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966~1987)

박선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966~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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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7년 6월항쟁 하면 박종철, 이한열을 떠올리지만, 6월항쟁이 가능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죽음이 이어졌다. 80년 초반 군에 강제 징집돼 의문의 사체로 돌아온 아들, 바다에서, 산속 동굴 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젊은 청년들, 독재정권에 항거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대학생, 노동자들. 그들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닐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에 의해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뿌리뽑힌 강제된 죽음이다. 국가 폭력 앞에 부서진 삶이다.
이 책은 한 소녀의 성장기이며, 한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는 현대사이자 지식인의 책임과 고뇌를 담담하게 그려낸 분투기이자. 한 가족의 민주화운동 투쟁사이다.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이 죽은 자가 산 자를 깨운다 했듯이 2025년 격변기를 살아야 하는 우리를 깨우는 박선영은 80년대를 살아낸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평전 이상의 세세함으로 삶의 구체성을 복원하고 구술문학의 지형을 확장한 슬프지만 빛나는 삶의 시간들. 80년대를 기억하는 모든 이가 한번은 읽어야 할 선물 같은 작품.
저자

김기선

저자:김기선
1965년서울에서태어났다.프리랜서작가로밥벌이를하다가박선영열사어머니를만나눈물한바가지를쏟은뒤20여년간한국근현대사인물의삶을조명하는글을썼다.쓴책으로<저는열네살선영이에요>,<한일회담반대운동>,<그날그들은그곳에서>등이있다.

목차

발간사5
추천사7
작가서문9

1.니가뭐냐,뭐길래그렇게이쁘냐
살아있는상록수19
아버지에게서사랑을배웠다26
니가뭐냐,뭐길래그렇게이쁘냐30
말이필요없는딸34
남겨진두남매39
사냥개코47
슈바이처박사처럼51
그해광주에서는무슨일이있었을까58

2.징허니고집센둘째딸
징허니고집센둘째딸67
아이구,일등을놔부렀으니어떻게하냐?73
캔디야,웃자!79
쓰라린실패86
내가제일미웠다91
순간을사는연습97
100점의인생이란없을테니까101
데모하는대학생들은다공산주의자야?108

3.지하地下를찾아서
서울행115
지하를찾아서121
학회편집부장정경자126
이옥신과서클UNSA131
혼자가아니라는생각만으로도138
둥지를부수고날아오를수있을까144
악몽의시작149
슬픈금요일156
정태수천하160

4.나는투쟁하지않으면안된다
예수님도크리스천은아니라네173
이아름다운풍경을누려도괜찮은걸까요?177
제대로공부할수있는곳에서힘을기르고싶어요181




라이프스토리188
NOPAINNOGAIN193
나는투쟁하지않으면안된다203
피리부는소녀211
인간에대한사랑218
어디로갈거나226

5.힘을길러나오라
진정한실천가가되고자한다243
척박한땅에민주화의씨를뿌리다252
‘빨간점’한운봉261
무슨그런학교가다있어?269
이것이투쟁이구나!278
나는다시시작한다286
귀향295
부끄럼없이당당하게307
학교다니는게지옥같아321
힘을길러나오라330

6.선영이의이름으로
너는살고내가죽었다347
너네때문에그애가죽었지?358
늙은부부의노래368
자네맘대로하소만,죽지만말어375
되찾은유서두장383
3인의결사392
여기까지왔다.여기까지밖에오지못했다399
박선영,너의이름으로!405
어머니의투쟁은이제시작이다!417

글을마치며43

출판사 서평

이책에는박선영의짧은생애를읽을수있다.어떻게보면건조하기까지한생애의기록이한사람에대해깊숙하게파고들게한다.그저남의삶을살짝엿보는게아니라,우리가살고살아냈던그시절의내밀한아픔을계속파고들게한다.작가가작가로서욕심을자제하고꾹꾹눌러써야했던,감내해야하는시간을공을느낄수있다.

작가가시대상황을적나라하게묘사하고,인물의감정을고조시켜서긴장감을높이고싶은욕심이왜없었겠냐.드라마보다더극적이고,생명을스스로내려놓기까지극적인요소가얼마나많았을까.작가가작가적욕심을억제하면서사실에만근거해박선영의삶을추적하고기록하려한노력이이책에서박선영과그가족의삶을구체화하고,책을읽는독자와동일시하는데성공했다.

그삶을들여다보면서동시대를살아온나의시절과그때느꼈던아픔을공감할수있다.이책은스물둘의짧은생을살다별이된한사람에게만초점이맞춘게아니라80년대를거쳐온모든이들의삶을돌아보게한다.책을읽는내내나와같이살아온이들을떠올리고아픔을느끼며,때로는울컥눈물을보이다가,박수를보내게된다.

박선영의죽음이후가족의변화도주목해봐야한다.가족은슬픔에젖어무기력하고쓰러지지않았다.가장극적인변화는언제나박선영을지원하던든든한뒷배였던어머니이다.

어머니는돌연치마를걷어붙이고침대위로올라갔다.그는딸의시신위에사지를맞대고엎드려누웠다.눈물한방울흘리지않는어머니의얼굴에는누구도범접할수없는위엄이서려있었다.모두망연자실한얼굴로어머니가하는양을지켜보았다.어머니는선영의입술에자신의입을맞대고천천히얼굴을비비기시작했다.쉰목소리가허공에울려퍼졌다.
“아가,선영아…….내죄여.내가잘못했다.니가허고싶은대로허게부모가밀어줘야쓴디,이렇게생목숨을끊을때까지왜이렇게몰르고너를말겼는가모르겄다.아가,엄마가약속헐게.니가허든일을내가헐게.니가죽은그시간에나는죽고너는살았다.내눈에흙이들어갈때까지니가허든데모,니가허든민주화를내가헐게.암것도걱정말고편히쉬어라,아가…….”

“거시기,내일도저녁차로또올라가야허는디.”
“자네맘대로하소만……,죽지만말어.”
소금을그러쥐던아내가흠칫몸을떨었다.아내는거칠게숨을들이마셨다가내뱉었다.입술이부르르떨리는가싶더니,소리없는눈물이거죽만남은볼을타고흘러내렸다.아버지는어깨를떨며우는아내를외면한채계속해서말했다.
“죽지말고,밤차로댕이지말고,굶고댕이지마.글먼더이상말안헐라니까.”
죽음!혈육을잃은슬픔을겪은이들에게죽음이란말처럼생생한현실이또있을까!‘죽지만말라’는아버지의말은아내의투쟁에대한전폭적인지지와지원을약속하는중대한선언이었다.

어머니의극적변신은80년대유가협부모들의모습과일치한다.부모들은시위현장에맨앞에섰으며,최루탄도백골단의폭력도피하지않았다.자식을잃은부모는두려움이없었다.박선영어머니는광주,서울가리지않고종횡무진하면서시위가있는곳을찾아맨앞에섰다.이후유가협부모님과함께투쟁하면서어느누구도따라올수없는전사의모습을보인다.이모습은2025년이된오늘에도변하지않는슬픈현실이다.

아버지의변화도극적이다.60년대동아일보에상록수교사로알려진참교사였던아버지는가족의생계를책임져야하는일에발이묶여있었다.딸의죽음이후무엇엔가이끌리듯YMCA광주교사모임에참가한다.이후전교조활동에전력을다한다.전교조전남지부장등을역임하면서,참교육운동의큰어른으로존경을받다,2008년영면했다.

두분의이력은박선영의삶보다길고강고하다.각기평전을써도모자라지않을무수한이야기와깊이가있지만,작가는하나의장이상으로확장하지않고,압축해서설명함으로써,박선영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선에서한정하는인내심을보여줬다.

이책은개인사이자가족사이고,투쟁사이다.목숨을건항쟁의역사를기록한기록문학의귀한결실이다.작가는철저한고증과꼼꼼한인터뷰를통해개인을미화하거나과장하지도않고,사실그대로꾹꾹눌러씀으로인해,평전에도손색없고,소설보다풍부한글을완성할수있었다.소설과에세이,평전을포괄하는문학서이자구술문학의지평을확장했다.

또이책은교사와교사를준비하는교대학생들에게반드시읽어야할필독서이다.왜교사와교대생들이읽어야하는지는이주영선생의추천사로갈음한다.

박선영열사의죽음은1980년대에초등교사를양성하던교대라는곳이얼마나반민주적이고반교육적이며반인간적인공간이었는지를가장선명하게보여주는사건입니다.당시초등교사양성기관의이렇듯열악한상황은곧초등교육현장과크게다를것이없었습니다.따라서저는이미민주화운동관련자로인정받은박선영열사를교육민주화운동관련자명단에도당당히올려야한다고생각합니다.이책을읽으면누구나공감하실거라고봅니다.
40여년동안박선영열사를잊지않고기억해온추모사업회에박수를보내며,이책을예비교사와조합원동지들이많이읽기를소망합니다.아직도가야할길이먼교육민주화와민주사회를위하여.
_이주영(전교조교육민주화운동관련해직교사백서편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