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영역

빛의 영역

$17.00
Description
햇살 가득한 장면으로 ‘빛의 영역’(光の領分)이 열린다. 젊은 엄마와 그녀의 두 살배기 딸이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다. 도쿄의 오래된 건물이지만 가장 높은 층(4층)에 있고 사방에 창문이 있어서 내부로 햇빛이 쏟아진다.
‘빛의 영역’에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여성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일본 문학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즘적인 캐릭터가 창출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남편이 그녀를 떠난 후 주인공은 홀로 남겨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혼모의 삶은 만만하지 않다. 딸아이는 밤마다 울고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점점 더 고립된다.
젊은 엄마는 빛의 질감과 음영, 사물에 비추는 빛에 끊임없이 매료된다. “나 자신이 빛의 입자가 되기 전까지는 나를 녹이고 싶게 만든 이 장소에 대해 아무도 몰랐어야 했다. 빛이 한 곳에 모이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한 번도 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그 고요함을 바라보았다.”
매혹적인 빛 때문에 그녀는 새 아파트에서 곧바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그 빛은 순전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그녀는 졸린 딸을 데리고 공원 밖으로 나갔을 때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무언가가 내 뒤에서 집요하게 나를 쫓는 것 같은 우울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빛은 모든 것을 피사체로 드러나게 한다. 그것은 추함과 장엄함, 부드러움과 무자비함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빛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따라서 그것은 축복이기도 하면서 저주이기도 하다. 사물을 명확하게 보고 싶지 않을 때조차도 빛은 모든 것을 비춘다.
그녀가 빛이 가득한 아파트에 사는 일 년의 기간은 일종의 통과 의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삶으로의 어려운 전환을 나타낸다. 그녀가 선택하지 않은 삶은 많은 도전을 안겨주지만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간다. 작가는 젊은 엄마의 삶의 가장 숨겨진 균열에 빛을 비춘다.
이 연작 소설은 작가가 문예잡지(群像)에 1978년부터 1979년 사이에 일 년 동안 연재한 작품을 모은 것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쓰시마 유코(津島 佑子, 1947-2016)는 가부장적 구조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주제를 파고든다.
작가 자신이 미혼모의 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코가 한 살이었을 때 바람난 여인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동반자살한 소설가였다.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09-1948)가 바로 그녀의 아버지이다.
작가가 삼십대 초반에 이 연작 소설을 썼는데 삶과 사랑과 가족과 사물과 일상의 사각거림을 놀라우리만큼 정교하게 그려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그녀는 울부짖지 않고 체념과 미련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둡고 세심하게 조각된 챕터는 반짝이는 것을 보기 위해 빛에 닿아야 하는 작은 다이아몬드와 같다. 빛이 방의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이나 잠을 자고 나올 때 물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것을 설명하는 대목은 사뭇 인상적이다. 새빨간 주방 바닥, 눈부신 빛을 반사하는 은색 지붕, 윙윙거리는 네온사인과 폭죽의 이미지는 중첩되어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된다.
저자

쓰시마유코

여성과어린이등사회적약자의입장에서작품을쓰면서도,늘새로운표현과다양한소재로현대일본문학의정점을달리는대표작가다.본명은쓰시마사토코(津島里子)로,1947년3월30일도쿄교외미타카에서태어났다.그녀의아버지는일본근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다자이오사무(太宰治,1909~1948,본명은쓰시마슈지津島修治)다.시라유리여자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면서포크너의작품등미국...

목차

1.빛의영역
2.물가
3.일요일의나무
4.새의꿈
5.목소리
6.주문
7.모래언덕
8.붉은빛
9.몸
10.지표
11.불꽃
12.빛의입자

출판사 서평

확고한빛의영역_번역자의말

일본어전공자도아니고,일본어와관련해대단한경력도없는내가쓰시마유코의연작소설『빛의영역』번역을덜컥수락한이유는한가지만이아니다.하나뿐인딸을키우는싱글맘이라는소설속주인공의처지가나와비슷해감정이입을한것도있지만,결정적인이유는소설의제목때문이었다.

전남편과별거를시작하고지은지20년쯤된방두칸짜리복도식아파트에아직어린딸과나만남겨졌을때나는참엉망이었다.한동안거의매일밤술이나수면제따위에의존해불안과불면의밤을견디고는했다.집은점점그늘이잠식하기시작했다.청소를소홀히해여기저기불결했으며,호더증후군기질탓에집안곳곳온갖물건들이산처럼쌓여갔다.책,아이장난감,옷가지,그릇,술병,간식부스러기가한덩어리를이루어정체를가늠하기어려운존재가되었다.치우는방법이떠오르지않았고,치울에너지도당시의내게는없었다.집은늘어둡고축축했다.

지난했던소송이끝나정식으로이혼이확정된후나는딸과함께내부모님집으로들어가기로결정했다.일단결정을내리고나니하루라도빨리그아파트를떠나고싶었다.많은덩어리를해체해버리고,버리고,또버렸다.이삿짐을트럭에다옮기고남은잔해들을치우려텅빈아파트현관에들어선순간의광경을잊을수가없다.뭐라말할수없을정도로밝은빛이베란다창문을통해무수히쏟아져들어와거실을가득채우고있었다.그낯선광경에일순사고가정지되면서그대로바닥에주저앉아엉엉울기시작했다.

한때는단란을꿈꾸던집,닦고정리하며가꾸던집,그곳을어두운공간으로만든장본인은그누구도아닌나였음을.이렇게나밝고따스한곳이었다는자각이슬펐다.거실한가운데모여있던‘빛의영역’이지금도기억에생생하다.좌절과희망을동시에준광경,채움으로단단해지는시기가있듯비움으로깨달음을얻는순간도있다는것을.지나친빛은눈을멀게한다.짙은어둠은시력을무용하게만든다.

이혼후에도한동안목적을상실한부표처럼출렁였지만결국길을잃지않고나아갈수있었다.아이는빛처럼밝게자라주었고,나는글을쓰는사람이되었다.글은내게생계수단은아니다.글쓰는사람은어린시절부터의내꿈중하나가맞지만글이내삶의유일한희망이라여기지않는다.그러나글은확고한‘빛의영역’이다.쓰시마유코의『빛의영역』번역은그사실을다시금확인하는시간이었다.나를조금더확고한빛의영역으로한발더다가가게해준이소설을읽는이들에게도그마음이부디전해지길바라며,이런기회를선사해준출판사마르코폴로와한결같은응원으로주춤거리는내등을떠밀어준페이스북친구들에게이지면을통해감사인사를전해본다.

추천사

“황홀할정도로아름답습니다.”─LidijaHaas,Harper's

“시대를초월하는작품입니다.”─CleaSimon,BostonGlobe

“이연작소설은완벽하게연결된물방울처럼우아하고독립적입니다.”─Kirkus

“여성들의삶을탐구하는이야기.”─JiayangFan,TheNewYorkTimesBookReview

“이책은빛과물의이미지로가득차있습니다.”─LeeLangley,TheSpectator

“삶에서흩어진순간들을수정처럼반영합니다.종종숨이멎을것입니다.”─JohnSelf,TheIrishTimes

“이미지의힘으로12편의연작소설들이함께묶여있습니다.”─AbhrajyotiChakraborty,TheNewYo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