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는 멧돼지 2 -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강을 건너는 멧돼지 2 -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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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보루네오 섬에서 펼쳐지는 마술적인 리얼리즘, 피와 살이 터지는 향연 »
사라왁은 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주(州)이다. 본래 브루나이 왕국의 영토였던 이곳에 1839년에 영국의 모험가인 제임스 브룩이 와서 이 지역에 출몰하던 해적을 소탕하였고, 그 공으로 브루나이의 술탄에게서 이곳의 영토를 하사받아 1841년에 사라왁 왕국을 세우고 왕이 되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후, 사라왁 왕국의 제3대 왕인 찰스 바이너 브룩이 통치하던 시기인 1941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브룩 왕가의 전원이 오스트레일리아로 망명하였다. 1943년 12월에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이곳은 일본군의 점령하에 놓이게 되었다.

장구이싱은 바로 이 사라왁 지방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본적은 중국 광둥성이지만 1956년에 보르네오에서 태어났고, 19세 때이던 1976년에 학업을 위해 타이완으로 가서 1980년에 타이완사범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이런 그가 뚜렷하게 ‘고향’이라고 인식하는 곳은 오직 보르네오뿐이다. “내 본적은 광둥이고, 남양 군도의 어느 큰 섬에서 태어나 19살 때 출생지를 떠나 타이완으로 가서 가련한 학생 생활을 했다. 이따금 유행가를 듣기도 했는데, 가수는 내 고향이 어쩌니저쩌니 노래했다. 들으면서 나도 애수에 잠겨 몇 마디 흥얼거리다가 문득 내 고향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둥은 당연히 내 고향이 아니고, 19년을 넘게 살아온 타이완도 아니다. 내 고향은 당연히 적도 아래 그 열대의 섬밖에는 없다.”

고향에 관해 이렇게 명확한 의식을 가진 그는 줄곧 보르네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창작해 왔다. ‘우림 3부작’이라 일컬어지는 『세이렌의 노래: 賽蓮之歌』, 『코끼리 떼: 群象』, 『원숭이 잔: 猴杯』에 이어 그는 『강을 건너는 멧돼지: 野豬渡河』에서도 보르네오섬의 열대 우림지대를 배경으로 삼아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일본군의 점령하에서 그들이 겪은 고난을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소설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관야펑의 자살로부터 시작한다. 두 팔을 모두 잃었지만, 아들인 바이양이 보기에 발을 손처럼 쓰며 못 하는 일이 없었던 관야펑은 전쟁도 다 끝나고 이미 평화가 찾아온 어느 날 갑자기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소설은 종전 후의 이 시점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야펑의 삶과 그가 전쟁 동안 겪어온 일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각 장의 소제목을 통해 키워드를 던지고, 그 키워드에 관한 사건을 상세히 서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초반에 자연과 더불어, 때로는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주바 마을 사람들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은 비교적 평화롭지만, 중반에 이르러 마을을 점령한 일본군의 만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극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하버드대 중문학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왕더웨이는 장구이싱의 이러한 서술방식에 대해 “화려하고 냉정한 수사를 통해 생명의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서술해, 이로써 창작의 윤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심지어 거리낌 없이 학살하는 주체가 소설 속의 일본인일 뿐만 아니라 서술자인 장구이싱 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평하였다. 그가 ‘냉정한 수사’라고 말한 것처럼, 잔인하고 비극적인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작가의 서술은 시종일관 담담하고 냉정한 관찰자의 태도를 보인다. 지극히 폭력적이고 참혹한 장면을 무심한 문체로 묘사해 오히려 그 폭력성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얻는다. 소설 속에서 묘사한 모든 사건이 특별한 개개의 사건이 아니라, 그 당시 그 시대에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인상을 준다.

장구이싱은 이 작품으로 2020년 7월에 중화권 문학계의 큰 문학상 중 하나인 홍루몽상을 수상하였는데, 심사위원 황쯔핑(黃子平)은 이 작품에 대해 “냉정하고 아름다우며, 복잡한 내용을 간결한 문장을 통해 표현하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살육 장면을 묘사하고,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해, 독자의 독서 한계에 극한까지 도전한다. 삶과 죽음, 인간과 짐승, 선과 악 사이에서 그 자신만의 곡절 많은 역사 철학과 폭력의 미학을 구축하였다”라는 평을 남겼다.
선정 및 수상내역

리베라시옹, 올해의 책
르몽드, 올해의 책
누벨 옵세바투아르, 오늘의 책
르피가로, 추천도서
엘르 북 리뷰, 추천도서

타이베이 도서전 대상 수상작
대만문학상 수상작
골든 삼각대상 수상작
오픈북상 수상작
홍루몽상 수상작
저자

장구이싱

저자:장구이싱
말레이시아북부보르네오섬사라왁출생이다.1976년타이완으로건너와타이완사범대학(臺灣師範大學)영문과를졸업하고,중학교에서영어를가르치다1982년타이완으로귀화했다.1978년≪협영록(俠影錄)≫으로제1기시보문학상소설부문장려상을받아타이완문단에데뷔했으며,1979년에는≪호랑이무찌르기(伏虎)≫로제2기시보문학상소설부문우수상을받았다.1990년대이후,말레이시아보르네오의유년시절을창작의기반으로삼아≪세이렌의노래(賽蓮之歌)≫,≪말썽쟁이가족(頑皮家族)≫,≪코끼리떼(群象)≫,≪원숭이잔≫,≪나의사랑하는잠자는남국의공주(我思念的長眠中的南國公主)≫등을발표했다.

역자:박희선
베이징대중어중문학과를졸업했고,동대학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다.
동국대중어중문학과에서강의했다.
신이우의「약속의날」,솽쉐타오의「형사톈우의수기」,리숴의「인간공자,난세를살다」,이린의「시간에갇힌엄마」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권순자시집「천개의눈물」을중국어로옮겼다.2015년부터2018년까지월간「시문학」에중국현대시인선을번역연재했다.

목차

바이하이
잘린팔
요시노의거울
대왕주씨의고각옥
침묵
에밀리의사진
머리없는기사
유파스나무아래
언걷위
강을건너는멧돼지
에밀리를찾아서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하버드대중문학교수이자문학평론가인왕더웨이는장구이싱의이러한서술방식에대해“화려하고냉정한수사를통해생명의가장피비린내나는장면을서술해,이로써창작의윤리적한계를뛰어넘는다.심지어거리낌없이학살하는주체가소설속의일본인일뿐만아니라서술자인장구이싱본인이라고도할수있다”라고평하였다.그가‘냉정한수사’라고말한것처럼,잔인하고비극적인장면을묘사하면서도작가의서술은시종일관담담하고냉정한관찰자의태도를보인다.지극히폭력적이고참혹한장면을무심한문체로묘사해오히려그폭력성이더욱강조되는효과를얻는다.소설속에서묘사한모든사건이특별한개개의사건이아니라,그당시그시대에어디서든,누구에게든일상적으로일어날수있었던일이라는인상을준다.

장구이싱은이작품으로2020년7월에중화권문학계의큰문학상중하나인홍루몽상을수상하였는데,심사위원황쯔핑(黃子平)은이작품에대해“냉정하고아름다우며,복잡한내용을간결한문장을통해표현하였다.감정을드러내지않고피비린내나는살육장면을묘사하고,폭력에폭력으로대응해,독자의독서한계에극한까지도전한다.삶과죽음,인간과짐승,선과악사이에서그자신만의곡절많은역사철학과폭력의미학을구축하였다”라는평을남겼다.

이작품에등장하는등장인물은대부분이허구의인물이고,실제모델이있다해도허구가많이섞여있을것이다.그러나소설속에서주바마을을침략해통치했던일본군장교들은모두실존했던인물로,이들의이름도실명그대로이다.이점이작품에진실성을더해준다.소설은이처럼진실성을가지고있는동시에환상적인서술도큰비중을차지한다.소설에등장하는파랑칼은황당해하거나냉소하는등감정을표현하며,게으름뱅이자오씨가기르는머리없는닭은머리가없어도울수있고,다른닭과싸워이길수도있다.그외에처녀를욕보이는기름귀신,하늘을날아다니는사람머리의모습을한귀신인폰티아낙등,말레이시아고유의비현실적인상징물이등장해소설의환상적인분위기를더욱짙게만든다.여기에마을사람들이늘아편을피우면서,혹은아편을피우지못해서금단증상때문에수시로보는환상까지더해져환상과실제를완전히구별하기힘든기묘한느낌을준다.

이런환상적인서사에더욱큰힘을실어주는것이바로동물에관한서술이다.전작에서도열대우림의여러동물을등장시켰던것처럼이작품에서도작가는큰까치,원숭이등각종동물을등장시켰는데,그가운데비중이가장큰것은단연멧돼지,정확하게는보르네오에서식하는보르네오수염돼지다.이멧돼지들은일본군이마을을침략하기전에는마을전체의가장큰적이었다.한편,마을사람들은이멧돼지의새끼를잡아다길러생계의수단으로삼기도했다.전쟁이일어나기전에도멧돼지들은강을건너,마을로쳐들어왔고전쟁이끝난후에도마찬가지로마을을습격했다.이멧돼지들은보르네오섬대자연의일부이고,마을사람들이극복해야할,혹은더불어살아가야할대상이다.작가는소설속에끊임없이등장하는멧돼지들의행동을있는그대로묘사해,이를통해작품의기본적인분위기를구축하였다.

등장인물들은인간성과부정직함그리고약점과선함을공유한다.소설은종종판타지로전환되는데사람들의마음속에서일어나는일이현실만큼중요하기때문이다.무엇보다태평양전쟁때의보르네오섬에서벌어지는인간의본성에대한탐구가인상적이다.이소설은우리에게문명화과정에서피와잔혹함과떼려야뗄수없는관계라는점을다시확인시켜준다.따라서삶과죽음,사람과짐승,선과악의관계를재구성하게만든다.음험한문학적상상력과역사적진실이만나면어떻게되는지그결과가이책에고스란히담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