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쉬 (양장)

길가메쉬 (양장)

$22.39
Description
지난 2017년에 독일에서 출판된 그래픽노블 ‘길가메쉬’는 태초의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제대로 풀어준다. 그렇지만 이 책이 아주 쉽게 설명한 것은 아니다. 저자인 옌스 하르더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될만한 책이 아니라 성인독자를 대상으로 쓰고 그린 것이다. 따라서 이 그래픽노블은 친절하지 않고 오히려 살짝 불편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래픽노블에 대해 기대하는 일반적인 정서, 즉 스토리를 풀어서 설명하는 그런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지막 다섯째 토판에서 이미 처절하게 죽은 엔키두가 열두째 토판에서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엔키두를 저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부활한 인물로서 절반은 형상이 없는 영적 존재로, 또 절반은 저승에 갇힌 존재로 묘사했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세계관은 길가메쉬의 영혼을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루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 태초의 이야기에 담긴 정치적 측면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 서사시는 아주 옛날에 지어졌지만 종종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당대 메소포타미아의 정치적 지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데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향백나무 숲에서 훔바바를 꺾고 나무를 베어오는 장면을 보자. 저자는 메소포타미아의 나무가 모자라서 레바논에서 조직적으로 나무를 훔쳐오는 일로 해석하고 있다. 아마도 자원 부족의 위기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최초의 기록이지 않을까. 그 시대의 사람들이 신의 명령으로 방주를 짓는 것은 ‘두 강 사이’에서 홍수의 위험에 두려움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나왔을 것이며,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전한다. 요컨대 옛날 옛적 사람들도 우리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여기서 묘사된 수메르 왕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트럼프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돌이켜보게 된다.

저자

옌스하르더

저자:옌스하르더
1970년바이스바서에서태어났다.그는베를린-바이센제예술대학에서그래픽을공부했으며현재베를린에서프리랜스그래픽디자이너이자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1999년에는동료학생들과함께만화그룹모노가타리(Monogatari)를설립했다.
그는2003년프랑스의출판사(Editionsdel'An)를통해서첫번째책을출판했다.《레비아탄:Leviathan》이라는제목으로150페이지분량인데향유고래의극적인이야기와함께허먼멜빌과토마스홉스의인용문이4개언어로인쇄되어있다.또한그는2004년과2010년에코믹살롱에를랑엔에서‘최고의독일어만화출판물’로막스앤모리츠상을두번받았다.그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는우리행성의역사에관한《알파베타:AlphaBeta》시리즈는프랑스와독일출판사(ActesSud/Carlsen)에서간행되었다.한국에서는2017년멜론출판사에서첫째권인《알파》만출판되었다.

역자:주원준
가톨릭평신도신학자.한국고대근동학회(KANES)초대회장.한님성서연구소수석연구원.독일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구약학(성서언어학)과고대근동언어로박사학위를받았고서강대학교에서구약성경,고대근동의종교등을강의한다.《구약성경과신들》로제16회한국가톨릭학술상연구상을수상했으며,《인류최초의문명과이스라엘》이세종교양도서와한국대학출판협회‘올해의최우수교양도서’에선정되었다.〈길가메쉬서사시―인류최초의서사시가기록한깨달음〉강의동영상은2022년현재76만뷰를넘었으며(Youtube),〈구약의사람들〉은15만뷰이상을기록했다(EBS).
작품:《구약성경과신들―고대근동신화와고대이스라엘의영성》,《신명기―거룩한독서를위한성경주해5》,《신학의식탁―세종교학자가말하는유다교이슬람교그리스도교》(공저)등이있으며,《마테오리치,기억의궁전》,《우가릿어문법》,《우가릿어사전》,《우리인간의종교들》(공역),《고대근동문학선집》(공역),《추기경마르크스의자본론》,《고대근동의신화와성경의믿음―성경이수용한고대근동신화》등을번역했다.

출판사 서평

공부를시작할때부터하나의이야기가나를따라다녔다.모든이야기의어머니,세계에서가장오래된쓰여진이야기,점토판12개에영원히새겨진이야기인“길가메쉬”는내게이국적이름으로만들렸다.오래된신화적인물,아마지배자일것이고,유럽에서나온이야기가아닐것임은분명한데,그이상을알수는없었다.이메소포타미아왕의영웅서사시를처음접한것은1997년에베를린-바이센제의예술대학교(Kunsthochschule)에서전공수업을시작할때였다.우리는그리스예술사수업3학기째에하나의주제를선정하여발표하고과제를제출해야했는데나는헤라클레스를택하였다.그영웅의기원과성장과정은매우흥미로운지식을안겨줄것이분명해보였다.하지만그숙제는너무단편적인것처럼느껴져서,나는최초의영웅이야기와수퍼맨등20세기미국만화산업에이르는현대적영웅들을연결시키기로결정했다.

“헤라클레스와수퍼영웅들”이라는숙제를하기위해자료를조사하면서나는헤라클레스의원조가있다는사실을곧깨달았다.그는모든영웅들의최고조상(Urheld)인우루크의왕,길가메쉬였다!그렇다면헤라클레스의명예는어디에기초하는가?헤라클레스의례는어디에뿌리를두는가?수많은그의모험과임무들,그의휘장,일부신성이깃든그의출신,그의광채와그의매혹은어디에서왔는가?대략천년이상오래된길가메쉬이야기들은당시인도서부에서지중해에이르는고대근동세계에다양한사본과번역을통해널리알려져있었다.공부를계속하면서이서사시는후대의많은이야기에영향을끼쳤음도알게되었다.구약성경도홍수이야기와방주이야기를분리시켰다(성경의많은부분은고대의많은이야기들을이어붙인것으로밝혀졌다.동정녀마리아가예수를임신한이야기는이집트여신이시스가동정으로아들호루스를임신한이야기를깊이참고한것처럼).이서사시의모티프들은성경뿐아니라호메로스의일리아스와오디세이아,천일야화,오늘날의많은모험담과(로드무비와수퍼히어로영화등)‘반지의제왕’같은현대적이야기에서도줄곧등장한다.그리고곧나는분명히깨달았다.내책에서종교적인주제,이를테면믿음,거룩한장소,신들,창조
신화등이자주다루어진다는것이다.물론이책처럼극단주의와자멸하는시나리오도있다.나는무신론자임에도이런주제를자주다룬다.어쩌면내가무신론자이기때문에그럴지도모른다.설명할수있는것만큼설명할수없는것에나는매료된다.

스타일
일을시작할때부터이야기의사건들을특별한스타일로표현할필요를강하게느껴왔다.마치수메르의부조(浮彫)장인이현대인에게이이야기를설화적이고그래픽적으로대략100장의토판에표현하는것처럼보이길원했다.길가메쉬를다룬기존의그래픽작품들은이런면에서거의참고가되지못했다.오히려지속적으로나는환상적인석상들,방랑을표현한부조들그리고그당시의인장들로방향을잡았다.내눈에는이렇게고대의삶안에서형식적언어로제한되고그럼으로써더욱인상적인효과를내는것이야말로유일하고완벽한우아함을자아내어매력을발산한다.그뿐만아니라때때로서투르고어색한표현이상당히많고,그것들이단순함안에지나칠정도의장식과대조됨으로써고대의표현수단으로서가장영감을주는요소가된다.다른한편으로내만화의칸들을채우며원근법과동적움직임을포기하는것은쉽지않았다.그래서스피드라인,시각적단축법,거대공간의조정등을사용했고,그럼으로써순수한부조의느낌이제거되고2차원과3차원을넘나드는일종의하이브리드표현을낳았다.

그다음의도전과제는이서사시가보여주는수많은단절이었다.실제본문에공백이많았지만새로운토판이발견되며조금씩줄어들고있었다(더오래된번역본을선택했기때문에내작품에서이런문제는무시되었다).작은공백은가능한이야기로덮으려했고만화라는매체는가리기도쉬웠다(그래서만화의칸들사이에서독자는스스로이야기를연결시키거나채워야할것이다).다른한편으로이야기가훌쩍건너뛸때는이전칸과다음칸사이를점선으로표시했다.어떤대목은자연스럽게다듬었지만그냥손대지않은대목도많다.그래서길가메쉬가방랑할때는헤라클레스처럼사자가죽만을쓰고다니지만우르샤나비를만나사해를함께건널때는옷을돛대에걸었다.여기서살짝힌트가된다면,그가시두리와이야기를나눈다음무기를가지러갈때어딘가에서(아마도그의잠자리에서)새외투를입었을수도있다.이런단절가운데가장어려운것은마지막다섯째토판에서이미고통스럽게죽은엔키두가열두째토판에서갑자기다시나타나는부분이다.분명후대의설화자가니네베판본에기초하여토판의경전화를지향하며채워넣은것이다.나는여기서엔키두를실제로살아있는인물로묘사하지않았다.오히려부활한인물로서절반은형상이없는영적존재로,또절반은저승에갇힌존재로묘사했다.

편집자의말
저자가그랬던것처럼내게도인류최초의이야기라는타이틀은매력적으로다가왔다.그런데태초의이야기는생각보다어려웠고줄거리도손에잡히지않았다.여러권의책을읽어봐도길가메쉬이야기는얽히고설킨장미덩굴같았다.그렇게잊고살다가몇년전에옌스하르더의그래픽노블을운명처럼만났다.물론이그래픽노블도생각처럼쉽지는않다.그러나활자로만이해할때보다는더쉽게다가오는것도사실이다.내가그랬듯이이책은다른분들에게도고대근동에대해새로운눈을뜨게할것이다.그리고길가메쉬는그복잡한실타래를풀어주는안내자의역할을하기에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