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히스토리아 (이상옥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 (이상옥 장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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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류의 역사에 대한 숭고한 알레고리를 위해
현재 우리 시단의 뜨거운 이슈인 ‘디카시’의 대부 이상옥 시인의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가 시인수첩 시인선 9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의 주목할 특징은 기존에 보기 드문 ‘장시’의 형태를 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인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예수 탄생 직전까지의 BC의 역사적 흐름을 추적했으며, 이로써 작품들은 극적 모멘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웅장한 서사적 흐름을 가진 시들의 향연이다. 게다가 시인은 여러 씨줄과 날줄로 얽힌 작품들은 특이하게도 ‘작은 탑’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의 구성을 탑처럼 뾰족하게 구성하여 시각적으로도 탁월한 형태시적 기법을 완성했다. “한 편 한 편 비죽비죽 솟은 언어의 축조물들은 그 자체로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그것들의 욕망을
표상합니다. 작은 탑들을 표상하는 에피소드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하나의 파일, 하나의 텍스트로써 구축된 장시는 거대 담론으로 완결성을 지”(인터뷰 중에서)닌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상옥 시인은 첫 번째 작품을 우주의 탄생 곧 ‘빅뱅’에 집중시킨다. “무한한 밀도와
질량의 / 한 점으로 뭉쳐 / 백억 년 전의 대폭발 / 신의 손가락으로 튕겼을 법한 / 우주는 /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빅뱅 혹은」)라는 문장에 나타난바, 대폭발과 함께 시작한 우주는 ‘지구’라는 행성으로
응축되고, 마침내 인류는 그 유장한 역사 위에 선다.
저자

이상옥

1957년경남고성에서태어나1989년《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하늘저울』등,이론서『시창작입문』『디카시창작입문』등이있다.〈유심작품상〉〈편운문학상〉등을수상했다.창신대문예창작과교수,중국정주경공업대교수,베트남메콩대교수를역임하고,현재창신대명예교수,문덕수문학관장,경남정보대특임교수이다.

목차

시인의말
빅뱅혹은·13
루시퍼·15
이기적유전자·17
대홍수이야기·19
바벨탑·21
마천루의저주·23
갑골문자와국경제사기도문·25
나비효과·28
쿤타킨테·30
아비데라·33
아비와아들·35
최초의디아스포라·37
유대인·39
6일전쟁·42
가나안·45
예루살렘성전산·49
요셉·51
파라오의꿈·54
고센땅의야곱후손·56
하비루·59
모세·61
아부심벨신전·63
엑소더스·64
광야에서·65
언약의돌판·68
요단강을건너·70
여리고성전(聖戰)·72
헤렘·75
입다딸의아포리아·78
벧세메스암소·80
판관시대를넘어·83
다윗의조가(弔歌)·86
인간다윗·88
솔로몬의영화·91
솔로몬제국의분열·93
여로보암의길·95
메시아예언·97
사마리아인·99
요시아와율법책·101
예레미야비가·104
예루살렘성함락·106
바벨론강가에서·108
느부갓네살의고백·110
고레스의등장·113
시오니즘태동·115
귀환예루살렘·117
스룹바벨성전·119
느헤미야의성벽재건·121
율법공동체출현·123
알렉산드로스대왕을맞는다리우스의가족·125
헬라제국의등장·127
성전에세워진제우스상·130
칠십인역(Septuagint)·132
마카베오,혹은하누카·134
하스몬왕가와분파·136
하스몬왕가의영토확장·139
다시로마의속주·141
헤롯가문의유대지배·143
광야의소리·145
차축시대·147
팍스로마나·148

출판사 서평

문제는시인이취한역사에대한세계관이학계의중립적이고일반적인고고학이아닌,기독교적관점을위하고있다는점이다.하지만이러한시각적편향은작품이진행되고확장될수록나름의정당성을갖게되는데,무엇보다순백의언어는존재할수없다는사실이다.아무리과학을기반으로한다고해도과학자개개인이가진특정이념은은연중에전제된다.둘째,시인이빌린역사는특정역사이며이로써하나의거대한알레고리로바뀐다.요컨대,시인은그역사의흐름이나진위에집중하는것이아니라,그‘역사’가불러온무수한이념-효과들을살피고그것이현재에어떻게작동하고있으며,미래를밀고가는가에집중되어있다.여기서‘역사’는‘종교’로,동시에‘종교’는서사적‘알레고리’로변형된다.그리하여시인은두번째작품으로신이아닌타락천사,곧‘루시퍼’를등장시키며‘빅뱅’에서시작된통상적인시적원근을일찌감치교란시킨다.

아벨은양을치며
떠도는유목민
영역다툼도
있을법했다
야훼는
아벨의제사는받고
가인의제사는
거부했다
분히여겨
동생을돌로쳐죽인
인류최초의살인자,농사를지으며
철놋으로
연장을만들어
정착촌을건설했다
늑대젖을먹고
함께자란
쌍둥이형인로물루스도
동생레무스를죽이고
자기이름을따서
로마를창건했다
아버지가아들을,아들이아버지를,어머니가딸을
살해하는DNA
양같이보이는
코끼리수컷조차
다수의
암컷을차지하러
친족살해도서슴지않는
카인에게서부터당신까지
권력과명예와부의
바벨탑을쌓는
모두모두
번식하는기계일뿐**리처드도킨스,『이기적유전자-「이기적유전자」전문

이작품을통해시인이말하고자하는바는분명하다.인간은애초부터“친족살해도서슴지않는/카인에게서부터당신까지/권력과명예와부의/바벨탑을쌓는/모두모두/번식하는기계”라는것.호모사피엔스가등장하기까지,그종이현생인류로자리잡을때까지,그리고이후언어가만들어지고역사가기록되면서지금에이르기까지인간을지배하는것은어쩌면‘이기적유전자’일지모른다.시인이초창기역사에서포착한것은다른동물과는달리동족말살,인종청소도서슴지않는죽음의지배자다.“오죽하였으면/신들은인간을/대홍수로쓸어버리기로/작정했을까”(「대홍수이야기」)
근세도예외는아니다.시인은‘쿤타킨테’라는이미상징화된인물을통해이를노골적으로조롱한다.시인은분명하고도날카로운목소리로이를노래한다.“아프리카작은마을/사람들의축복속에/
태어난쿤타킨테/열일곱살때/나무하러간숲에서/납치돼/아메리카노예로팔려/한달간/두손발이묶인채/화물칸짐짝처럼/운송중/생명유지정도의/먹이만제공받는/태반이사망한가운데/살아남아/알렉스헤일리의/조상찾기프로젝트/소설「뿌리」의/주인공이됐다/우연히집안의내력에/관심을갖고/십여년세월/아프리카서부/작은마을까지가서/찾은조상은/“발가벗은채로,/쇠사슬에묶이고,발이채워져”(「쿤타킨데」).
이렇듯이상옥시인은종교를통해인류가살아온자취들을인용하면서그누적된빈곳을살펴본다.그리고마침내그역사를숨겨진사건의‘역사’로서다시쓰기에이른다.『휴먼히스토리아』에내재한언어의힘은종교를‘종교’로서,또한역사를‘역사’로서파훼한다는것에있다.


◨다음은시집에관하여시인과나눈짧은인터뷰내용이다.
[Q]주제와이야기의방향은?
[A]휴먼히스토리아는스토리의라틴어어원이히스토리아(histórĭa)라는데서도드러나듯이인류의이야기입니다.인간은신의설계에의해서로봇이아닌자유의지를가진자율적이면서도한계내
존재라는역설을지닙니다.낙원에서쫓겨난인간의역사는,그것의회복을위한비뚤어진욕망의바벨탑쌓기에다름아니고
신의의지에가로막히는좌절의점철이기도합니다.인간이스스로신이되고자하는욕망의기제는
결코성취될수없는메커니즘이었습니다.인간은도덕이나종교라는이름으로선의지를추구하는것같아도근원적으로신의의지를거스르는방향으로작동하였습니다.바벨탑꼭대기를밟고지상으로말씀이육신을입고오심으로써새로운
여명이열리게됩니다.

[Q]이번시집의특징은?
[A]인류의기원에서부터예수탄생직전까지의BC의역사적흐름을추적하며극적모멘텀을시적
형상으로포착해서‘휴먼히스토리아’라는제목의장시로형상화했습니다.이장시집은일종의형태시적기법으로시의구성을탑처럼뾰족하게구성하고있습니다.한편한편이독립된작품은아니지만작은탑형상의포즈로탑기단을표상하는마지막행은길이를조금길게행태화돼있습니다.한편한편비죽비죽솟은언어의축조물들은그자체로개인이든
사회든국가든그것들의욕망을표상합니다.작은탑들을표상하는에피소드들이씨줄과날줄로엮어서하나의파일,하나의텍스트로써구축된장시는거대담론으로완결성을지닙니다.에피소드와에피소드사이의간극이나불연속성등도그자체로인류사의불안정성을함의하는전략이고책략이며상징입니다.

[Q]나는어떤시인인가?
[A]시론없는시인이돼서는안된다는생각을늘가지고있습니다.인류의역사나신화속에내재하는무수한극적모티브들을불러내어시라고호명하는작업을주로합니다만그것만으로나의시가
모두이뤄진것은아닙니다.시는때로방법론이나내의지를넘어서스스로말을하기도합니다.짧은언술로이뤄진가장매혹적인양식인시로나를표현하고세계에발언할수있는시인이라는이름이내게는가장자랑스러운
정신적장식이고다이아몬드입니다.

-「저자와의인터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