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시간이 필요해 (가벼워짐에 대하여 | 박승옥 시집)

빵 굽는 시간이 필요해 (가벼워짐에 대하여 | 박승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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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로 앞에 있는 길을 멀리 돌아온 듯하다.
50여년 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지 모른다. 글짓기를 좋아해서 여고 시절 문예반에서 몇 번 상 탄 것이 전부였다. 문학의 이름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중퇴라는 꼬리표를 달고 돌아서야 했다. 글 짓는 일과 반대되는 생계의 길을 걸어야 했다. 늦깎이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여 영양사로 30여년 근무도 했다.
글쓰기는 나에게 미완의 길, 버려진 빵 같은 것 만지면 부서지는 상처였다. 30여년 동안 급식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끼니밥을 짓는 책임자로 일했다. 영양사 직업은 나에게 동아줄 같은 거였다. 덕분에 등을 따습게 해주었고 배부르게 해주었다. 이 직업에 감사한다. 지금 이 시간을 허락해 준 것도 다시 연필을 들 수 있게 해준 것도 동아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시집 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단어를 찾지 못해 끙끙거리는 등 어떤 작품은 10년 동안이나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글을 쓸수록 두려움이 앞선다. 나의 글이 활자로 박혀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순간 내뱉은 말에 무한 책임도 져야할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보기로 한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찾은 것 같다.
고향 파주 임진강가에서 파닥이는 물고기들과 날아다니는 새들과 대화하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다. 나의 글밭의 열렬한 팬들이다. 어느새 겨울 철새들이 날아가고 조금 있으면 처마 밑에 제비가족이 날아올 것이다. 벌써부터 봄빛에 설레인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첫걸음마를 걷게 해주신 은사님이 계신다. 여고시절 은사님이셨으며 아주 힘들 때 마중물같이 저를 퍼올려 주셨던 신상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丙午年 붉은 말의 해,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박 승 옥
저자

박승옥

● 시인. 수필가
● 경기도 파주 출생, 한반도문학회원
● 1990년 동인시집 〈노래여, 순수여〉 발간
● 2014년 [한국문학예술] 시 〈태백광부의 노래〉 등단
[한국문학예술] 작가상 수상
● 2017년 [바탕시] 동인시집 3권 발간
● 2020년 [한반도문학] 대표시선집 발간
● 2026년 [한반도문학] 문학대상 수상
● 전 경기도립 파주병원 영양사 근무
●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영양사 근무

목차

1 고향역
수녀님과 거미 15
문산역에서 16
간이역 18
새 떼가 날아간 자리 19
교하 샛강에서 20
임진강에 서면 21
명자 친구 22
입춘入春 24
갈대꽃 26
판문점 27
장마 28
임진각 망배단 29

2 아주 오래된 기억
배꼽 33
이사 가던 날 34
보리밭 35
소牛띠 엄마 36
삶은 달걀 벗기다가 37
대추나무 38
동태찌개와 어머니 40
쑥갓꽃 41
어머니 머리를 자르며 42
동백섬 43
배추국 44
맨드라미꽃 45
딸아이 대학 입학식 46
봉숭아꽃 47

3 중심을 모으는 저녁
연어의 귀향歸鄕 51
내 남편은 52
자전거 54
야자나무 55
우울증 56
연鳶 58
담쟁이 59
새해 일기 60
다 잘 될 거야 62
첫눈 64
로드 킬 65
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66

4 가벼워짐에 대하여
느려서 미안합니다 71
빵 굽는 시간이 필요해 72
너의 잘 못이 아니야 73
다육이 74
바위솔 75
소만小滿에게 보낸다 76
풀매다 78
겨울 산불 79
숲 80
가을 민들레 81
가시에 찔리다 82
콩국 만들며 83

5 그리운 노래, 노래여
소록도小鹿島 87
겨울, 추전역에서 88
태백 광부의 노래 90
일기 쓰다 92
고랭지 배추밭에서 94
인사동 연가 96
해녀의 노래 97
철암역 까치발 98
소금밭 100
우두커니 있을 때 102
황태덕장 103
단추주머니(수필) 104

박승옥 시인론 110
- 신상성 ‘빵 굽는 시간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