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18.10
Description
이 소설은 오랫동안 핀토르 가문의 여성들을 위해 일해 온 에픽스의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나는 일몰 시간에 시작된다. 핀토르 가를 이끌던 돈 차메의 사망 이후 가문은 몰락하고, 에픽스가 헌신적으로 관리하는 작은 농장만 남게 된다. 에픽스는 핀토르의 넷째 딸 리아를 남몰래 흠모했지만 그녀가 도시로 탈출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리아는 딸들 중에서 아버지의 폭정에 반항한 유일한 존재이며 그녀의 아들인 자친토가 수십 년 후, 마을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이탈리아 베리스모의 전통, 즉 사회적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사실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갈등을 고조시키는데 죄책감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작품의 일관된 메시지는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서(성적인 본능에 의해) 먼저 휘어지고 나중에는 부러지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성(sex)은 관계를 무너뜨리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데 돈도 물론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돈은 사회적 조건으로부터의 구원을 허용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물들로 하여금 경제적 필요로 인해 죄를 짓게 범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묘사하는 사르데냐 섬에는 시골 특유의 도덕률이 있으며, 범죄 행위를 통해서만 이를 깨뜨리게 된다. 그러나 처벌받지 않는 범죄는 없으며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시도는 인간에게 새로운 불행을 가져올 운명으로 작용한다.
저자

그라치아델레다

그라치아델레다는1871년에이탈리아사르데냐섬의중산층집안에서태어났다.작가는교육도제대로받지못했지만,책읽기를좋아했고소녀시절부터소설을쓰기시작했다.결혼후에도창작을멈추지않아서생전에50여권의책을썼다.1926년델레다는여성중두번째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사후에발표된자전적인작품〈코지마〉는델레다의많은것들이녹아들어가있다.태어나고성장한누오로는사르데냐섬에서도깊은산속의소읍으로자연이아름답다.이밖에대표작으로는〈바람에흔들리는갈대〉가있다.1899년사르데냐섬의큰도시인칼리아리로이주했다가남편을만났고결혼과함께로마로이사했다.그리고1936년그곳에서세상을떠났다.유골은1959년누오로로옮겨졌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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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추천사]

독자들은이책을통해인간내면의본성에다가가게된다.
-ToddGitlin,ChicagoSundayTribune

농민들의정서를담은세계적인수준의문학.
-WorldLiteratureToday

델레다는그시대의한계에갇혀있지않은데감정보다더근본적인것을다루고있다.
-D.H.Lawrence


[옮긴이의말]

바람을좋아한다.
살랑살랑불어오는봄바람,더위를식혀주는여름바람,살을에는겨울바람도나름매력적이다.바람은천개의목소리를지녔다.속삭이는가하면,때로휘몰아치기도,때로휩쓸어버리기도한다.누구도바람을막을수없다.
“우린바람에흔들리는갈대들이지요,나의에스테르아가씨.그때문이에요!우리는갈대이고,숙명은바람이지요.”
사나운팔자를탓하는여주인에게늙은하인은위로의말을건넨다.
“왜태어나는걸까?”
“오,그런말마세요.하느님의뜻이기때문이죠!”
젊은이의넋두리에늙은하인이잘라말한다.
탄생부터가신비스러운일이니,숙명은말할것도없다.
바람처럼,그저받아들여야한다.

핀토르가문을위해평생몸바쳐일해온늙은하인의이름은에픽스이다.이야기는에픽스가기거하는초가집이있는농장의밤을묘사하는장면으로부터시작된다.
저녁기도와더불어해가지고인간들의시간이끝나자,달빛아래혼령들,요괴들,요정들이나와오래된성과언덕과강물에서노닌다.그장면이어찌나매혹적이든지,첫장을옮기며이미마음을빼앗겨버렸던기억이생생하다.
그가피땀흘려일군농장은혹독한노동을요구하는장소인동시에이루말할수없이아름답고풍요로운장소이기도하다.나무와강과갈대,바람과해와구름,바위와산,새와나비,꽃과열매가있는그곳은어머니의품처럼아늑하고포근한자연이지배하는곳이다.생명이있는존재마다영혼이깃들어있고,밤이되면죽은영혼들까지나와노니는곳,이성과논리와숫자로설명할수없는삶이지배하는곳이다.
반면에핀토르가문의세자매가사는저택이있는마을은인간의법칙이지배하는장소이다.몰락한귀족의허물어져가는저택,폐허가되어버린마을,묻히지못한유골들이즐비한무덤,빛바랜바실리카성당이있는그곳을지배하는건돈과지위와권력이다.그곳에거하는사람들은돈을세고,물건을사고팔고,사채업을하고,재산을불린다.이성과숫자와물질이삶을지배하는곳이다.

에픽스는자신의피와눈물을빨아들인농장에서평화로운여생을보내고싶었지만,핀토르가문에불어닥친소용돌이는하인이었던그마저자유롭게놓아주지않았다.농장에서나오는수확으로세자매를먹여살리는것도모자라,그는집을나간리아아가씨의철부지아들자친토까지챙겨야하는신세가되었다.그모든게자신이저지른죄에대한형벌이자속죄의과정이라여기며,그는담담히앞으로나아간다.아무도자신의숙명조차도탓하지않는다.오직주인아가씨들이잘되기만을바라며,주어진삶의자루를오롯이짊어지고나아간다.에픽스의삶이야말로하찮은존재가고귀함에다다르는여정이다.

올여름에도어김없이태풍이찾아왔다.어제까지만해도맹위를떨쳤던더위가슬그머니자취를감추더니세찬바람과빗소리가들려온다.〈코지마〉와〈엘리아스〉에이어그라치아델레다의작품을세권이나번역하는호사를누리게되었다.두루두루감사의인사를전해야겠다.

〈바람에흔들리는갈대〉는1913년8월20일,이탈리아밀라노에서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이번에번역한한국어판은무려110년이라는세월을뛰어넘어2023년8월에세종에서출간된다.이또한숙명이라는바람에실려온선물이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