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김순옥의 시들은 자아를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고, 다양한 타자성으로 분열되고 재배치되는 형상으로 제시한다. 해체된 자아는 새로운 장소, 타인의 시선, 꿈, 환상 속에서 끊임없이 전이되고 다시 구성된다. 시인은 이러한 전이의 장치로 몽환, 꿈, 유년의 기억, 영화적 상상력 등을 활용한다. 해체된 자아가 사회적 규범 밖에서 재구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재구성된 자아는 사회적 성공이나 이상에 도달한 자아가 아니라, 몰락의 자리에 존재할 수 있는 능력, 즉 새로운 생존의 형태로서의 자아일 것이다. 김순옥의 시에는 ‘역할놀이’가 빈번히 등장하여 자아란 본래의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연기자에 가깝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놀이는 시집 전체의 미학적 전략이기도 하다. 자아는 고정된 ‘나’가 아니라 늘 타자의 역할을 대행하고, 또 다른 존재의 감각을 스며드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누가 나를 심었나 (김순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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