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증상 (함태숙 시집)

나비 증상 (함태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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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이 시집, 『나비 증상』이 시인수첩 시인선 94번으로 출간되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문학을 철학, 심리학, 임상의학 등의 첨예한 사유들과 접목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우리 시대의 쟁점으로 등장한 복제 인간의 실존과 그 초월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세계관을 축조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세계 인식이 가능한 것은 시인이 존재를 그 기원에 속박된 일종의 압화된 함의로 간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고 확장하는, 형태 없음의 비(非)-존재로 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인에게 존재란 사후적이다. 그래서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시인의 말)라는 과감한 도약과 선언을 통해 ‘예술’을 진리의 지평을 여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저자

함태숙

강원강릉에서태어나중앙대심리학과및동대학원임상심리전공.2002년《현대시》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가장작은신』『토성에서생각하기』『새들은창천에서죽다』『그대는한사람의인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나비증상·13
킴벌리소년·14
허공의훈련병·16
스틸링·18
캔버스를뚫고나가는그녀·22
너의이름은·24
직접민주주의를위한장미·26
천공의잔·30
은색지구·32
오뜨꾸튀르의유령·34
동시성·38
오뜨꾸튀르의사랑·40

2부
꿈의시점을관람한다·47
사과를바랍니다·48
투명한육식·51
연인의부고·54
해변의케이크·58
설형·61
2월20일·64
순간에서영원사이B의할일·66
밤의식목·69
여름종화·72
감자행성·75
인왕의방향·80
유리노마드·83
시·88
얼굴안의속도·92
항공봉투·94
사랑을조립하다·96
3부
월아천·101
뤄양을지나다·102
서진화상전묘·104
룽먼·107
남곽사여름·110
이로(二老)·112
마이지산·113
밤속의낙양·114
용문석굴·117
붉은방의붉은석류·118

4부
을불을보다·123
패왕·124
신기루같아·126
둔황객잔·129
잃어버린팔찌·134
잃어버린모자·137
막고굴로부터·140
샤오핑요·144
테라코타영혼·146

5부
있다·151
잡다·155
먹다·159
보다·164
듣다·166
가다·170


산문|함태숙
1974년6월경포·173

출판사 서평

앤디andy,복제인간의실존적초월

“우린미학적으로싸우는거같아”
함태숙,「스틸링」중에서

2002년《현대시》로등단한함태숙시인이시집,『나비증상』이시인수첩시인선94번으로출간되었다.총5부로구성된이번시집은등단이후문학을철학,심리학,임상의학등의첨예한사유들과접목하면서꾸준히작품활동을펼쳐온시인이우리시대의쟁점으로등장한복제인간의실존과그초월을중심으로또하나의세계관을축조했다는점에서그무게감이남다르다.
무엇보다이러한독특한세계인식이가능한것은시인이존재를그기원에속박된일종의압화된함의로간주하지않고끊임없이증식하고확장하는,형태없음의비(非)-존재로열기때문이다.적어도시인에게존재란사후적이다.그래서“책은하나의사건이다”(시인의말)라는과감한도약과선언을통해‘예술’을진리의지평을여는중요한열쇠라고강조한다.
당연하지만‘사후성’의핵심은사태의끝없는변화에있다.시인은이를염두에둔듯,출판사와의인터뷰에서작품하나하나에는“쓰는당시는그날의날씨와신문지면,지나가는타자의대화들,꿈속의장면들,출처를알수없이튀어나오는기억과풍경,생각들,아주많은잡동사니들이떠다니는무의식의물탱크에서건져지는우연한단어들이자기들끼리의끌어당김과끊어내림의파티를하고있”다고강조한다.물론시인도예외는아니다.자신조차그사건의더미들에낀‘애벌레’,혹은‘체액’이나‘무늬’이니얼마든지이탈자가될수있다.
때문에시인은본격적인의미작용(혹은이해와해석)이‘증상’내지는일종의‘징후’를포착하는것에서시작한다고말한다.“기억은물고기처럼/자기생태계를창조하며미래의시제에서기다”(「해변의케이크」)린다는것이다.다시말해존재한다는것은무엇보다수많은증상-속-에서자신을표현하는일이다.가령,「나비증상」에서그는“비유에잡히지않으려고존재는/떨고있다물과빛과응시에반응하며/머리끝에서발끝까지가하나의심장/자기를꺾으려올라오는나르시스의/꽃처럼깊고축축하고입술처럼포개진/언어를달고있다그의오래된증상들을”이라고쓰는데,퇴적된안개를걷어내고실존그자체로서의‘증상’을발현해야한다고설파한다.

우리는
쓰러집니다굴러갑니다축적됩니다
답하지않아도
홀로일어서는빛처럼눈꺼풀사이환영처럼
-「신기루같아」부분

증상은철저하게감각의영역에노출된다.그것은신기루처럼보일지몰라도쓰러지고굴러가며축적된다.질문에대답하지않아도“홀로일어서는빛처럼눈꺼풀사이환영”과도같다.마치“얼마나걸어왔는지…하서회랑을…가장빠른은빛날개로…손발을…/끊고…기계심장으로…이별의…합의를…”(「둔황객잔」)에서연출한말줄임표가오히려겹겹이쌓인이미지들을직설한다는것.
이러한상황은「킴벌리소년」에도집중된다.“열손가락과열개의발가락이썩어가네요/뭉개지네요세계는달의환처럼길을둘들말아올리고흐릿하게밤의평면을갖습니다모든장소에서도달하는한줌의기억처럼//배선에물줄기를이어옵니다길고긴눈동자에서끊임없이물줄기를대어주네요/열손가락과열개의발가락위로흐르는무성의노래네요가늘게이어지는거친슬픔이네요다흐르고섬유질만남은몸이란//여기폭력을가해서변형되는형질이있다면몽글거리며오르는하얀피처럼극약을삼킨빛처럼마비된채굳어가는하얀동작들하얀가위아래분절되는언어처럼”이라며,영화에일리언시리즈의조커‘애쉬’(Ash)나‘비숍’(Bishop),‘콜’(Call),‘데이빗’(David)등의복제인간을‘소년’에게대칭하면서증상을징후로확장한다.
또한「허공의훈련병」과「캔버스를뚫고나가는그녀」에서는이를좀더섬세하게다루는데,전자의경우“우리는머리대신/다족류로우리를묶고음악을보여주듯이하나의길을연주하고/금관과타악을울리며멸종한종들이따라나오는/우리는부드럽고거대한돛과무력한은빛튜브를달고/(중략)/작은하나의입김에도끝없이걸어가는/너의완전군장속에는/신이의탁한것들이//오직너는순명하고검은해변을토하고너는무수한발속에”라고쓰거나후자의경우“형상에지지해줄많은손들이실패를반복해줄투명한중독들이//거친동굴의/섬유질처럼//형태를잡고있습니다소재는중요합니다가연성인지형상합금신미래인지/표면에반영된시선의정면성을옹호합니다//외부를만드느라/입술이뾰족해지는비분절적질문들”이라쓰면서그징후조차사건-이미지로써경계를넓힌다.이외에도「너의이름은」에서한층뚜렷해지는존재-들의섞임,곧“우리는울기위해기울어지는신체흙속의구근처럼//두근거림을넣어주려고심장의형태로//끊기지않는사슬을이으며강은모든밤을끌어와흐르고인류는눈꺼풀속에너의꿈을헹구고죽은채로태어나는빛그러므로그림자가없는영원의정오가헤엄치며다가”온다며상황을역설한다.

막이오르고연극이시작된다무대는얼어붙은거리달이흐느끼고바람은2월의형상이다그것은다시표면을얼어붙은물고기등처럼만들고대본은구겨진채굴러다닌다폐가굳은돌멩이들처럼세계가출현한다

인물은내적인스토리를따라가느라관점이자꾸부서지고막뒤에서역할을바꿔가며등장하곤했다한줄로지나가지않으면하나의무대라는걸모를정도로

그러나이공간을얼마나사랑하는지
자기가만든세트장에등장하는신처럼겨울이부족하다고느끼는눈송이들
꽃받침처럼부드럽고희게공중에떠서어떤감정에몰두하느라흰빛을다써버린
-「2월20일」부분

만일사후성이존재의실존을확인하는무게추라면시인의사유와작업은막강한정당성을갖게된다.연극이시작된다.무대는아직혹한이맹렬히남은2월의얼어붙은거리다.유난히가깝게내려온달은창백하다못해흐느끼고있다는느낌을준다.꽝꽝언물고기처럼길바닥은흰백태가껴있다.사물의그림자조차을씨년스러운거리에는무슨이유인지대본이구겨진채굴러다닌다.이윽고출현하는세계-인물들은스토리를따라가느라관점이자꾸부서진다.
그럴수밖에없는것이,그들은대본이적시하는상황이아닌,얼마든지변형될수있는‘내적스토리’에집중하기때문이다.우리가생활에서수많은페르소나를갖고있듯,배우들도수시로역할을바꿔가며등장한다.주어와서술어는계속끊어졌다.그러다이무질서를덮으려는듯눈이내린다.무대의한곳이갑자기열리고인물들은순간정지했다가자신의일에다시몰두한다.신의형상이,신으로간주되는무엇인가가나타났지만그는“꽃받침처럼부드럽고희게공중에떠서어떤감정에몰두하느라흰빛을다써버린”후다.신이그의지를모조리소진했으므로남은것은등장인물들의움직임뿐이다.물론신은우리인간을,또한배우들은우리를복제한앤디를대칭한다.


★★


◨다음은시집에관하여시인과나눈짧은인터뷰내용이다.

[Q]주제와이야기의방향은? 

[A]시를쓰게되는어떤내적계기와그순간의외부적사태가어떻게결합하여하나의형태를드러내는지처음부터준비하거나의도한바가없으므로,시집을관통하는주제를문장화하기어려움을느낍니다.가능한한,그순간의어떤저항할수없는힘이시인을관통해주기를바라며혼돈을잃지않으려감각을붙들고있었다는것을주제에근접한사유라고말해도좋을런지모르겠습니다.작품의방향도가능하면목차를따라시가다음편으로자기를밀어버리는(툭툭,끊어진)연속성을바랐다고사후적인추정을해봅니다.

[Q]이번시집의특징은? 

[A]매편들이어떤이미지와질문을갖고있을지저도궁금해하며읽어보려합니다.쓰는당시는그날의날씨와신문지면,지나가는타자의대화들,꿈속의장면들,출처를알수없이튀어나오는기억과풍경,생각들,아주많은잡동사니들이떠다니는무의식의물탱크에서건져지는우연한단어들이자기들끼리의끌어당김과끊어내림의파티를하고있을것이라생각합니다.그속에서어떤영혼성이개별적인얼굴을하고나타났다사라지기를반복하고있으리라고대합니다.언어를가지고언어이전의질료에대한고민을계속해오고있습니다.이것들이시를읽는자를극미하게라도감염시키기를바라면서말입니다.이번시집은그러한욕망의증폭이라고말씀드릴수있겠습니다.

[Q]나는어떤시인인가? 

[A]시를쓸때는작품으로부터거의배제된존재라고할수있습니다.어디에서시인임을밝힐때의부끄러움과죄책감이있습니다.저로부터분리된어떤우발적존재가저를사용해서저를휘저으며자기를드러냈다사라지는과정을지켜보고있습니다.그리스어느벽화에서출토된뒷모습의여성이문득떠오릅니다.시집의페이지를넘긴다는것은벽속으로들어가는누군가의뒷머리채와옷자락의사라지는주름을잠시감각하다금방,다음작품(이란여성의정면)에포획되었다다시벽속에시신을파묻는행위와같다고생각합니다.시인은그작업을끝없이해야하는운명에경악하는자라고생각합니다.그비명과눈물과심장을만든질료에대해책임지는자가되고싶습니다.
-「저자와의인터뷰」중에서


◨시인의산문엿보기

1974년6월경포
함태숙시인


1974년6월경포였다.그러나존재의좌표는실재하지않는다.소멸하는모든것들의순연한그것처럼포착되지않는,다른우주안의어떤것으로서.
나는무엇을응시하고있는가.어쩌면내앞에서드라마타이즈하고있는신의분할체를대면하고있는것인지도.
내가긋고있는빗금과동그라미의형태들은진실의입자들로그대에게전사될것인가.언어를출현시키고나면그대는어떤감각의응결로그자리에프레임을들고있을것인가.1974년의경포를.

모르겠다…

나의디오니소스는자기를찢는풍경인데.
사건의내장을가르고흘러내리는투명한입술들을주워들고,모래처럼묻은말들을그러모을수있을지.나는아직탄생하지않은것인지모르고,어느하루의일기와그날의우연의집합에웅크린벌레같은.

하나의장면을본다.순간을쪼갠것이감정이라면이것은설레임에가깝다.재앙이당도하리라는…그때각자는꽃피리라는…세기말증후에다양한빛의발화로응수한사막의꽃처럼.우리는얼마나원했던가.병리적형태로자기를드러낸신의죽음을.

모르겠다…

그어떤말도하고싶지않다.
말은폭력이고언어는우리를지배한다.최초의언어는최초의억압이지.

가능하면어떤분열자가광인의힘으로우리를끌고가주기만을바랄뿐이다.그것은어떤사유와환상보다도더강렬할테니까.그의강도적힘으로존재의피부를찢어주기를바랄뿐이다.시간을조롱하는공간,공간을집어삼키는순간의총화,시간의기절,시간의패배…

모르겠다…

우리모두가각자의의식이없던시절에,이것이…‘자기’라고들이밀고나오는어떤사태에직면한존재라는…신의무한오류를무한책임져야하는단한명의개체성으로등장해왔다는사실이…

하지만,난매혹되었다.여전히나는어느하루의기이한조합에사로잡혀1974년여름이경포에머문다.
응시외엔어느실체도없는…무한에가까운슬픔과…기다리는재앙의…길어진오후의설레임으로…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