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끊은자리엔
살아있던흔적이남아있다
삶과죽음이라는동전의양면에도사리는어두운그림자,자살.자살은말그대로‘스스로목숨을끊음’이다.엄마의뱃속에서부터시작된생명의태동과가슴의고동,머리를들이밀고마주쳤던눈부신세상과의모든끈을끊어버리는행위다.세상은자살을끊임없이경계하지만역설적으로우리는그들을통해살아있는‘나’를본다.살아있기에그들을손가락질하고동정할수도있는아이러니한현실.빛이있기에어둠이존재하듯우리는자살을통해삶과죽음을반추한다.
누구나한번쯤은자살을생각하고그중누군가는굳은마음으로결심한다.그러나그모두가결심을직접실행에옮기지는않는다.실행에옮긴이들,세상은그들을향해스스로목숨을끊은‘자살자’라고말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자살자라는꼬리표뒤에는그가살아있던사람이라는사실이존재한다.나와같이숨을쉬고밥을먹고울고웃고떠들던사람.떨어지는꽃잎이슬픈건그것이아름답게피어있던과거의기억때문인것처럼,죽은자를향한슬픔은살아생전그에대한생생한기억때문이다.타의추종을불허하는자살률1위대한민국에서자살은더이상‘그들’의이야기가아닌,나의기억속‘그’의이야기인지도모른다.시대와세대와인종을넘나드는자살.그늘속에숨겨감추는것이아닌그속으로들어가자살의생생한속살을들춰보는작업은,10년연속OECD국가중자살률1위를기록하고있는우리사회에가장필요한것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