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드려야겠어요.”
불합리한 세상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을 고발하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은 다섯 편의 이야기
불합리한 세상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을 고발하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은 다섯 편의 이야기
여기 불합리한 세상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드려야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내는 어린이들이 있다. 형식과 절차만을 중시하며 장학금을 떠넘기는 어른들의 무례한 동정을 담담하게 거절하는 민우, 속마음을 온전히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루아,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이를 거부하는 목소리를 선명히 내는 준성과 세은, 외로움이 악순환하는 고리를 마침내 끊어내는 연수와 은수가 그들이다. 변화하지 않는 무기력한 어른들 사이에서 이 어린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탈출’하고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어린이 스스로 불합리한 현실을 폭로하고 탈출을 감행하는 리얼리즘적인 다섯 편의 단편을 담았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흔들리는 공동체를 향해 던지는 어린이의 강력한 선전포고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어린이들이 속한 공동체, 즉 가정, 이웃, 학교, 사회가 뒤흔들리는 이야기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은 행사하지 않더라도 어린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어른이 서사의 중심에 있다. 가정에서 존중받는 어린이의 경우에는 학교와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
다행히도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스스로 또는 어린이끼리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잘못된 어른과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의 민우는 “제가 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드릴게요.”라며 어른들이 모르는(알려고 하지 않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편은 어렵지만 민우네 가족은 행복을 키우며 열심히 산다. 민우는 당당하다.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의 루아는 교실에서 처음으로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한다. “전 아무것도 베끼지 않았어요. 제가 쓴 독후감이 맞아요.”라고. 떨렸지만, 너무 떨렸지만 루아는 더는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바세린 효과」의 세은이는 자신의 몸을 더듬는 선생님 앞에서 “내 몸에 손대지 마! 손대지 말라고!”라고 크게 소리 지른다. 유치원 다니는 동생 박세린이 알려준 대로 사람들이 올 때까지 소리를 지른다.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힘주어 외친다. 「옥탑정형외과」의 연수와 은수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이응 형제들’에 속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들은 둘이 함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더는 ‘이응 형제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연수, 은수니까 시옷 형제라고 해야 하나? 아니야, 옥상 형제는 어때?”라며 스스로 관계의 주체로 우뚝 선다.
작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성장 환경,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하는 어른들 같은, 어린이를 둘러싼 심리적사〮회적 배경들을 갖가지 장치를 통해 다양하게 형상화한다.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사실’과 ‘사실’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허구’를 통해, 어린이 내면에 이미 갖추고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강력히 끌어올린다. 어린이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어떤 재난을 펼쳐 보여 주면서, 그것과 어떻게 승부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어린이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를 드러내다
어떤 이야기를 나와는 동떨어진 어떤 ‘이야기’로 읽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를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 인물들의 망설임과 두려움, 설렘과 기쁨 그리고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이 문학에서는 종종 어른인 작가가 어린이 인물의 가면을 쓰고, 어린이를 위한 말을 슬그머니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마치 어린이가 직접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이 현실의 우리 곁에 있고, 직접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생생하고 강렬하게 와 닿는다. 그야말로 당사자성이 살아 숨쉰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폐허 같은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한다. 어린이 문학에서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물질 우선 사회로 진입하며 비가시화된 어린이(타자, 소수자, 약자)들을 가시화하기 위한 시도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다. 이 작품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어린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는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어 특별하다. 작가는 현실에서 소재를 취하여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로 이에 대해 답하는데 이와 같은 작가의 해석이 무척 인상 깊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에서는 민우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 없이 형식과 절차만을 중시하며 장학금을 떠안기는 어른들을 통해,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에서는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진 친구 지민이를 통해, 「바세린 효과」, 「공을 주웠다」, 「옥탑정형외과」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가벼운 것들이 범람하는 시류를 거슬러 이토록 묵직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실로 놀랍다.
“당신은 어디까지 어린이를 믿습니까?”
“당신은 어린이와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나요?”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 세상은 아직도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위협적이고 폭력적이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시원하게 드러낸다. 읽는 어른이야 불편하겠지만 어린이들은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직접 겪지 않아도 언제든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느껴 불안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작품 속 어린이들은 놀랍도록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간다. 어른이라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질 상황 속에서, 어린이는 어른을 등지고 무럭무럭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작가는 “당신은 어린이와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꾸 우리를 시험한다. 우리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끝에서 어린이 독자는 용기와 희망을, 성인 독자는 ‘당신은 어디까지 어린이를 믿습니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 친애하고 존경하는 〕
제가 선생님께 드린 열두 장의 서류에는
제가 어떤 아이인지 적혀 있지 않았나 봐요.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장학금을 받게 된 달빛초등학교 5학년 조민우는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장학금을 지원하는 어른들에게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지를 써서 전한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으로 시작하는 민우의 편지를 읽는 내내 따끔따끔 마음이 불편한 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면면이 어린이가 쓴 편지 속에서 결국 민낯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성 있는 배려, 지지, 응원이란 무엇인지,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주인공 민우의 편지를 통해 어린이의 언어로 풀어냈다.
〔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 〕
그래도 지민이는 루아의 오랜 친구였다.
지민이에게 루아가 아직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아에겐 그랬다.
익명성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루아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 부끄러움이 많은 루아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지민이의 독후감을 베껴 썼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블로그에서 루아의 글을 읽어 주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드디어 용기를 내게 되는데…. 억울함을 호소하고 상황을 바로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에게 잘못을 저지른 친구 지민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 공을 주웠다 〕
“우리 집에 그런 지저분한 공은 없다.”
아저씨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닫힘 버튼을 계속 눌렀다.
주인공 민영이가 아동 학대 피해자인 윗집 준성이를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야기. 민영이는 밤마다 천장을 타고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보다 못한 민영이네 엄마 아빠는 윗집에 찾아가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이때 함께 따라간 민영이는 학대당하고 있는 준성이를 발견한다. 민영이는 준성이에게 자신의 안전한 공간을 내어 주고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데…. 학대당한 아이를 상징하는 듬성듬성 털이 빠진 공의 이미지와 공으로 벽을 치는 쿵쿵쿵 소리를 통해,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주제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짧은 단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 바세린 효과 〕
나는 가영이 손을 잡았고, 가영이는 내 손을 잡았다
눈물이 얼굴을 뒤덮어도 닦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선생님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당하던 세은이가 그저 철없는 떼쟁이인 줄만 알았던 일곱 살 동생 덕분에 자신이 당한 폭력을 세상에 고발하게 되는 이야기. 성추행 피해 당사자인 세은이의 목소리만 독백처럼 따서 쓴 전형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무거운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동시에 성추행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왜곡없이 전달한다. 열한 살 세은이가 일곱 살 동생을 통해 구원받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은 어린이를 통해 구원받을 것을 암시한다. 전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메시지이지만, 이 메시지가 오늘날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옥탑정형외괴 〕
어린이들은 가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먹으면
어디가 아픈지 헷갈릴 때가 있죠.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 연수와 은수, 두 아이를 통해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연수의 외할머니는 연수 엄마의 무관심에 외롭고, 연수는 바쁜 일상에 치여 좀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부재에 외롭다. 이들은 외로움이 악순환 되는 고리를 끊고 ‘고립’에서 ‘연대’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물꼬는 옥상에서 건강 기능 식품을 판매하던 의외의 인물이 터 주게 되고, 연수는 어른들이 다투고 싸우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담겨 있는 깁스를 풀러 스스로 병원을 찾아감으로써 결국 그 답을 찾아낸다. 사랑을 상징하는 분홍색 공이 가득한 옥상의 이미지, ‘당첨, 하나 더!’라고 새겨진 나무 막대, 깁스에서 풍기는 꼬릿한 냄새 등 주제와 연결된 다채로운 요소가 가득해 오감을 자극한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흔들리는 공동체를 향해 던지는 어린이의 강력한 선전포고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어린이들이 속한 공동체, 즉 가정, 이웃, 학교, 사회가 뒤흔들리는 이야기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은 행사하지 않더라도 어린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어른이 서사의 중심에 있다. 가정에서 존중받는 어린이의 경우에는 학교와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
다행히도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스스로 또는 어린이끼리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잘못된 어른과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의 민우는 “제가 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드릴게요.”라며 어른들이 모르는(알려고 하지 않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편은 어렵지만 민우네 가족은 행복을 키우며 열심히 산다. 민우는 당당하다.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의 루아는 교실에서 처음으로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한다. “전 아무것도 베끼지 않았어요. 제가 쓴 독후감이 맞아요.”라고. 떨렸지만, 너무 떨렸지만 루아는 더는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바세린 효과」의 세은이는 자신의 몸을 더듬는 선생님 앞에서 “내 몸에 손대지 마! 손대지 말라고!”라고 크게 소리 지른다. 유치원 다니는 동생 박세린이 알려준 대로 사람들이 올 때까지 소리를 지른다.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힘주어 외친다. 「옥탑정형외과」의 연수와 은수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이응 형제들’에 속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들은 둘이 함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더는 ‘이응 형제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연수, 은수니까 시옷 형제라고 해야 하나? 아니야, 옥상 형제는 어때?”라며 스스로 관계의 주체로 우뚝 선다.
작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성장 환경,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하는 어른들 같은, 어린이를 둘러싼 심리적사〮회적 배경들을 갖가지 장치를 통해 다양하게 형상화한다.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사실’과 ‘사실’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허구’를 통해, 어린이 내면에 이미 갖추고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강력히 끌어올린다. 어린이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어떤 재난을 펼쳐 보여 주면서, 그것과 어떻게 승부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어린이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를 드러내다
어떤 이야기를 나와는 동떨어진 어떤 ‘이야기’로 읽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를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 인물들의 망설임과 두려움, 설렘과 기쁨 그리고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이 문학에서는 종종 어른인 작가가 어린이 인물의 가면을 쓰고, 어린이를 위한 말을 슬그머니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마치 어린이가 직접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이 현실의 우리 곁에 있고, 직접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생생하고 강렬하게 와 닿는다. 그야말로 당사자성이 살아 숨쉰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폐허 같은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한다. 어린이 문학에서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물질 우선 사회로 진입하며 비가시화된 어린이(타자, 소수자, 약자)들을 가시화하기 위한 시도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다. 이 작품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어린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는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어 특별하다. 작가는 현실에서 소재를 취하여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로 이에 대해 답하는데 이와 같은 작가의 해석이 무척 인상 깊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에서는 민우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 없이 형식과 절차만을 중시하며 장학금을 떠안기는 어른들을 통해,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에서는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진 친구 지민이를 통해, 「바세린 효과」, 「공을 주웠다」, 「옥탑정형외과」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가벼운 것들이 범람하는 시류를 거슬러 이토록 묵직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실로 놀랍다.
“당신은 어디까지 어린이를 믿습니까?”
“당신은 어린이와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나요?”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 세상은 아직도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위협적이고 폭력적이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시원하게 드러낸다. 읽는 어른이야 불편하겠지만 어린이들은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직접 겪지 않아도 언제든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느껴 불안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작품 속 어린이들은 놀랍도록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간다. 어른이라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질 상황 속에서, 어린이는 어른을 등지고 무럭무럭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작가는 “당신은 어린이와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꾸 우리를 시험한다. 우리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끝에서 어린이 독자는 용기와 희망을, 성인 독자는 ‘당신은 어디까지 어린이를 믿습니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 친애하고 존경하는 〕
제가 선생님께 드린 열두 장의 서류에는
제가 어떤 아이인지 적혀 있지 않았나 봐요.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장학금을 받게 된 달빛초등학교 5학년 조민우는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장학금을 지원하는 어른들에게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지를 써서 전한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으로 시작하는 민우의 편지를 읽는 내내 따끔따끔 마음이 불편한 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면면이 어린이가 쓴 편지 속에서 결국 민낯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성 있는 배려, 지지, 응원이란 무엇인지, 당사자성과 시혜적 시선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주인공 민우의 편지를 통해 어린이의 언어로 풀어냈다.
〔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 〕
그래도 지민이는 루아의 오랜 친구였다.
지민이에게 루아가 아직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아에겐 그랬다.
익명성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루아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 부끄러움이 많은 루아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지민이의 독후감을 베껴 썼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블로그에서 루아의 글을 읽어 주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드디어 용기를 내게 되는데…. 억울함을 호소하고 상황을 바로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에게 잘못을 저지른 친구 지민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 공을 주웠다 〕
“우리 집에 그런 지저분한 공은 없다.”
아저씨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닫힘 버튼을 계속 눌렀다.
주인공 민영이가 아동 학대 피해자인 윗집 준성이를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야기. 민영이는 밤마다 천장을 타고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보다 못한 민영이네 엄마 아빠는 윗집에 찾아가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이때 함께 따라간 민영이는 학대당하고 있는 준성이를 발견한다. 민영이는 준성이에게 자신의 안전한 공간을 내어 주고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데…. 학대당한 아이를 상징하는 듬성듬성 털이 빠진 공의 이미지와 공으로 벽을 치는 쿵쿵쿵 소리를 통해,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주제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짧은 단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 바세린 효과 〕
나는 가영이 손을 잡았고, 가영이는 내 손을 잡았다
눈물이 얼굴을 뒤덮어도 닦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선생님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당하던 세은이가 그저 철없는 떼쟁이인 줄만 알았던 일곱 살 동생 덕분에 자신이 당한 폭력을 세상에 고발하게 되는 이야기. 성추행 피해 당사자인 세은이의 목소리만 독백처럼 따서 쓴 전형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무거운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동시에 성추행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왜곡없이 전달한다. 열한 살 세은이가 일곱 살 동생을 통해 구원받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은 어린이를 통해 구원받을 것을 암시한다. 전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메시지이지만, 이 메시지가 오늘날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옥탑정형외괴 〕
어린이들은 가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먹으면
어디가 아픈지 헷갈릴 때가 있죠.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 연수와 은수, 두 아이를 통해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연수의 외할머니는 연수 엄마의 무관심에 외롭고, 연수는 바쁜 일상에 치여 좀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부재에 외롭다. 이들은 외로움이 악순환 되는 고리를 끊고 ‘고립’에서 ‘연대’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물꼬는 옥상에서 건강 기능 식품을 판매하던 의외의 인물이 터 주게 되고, 연수는 어른들이 다투고 싸우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담겨 있는 깁스를 풀러 스스로 병원을 찾아감으로써 결국 그 답을 찾아낸다. 사랑을 상징하는 분홍색 공이 가득한 옥상의 이미지, ‘당첨, 하나 더!’라고 새겨진 나무 막대, 깁스에서 풍기는 꼬릿한 냄새 등 주제와 연결된 다채로운 요소가 가득해 오감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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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존경하는 - 파란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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