에녹아들어가있었을테다.그것이시쓰기의즐거움일테다....중략
시집원고에서‘새’라는단어가드물지않게눈에띄는데,시「채널유목민」에도“새들이사라진하늘/접힌날개를털자후드득/가보지못한하늘이소파에떨어진다”는구절이있다.그다음구절이“설산과바다와바람과/저지르지도내려놓지도못한것들/바쁘게채널을사냥하며/얼마나많은시공간을헤매고다녔던가”이다.시인이즐겨보는프로는〈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디스커버리〉같은자연다큐인듯하다.‘설산과바다와바람!’시인이이토록외로울정도의자유를목말라하는건너무도오래도록집과직장에붙박여살아온권태와갑갑함에연유하겠지만,그에게친화적이었던자연이아득히멀어져서이기도한것같다....중략
정연희는매사잘보고깊이보는게체질인것같다.시인한테이로운자질인응시하고성찰하는루틴,거기에맵시있게말을입히는재능까지있으니무궁무진쓸일만남았다.얼마나좋을까.그러니비빌데가있느니없느니기죽어서기운빼지마시고,쓰시라!외로우니까시인이랍니다.

-황인숙시인의발문중에서

시인은언어로허공을더듬는존재이다.우화부전(羽化不全)을향한고통을견디며시간을시로채우고자하는정연희의시가발등에떨어진펭귄의알처럼뜨겁고차갑다.한번도만난적이없는시인이지만존재의고투속에나비가되어생생하게날고있는시를먼저만나는기쁨이크다.언어의혹사,뒤틀린포즈가아닌한없이말랑한맨몸으로거친바닥을기어가는체험의언어,빛과어두움사이에서다시일어나기위해또무릎을꿇는모습이든든하다.
-문정희시인의표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