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 시인수첩 시인선 79

애월 - 시인수첩 시인선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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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애월, 진혼의 노래
서안나 시인의 시집 『애월』 (시인수첩, 203)이 시인수첩 시인선 79번째로 출간되었다. 서안나 시인은 90년 《문학과 비평》 겨울호로 등단한 이후, 치열하게 35여 년간 시 창작활동에 몰두하며 시적 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서안나 시인은 기존의 4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시인수첩, 2022) 외 3권의 시집을 이미 상재 한 바 있으며, 이번 시집 『애월』 (시인수첩, 203)은 그의 5번째 시집이다.
서안나 시인은 그간 모던하고 감각적인 시풍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작품 속에 담아내어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중견 시인이다. 특히 이번 시집 『애월』 (시인수첩, 203)은 그가 추구해 온 기존의 작품 성향에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과, 특히 〈애월〉이라는 지명의 특수성을 확장하고 증폭하고 있다. 시의 서정의 결과 준엄한 역사 인식을 동시에 결합하여 개성적인 시적 세계관을 담아낸 의미 있는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죽음”에 관한 진중한 사유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이는 개인사적인 가족의 죽음의 체험과 근현대사의 가장 처절한 학살이 자행된 제주 〈4.3 항쟁〉 그리고 지구 곳곳에 발발하고 있는 전쟁의 비극성을 정교하게 직조하고 있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공들여 그려내고 있는 제주의 비극적 서사는, 제주 4·3 항쟁의 비극에 대한 고발과, 제주어의 발견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1950년 현 제주국제공항 자리에서 자행된 집단 학살과 암매장을 고발하고 있는 시에서 시인은 “죽음을 밟지 않고 제주에 착륙할 수 없다”와 “죽음을 껴안지 않고는 제주를 떠날 수 없다”라고 통렬하게 진술하고 있다. 시인은 또 다른 집단 학살을 고발하고 있는 시 「밤의 애플민트」에서 무심히 애플민트를 꺾은 자신을 돌아보며 “그 여리고 푸른 것들 앞에/내 무심한 폭력을 내려놓는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시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제주의 참혹한 역사를 확장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애월, 우크라이나」)과, 신장 위구르에서 자행되고 있는 참혹한 폭력(「애월, 신장 위구르」)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고백은 고백할수록 더 참혹해”지지만, 이런 추악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추악함을 견뎌야 한다”(「애월, 신장 위구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제주도의 비극적인 역사를 고발함과 더불어, 제주어의 발견을 통해 신과 인간이 함께 조우하고 혼융된 제주도의 원형과 서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제주어는 이제 소멸의 단계에 들어선 실정이다. 이에 시인은 제주어가 지닌 시어의 어감을 살려 제주와 제주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고 살아온 통한의 역사를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는 시인이 역사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특유의 결연함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집에 담긴 역사 담론에 내재한 힘과 사유는 〈4.3 항쟁〉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 스며들어 현재 시점에서 사건을 유추하고, 또 제주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을 예리한 감각과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근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하는 귀중한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아울러 올해 시인의 아버지 3주기 기일에 맞추어 시집을 출간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혼자 남으신 늙으신 노모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시편들이 독자들의 가슴에 고요한 슬픔의 진동을 전해주고 있다. 시인 개인에게도 애정이 깃든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서안나

저자:서안나
1990년《문학과비평》등단.시집『푸른수첩을찢다』『플롯속의그녀들』『립스틱발달사』『새를심었습니다』,평론집『현대시와속도의사유』,연구서『현대시의상상력과감각』,편저『정의홍선집1·2』『전숙희수필선집』,동시집『엄마는외계인』이있음.<불교문예작품상>수상.한국시인협회회원,한국작가회의회원,제주작가회의회원.

목차

시인의말·5

1부

제주국제공항388·15
재의풍경·16
봇디창옷·17
나쁜기적·20
흘러넘쳤다물고기주제에·22
애월,공무도하·24
애월,춘첩(春帖)1·27
애월,춘첩(春帖)2·28
애월,서투른결심·30
계산서옥도·32
애월,겹주름치마상추·34

2부

바코드·37
밤의애플민트·38
밤의삼투압·40
애월,신장위구르·42
애월,우크라이나·44
이중섭·45
씨앗론1·46
씨앗론2·48
애월,이쾌대·50
풀크리투도아텐보로우기·52
컵은꼬리가많다·54
ㄴ의자세·56

3부

애월3·61
애월4·62
화살나무·64
애월,검은자산어보·66
애월,검은사람·72
어류화석무늬·75
애월,순암서간(順菴書簡)1·76
애월,순암서간(順菴書簡)2·84
애월,나비경첩·86
검은진화론·88
백묵(白墨)·90
지네·92

4부

흑해에서온사람·97
운문적인간·98
애월,앙련(仰蓮)·100
애월,전생의나는·102
용두암1·104
작산사름·105
용두암,한사람이남는감정·106
눈썹,말모래기·108
애월,갯괴불주머니·110
생강나무·111
난각코드·112
애월,이공본풀이·114

해설|이홍섭(시인)
애월,진혼의노래

출판사 서평

시인과의미니인터뷰

·시집제목을〈애월〉정한이유는무엇인가?

-이번시집제목을제주의‘애월’로정한이유는,‘애월’이지니는특수성과장소성의외연을확장하는데주력하였기때문이다.애월은제주의지명으로아름다운풍경을거느린곳이다.하지만애월은그아름다운풍광뒤편에근대사의비극을흉터처럼간직하고있는곳이다.시「제주국제공항338」처럼,제주에입도하기위해서출입구역할을하는제주국제공항활주로터가과거에참혹한학살과매장이자행된곳임을우리는잘알지못한다.제주혹은애월이지닌비극성이과거의역사와기록으로만저장되고봉인되는것이아니라현재까지그고통스러운과거는유효하다.현재에도제주의〈4.3〉사건처럼,중국신장지역의포로수용소,우크라이나전쟁의참상,10.26참사등,전쟁과인권유린과양민학살이지속되고있는상황이다.제주사람들의아픔과양민학살의참상이깃든지역을작품속에조명해보고자시집제목을〈애월〉로정하였다.

·시집에서담고자했던주제와내용은어떤것인가?

-이번시집은두개의묵직한서사가무늬를직조하고있다.개인적인가족죽음체험서사가그하나라면,근현대사의비극인4.3의희생자들의제의서사가거들고있다.“나”가경험하는‘아버지의죽음’은,생과사에관한근원적질문을제기하는동력으로기능하고있다.‘아버지세대의죽음’은곧과거의폭력적이고기형적인권력의탄압을직접몸으로체험한이들의부재와긴밀하게연동되기때문이다.‘나’가‘아버지’를통해추적하는‘죽음에의기억’은진혼의노래인동시에,억울한죽임을당한희생자들이삶과죽음의경계를월경하여역사를목도하는증폭된힘으로구체화하려해보았다.애월은미분리된하나의표상이자기표라할수있다.제주의신화와전설과무속이혼융된곳으로,삶과죽음이미분리된곳이며죽은자를호출하여그죽음의목소리를기록하는죽음과종교적인상상력이탄생되는지점이기도하다.

·이번시집이저자에겐어떤의미가있는것인가?

시집이출간되는계절은아버지가돌아가신지3주기가되는해이다.아버지의마지막표정은통증의표정으로나에게각인되었지만,이제는아버지와손을잡고슬픔의영토에서기쁨의영토로함께이주하고싶다.한없이다정하셨던아버지는분명,그곳에서따스하고넉넉한제주바다같은손길로내머리를쓰다듬어주셨을것이다.못난내시집을나보다더아껴주셨을것이다.
―「저자와의인터뷰」중에서

시집해설요약

애월,진혼의노래

나는일찍이서안나시인이언젠가‘애월’을표제로삼은시집한권을엮을때가올것이라는예측을한바있다.시인의대표작중하나로손꼽히는시「애월혹은」이맨앞에실린세번째시집『립스틱발달사』(2013)를읽고난후든예감이었다.그러나시인은「애월1」을포함해총7편의연작시를담은네번째시집『새를심었습니다』(2022)를펴냈을때도표제로삼지않았다가,이번다섯번째시집에이르러마침내이‘애월’을전면에내세우고있다.이처럼애월을표제로삼기를주저하던시인이왜이번시집에이르러애월을전면으로내세웠을까.이질문을안고시를읽어나가는것도이번시집의진면목을느끼는데도움이될것으로보인다.

제주도의바닷가마을인애월은그풍광뿐만이아니라,애월이라는지명자체가지닌음성적,의미적측면에서매력적인소재이다.위의시는이러한세가지면이잘조화를이루어매혹적인작품으로승화되었다.‘애월(涯月)’은한자로풀면물가(涯)와달(月)이합쳐진말이다.애월은특유의풍광과더불어언어가지닌기표,기의적측면에서의매력이풍성하다.이번시집에서시인은,궁굴려만든원초적상징의공간이자태어나고자란구체적실존의공간인애월을확장하여제주도와인류의서사로나아간다.이는개인적서사에서역사적서사로의확장을의미한다.

이번시집을통해공들여그려내고있는제주도의서사는,제주4·3항쟁의비극에대한고발과,제주어의발견을통해이루어지고있다.1950년현제주국제공항자리에서자행된집단학살과암매장을고발하고있는앞의시에서시인은“죽음을밟지않고제주에착륙할수없다”와“죽음을껴안지않고는제주를떠날수없다”라고통렬하게말한다.시인은또다른집단학살을고발하고있는시「밤의애플민트」에서무심히애플민트를꺾은자신을돌아보며“그여리고푸른것들앞에/내무심한폭력을내려놓는다”라고쓴다.시인은여기서더나아가제주의참혹한역사를확장하여우크라이나전쟁의비극(「애월,우크라이나」)과,신장위구르에서자행되고있는참혹한폭력(「애월,신장위구르」)을통렬하게고발한다.이를통해시인은“고백은고백할수록더131참혹해”지지만,이런추악한역사가반복되지않기위해서는“우리는우리의추악함을견뎌야한다”(「애월,신장위구르」)라고힘주어말한다.시인은제주도의비극적인역사를고발함과더불어제주어의발견을통해제주도의원형과서사를조명한다.
―이홍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