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이어진 시집 |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이어진 시집 |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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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현실주의 서정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돋보이는 시
이어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가 시인수첩 시인선 80번째로 출간되었다. 이어진 시인은 2015년 《시인동네》 등단시 심사위원으로부터 “감정의 파동과 불안을 섬세한 언어의 결로 표현하는 솜씨가 높이 살”만 하며 “시간의 변주에 따른 관계의 변주, 사랑의 변주를 그린 ‘소파’의 중의성은 생에 대한 통찰의 힘을 엿 볼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첫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의 해설에서 이성혁 평론가는 시인의 시는 “초현실주의의 계보를 잇는다”며 시들이 “긴 환몽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고 조명한다. 또한 이어진 시인의 산문시는 사랑이 관통”하며, “그의 시가 꿈의 세계를 펼쳐 냈다고 해서 뒤죽박죽 전개되”지는 않는다며 시인의 시는 “일관성으로 제어”되고 “시편 안의 이미지들은 긴밀하게 조응하면서 윈드서핑 하듯이 파도치는 정동의 물결을 타며 전개”되는 것이 이어진 시의 특징이라고 평한다.
이어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 해설에서 김춘식 평론가는 “시적 유희에 담긴 감성과 울림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어진 시의 큰 장점인데 그 “유희의 원동력이 언어의 ‘솔직 담백함’과 진정성에서 우러나온다는 신뢰감으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경쾌한 문장인데도 오히려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고 논평한다. 김춘식 평론가는 이어진 시의 시에 대해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며, 어느 한편에서는 유머러스한 감각과 경쾌한 언어 감각이 돋보인다고 조명한다.
로트레아몽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라는 유명한 어구는 더 페이즈망의 전형인데, 이어진 시인의 시는 그러한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시의 무대 위에서 보여주면서, 사물과 자연의 이미지가 만나고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진 시인이 시에서 소환해내는 양귀비, 목련, 벚꽃, 구름, 나무 이미지들은 사물 이미지들과 조응하면서 또한 한편 다른 의미들 ㅡ생경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2015년 등단이후 시집 출간을 기다리던 독자들에게 올해 출간된 2권의 시집은 선물같은 시집이 될것으로 사료된다. 올해 출간된 2권의 시집은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우수컨텐츠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다. 이어진 시인은 유투브 채널 〈이어진의 문학의 향기〉 통해 여러 시인들의 시와 조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나눈 이어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 눈송이들이 이루고 있는 시의 물질들
불현듯 방문한 구름을 시라고 명명해 보려고요. 미지의 바닷속에서 은거하는 한 마리 눈송이여도 좋을 거 같아요. 그 이질적인 것들, 심해어의 속삭임 혹은 파도 소리같은 환청들이 귓가에서 맴돌곤 했습니다. 이 환각의 눈송이들이 시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입니다. 그 눈송이 조각에 영혼이 들어 있다고 믿는 폭설의 담장이 늘어서 있는 겨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세요. 그 골목길에 앉아 놀고 있는 12월의 날씨와 태양의 각도같은 질료들은 눈송이들의 회의입니다. 눈송이의 차갑고 아름다운 색채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 시는 혁명을 위한 무한한 생명체의 무한한 운율
시는 음악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사랑을 초월하는 영역인 것이죠. 시는 자연의 일부이면서 현실과 환상 사이의 간극에서 빛나고 있는 무수한 언어의 알갱이들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시는 그 빛나는 언어의 이미지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한 혁명의 아직 발아되지 않은 미래의 운율인 셈인 것이죠. 시의 무한한 속삼임들 ㅡ 우리의 무의식의 결핍된 그 무엇ㅡ이 존재하는 한, 시는 내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세계, 눈송이 속에 구름들이 은거하는 세계, 여름의 호숫가에 앉아서 눈송이들이 팥빙수를 먹는 세계의 노래. 눈송이들은 전쟁의 실상을 알지만 관여할 수가 없군요. 무능력해서 기도밖에 할 수가 없는 눈송이들이에요. 프로이트는 현실을 간과하지 않는 욕망에 주목하지만, 들뢰즈는 전쟁기계와도 같은 욕망의 폭력에 대해 경고해요. 시는 현실과 상상 너머에서 고뇌하는 노래라고 할까요.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세계를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저자

이어진

2015년《시인동네》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문학박사)시집『이상하고아름다운도깨비나라』,『사과에서는호수가자라고』가있으며연구서로〈1980년대한국현대시에나타난멜랑콜리의정치성연구〉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이런냄새는아무리먹어도질리지않아
식탁위의풀밭·15
벚꽃크로키·16
양귀비·18
목련기술자·20
딸기밭신드롬·21
탄생·24
봄의무희·26
밤하늘의이데올로기·28
눈송이레시피·30
동백·32
입덧·34
구름의기분·36
커지는귀·38
장미숲오페라·39
드라이플라워·42

2부확긋는성냥처럼,구름의귀가타올랐어요
사과의시간·47
시놉시스의뒷면·48
지붕위의무희·50
무중력의꿈·53
모래인간·54
감자의말·56
로맨스·58
플루트속의분홍장미·60
빨래들·61
초승달·62
감자를통과한다는말·63
배추의환상통·64
나쁜냄새이해하기·66
마음의동굴·68
빗방울·70

3부비에게흘러가는느낌이좋아
한쪽눈이음악에감염되었군요·73
내재율·74
코스모스와의추억이야·78
붉은우체통의매혹·80
달의거울·82
사슴의詩·84
얼음호수·86
셔츠의웃음·88
레몬·90
하고싶은말·92
투명인간으로사물통과하기·93
소문을잠재우는법·94
미아·96
눈사람이있는마을·98

4부길고매혹적이고목적지를모르는것
악몽·101
사물의말·102
눈하고부르면어느덧구름으로흘러가고·104
소파를위한이중주·106
칸타타·108
사과에서는호수가자라고·110
미인도·113
바닷물이웃는게좋아·114
눈송이와얼음의노래·116
레퀴엠·122
사루비아·124
햇빛같은목소리·126
눈송이의불안·128
케이크가된사람·131
설레임의혀·132

5부산문
상상너머에서부르는노래·137

해설|김춘식(문학평론가)
길고,매혹적이고,목적지를모르고흘러가는·139

출판사 서평

길고,매혹적이고,목적지를모르고,흘러가는



이어진시인의이번시집에실린시편들은,‘자유분방’한상상력의유희를,언어의유연하고활달한사용을통해‘섬세한미학’으로완성시키는성취를잘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모두완성도가상당한뛰어난우수한작품들이다.또한이번시집에실린시들은어떤형식적규칙에얽매이지않고자유로운수사와언어적유희로스스로의길을열어가는작품들이어서그새로운언어감각또한주목할만하다.[……]이어진시인의작품이어딘가‘처연한아름다움’같은것을느끼게한다거나‘언어의연속이현란하기보다는미적’이라는느낌을주는것은아마도‘매혹’에대한시인의생각때문일것이다.‘사물’에서사물의배후를,그리고잔상속에서사물의본질을역으로보려는과정은‘순간에서전인생(全人生)’을읽어내는것과다르지않다.즉,이런시는대부분‘순간성’에서‘영원’을현현하려는의지를보이는데,이런의지는‘종종’‘순간’과‘찰나’에대한매혹과‘비의(秘意)’에대한경도로나타난다.이어진시인의시에도이런점이잘나타나는데,그의시에서매혹은곧‘사물’의‘비의(秘意)’,즉이면에대한‘집착’같은것이다.[……]그러니까,이어진시인의시는단순한언어유희가아니라언어의착란을실제의감각으로환원시키는‘상상력의감각적동원’이라고할수있다.언어에감각을부여하고동시에상상력으로만들어진추상적이미지에구체적감각의형상을접합해서의미의형성이가능해지게끔하는그런시적전략인셈이다.


사물과사물의얇은틈에실타래를끼워넣고
나를공기의음악으로채워넣고
이긴말들의놀이로한뼘한뼘줄넘기를할수있다면
빌딩과빌딩의간절한간격사이에한밤중의비틀어진감정을데려와내그림자와오래흘러갈수있다면
당신과나의말들이머리와얼굴을바꾸며산과들을달리는한마리싱싱한바람이될수있다면
가령그것은목을길게빼고하늘에가볍게젖어드는일
두둥실누워서바람으로떠오르는일
싱그럽게공기처럼흩어지는일
눈을감고당신의입속으로스며드는일
나의눈동자를고요한사물에게박아주는일
그리하여텅빈몸으로사물의중심을가볍게통과하는일
미치도록죽고싶어다시돌아오는봄의환희
거리에나서면그렇게빼낸나와당신의눈동자들이겨울의무거운옷을벗고무수한꽃을바람처럼통과하는중

(「투명인간으로사물통과하기」전문)

인용한작품은앞에서말한사물과하나되기,그리고모든시간의동시성을하나의장면으로포착하는일,사물과사물을연결하고그배후를읽는일에대해서말하고있는시다.이어진시인의시가단순한언어유희이상의의미를지니는것은그의시가무의미나의미의착란에머물지않고적극적으로새로운차원의‘시적의미’를모색하고있기때문이다.「투명인간으로사물통과하기」는이점에서시인의시쓰기에대한‘자의식’이직접적으로드러난작품으로읽힌다.


내눈동자를빼내어지폐의주머니에넣고
흔들흔들시장안을걸어봤으면
구름의눈속에내집요한문자를한획씩
집어넣을수있다면
이빨들을빼내어장미의주머니에넣고
산들산들공원안을산책하고싶어
장미가얹힌붉은담벼락봄의말없는입처럼고요하지만
시간은고개숙인태양으로벽돌의어깨만흘리고
나는봄의머리를얼굴에달고
책의문장안에스며들고싶어
(「봄의무희」부분)

이시는유머러스하면서도경쾌한언어감각이돋보이는작품이다.모든사물의‘혼종상태’를언어의‘착란혹은착종’으로교차하고병렬시켜보여주는것이시인의창작방법이라는점을떠올린다면,이시는이런스타일의한표준으로읽힌다.내눈동자,이빨은지폐와장미의주머니에넣고,내머리에는몸의머리를달고,구름의눈속에나의문자를집어넣는다.그리고책의문장안에나의이런산책을스며들게하는것.이런경쾌한산책은아마온우주의사물과내가하나로만나는시간에대한감각화과정일것이다.
그러니까,이어진시인의시는단순한언어유희가아니라언어의착란을실제의감각으로환원시키는‘상상력의감각적동원’이라고할수있다.언어에감각을부여하고동시에상상력으로만들어진추상적이미지에구체적감각의형상을접합해서의미의형성이가능해지게끔하는그런시적전략인셈이다.이런시인의방법론은모호하지않고이미상당한구체성을지닌시적자의식이라는점에서높이평가될만하다.“책의문장안에스며들고싶”다는직접적인발화는상상력으로빚은이미지가구체적인의미로‘현현’하는과정을암시하는알레고리적인표현으로읽힌다.말이‘힘’을지니고있기에,말로하는‘상상’은단순한유희가아니라실제적인‘감각’을만들고현실의‘체험’만큼실감이가능하다.책의문장안에‘봄의머리’,즉‘봄의감각’을스미게하거나구름의눈속에‘문자’를새겨넣는것이가능한이유는‘말’이구체적인힘을지니고있다는상상에의해서가능한것이다.

ㅡ김춘식문학평론가의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