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 기자의 할 일,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 기자의 할 일, 저널리즘 에세이

$17.00
Description
기자의 사명, 소외된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편이 되는 일
외롭고 힘없는 소수의 편에 서던 기자가 사표를 던졌다!

저널리즘 상실의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하여
“오늘날 기자를 한다는 건, 그 모든 무력함과 한심함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저자는 언제 어디서든 부지기수로 무너지는 자긍심을 꼿꼿하게 세우려 노력했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는 저널리즘 상실 시대에 자주 부끄러워지는 우리가, 가끔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들어야 한다는 기자의 자조적 고백이다. 저자는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통해 사라지는 저널리즘에 관해 낱낱이 드러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를 말한다. 책에 담긴 기자의 유려한 문장과 섬세한 시선은 출판사 편집부 전원을 감동하게 했고, 동시에 그의 다음 행보를 걱정시킬 만큼 통렬하고 솔직했다. 이 책은 오늘날 삼선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박대당한 기자와 한쪽 프레임에 초점 맞추기 급급한 기레기 사이에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우아하게 한 방 먹이고 있다. “당신들이 기자냐?”라고.

저자

김성호

1986년서울태생으로영일고등학교,연세대학교법학과를졸업했다.기자,영화평론가,서평가,3급항해사다.<파이낸셜뉴스>기자로6년간일했다.3급항해사자격취득후상선에서근무한이력이있다.<오마이뉴스>에‘김성호의씨네만세’,‘김성호의독서만세’시리즈를연재중이다.읽는이에게닿는글을쓰려오늘도정진하고있으며,저서로는《자주부끄럽고가끔행복했습니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나를소개합니다

1장부끄러움을감당하는일
부끄러움은나의몫
감사를받는일을한다는것
급안되는인터뷰
기자의하루
기레기의탄생
오늘도뽑혀나가는말뚝들이있겠지
이름걸고글을쓴다는것은
난전후려까는시전상인처럼
선곳에서최선을
애드버토리얼

2장판단에도용기가필요하다
콘텐츠가돈이되지않는세상에서
투명해지는사람들,투명해지는기자들
공익제보
작은렐로티우스들
자긍심
못나가는기사
월급루팡
기자의프로필사진
책임지지않는언론
판단하는직업

3장사소한변화일지라도
자식잃은부모가세상을바꾼다
자식잃은어머니는어떻게투사가되는가
사시社是,기독교사랑구현
계백장군과자식살해범
방망이를깎는마음으로
주차장에서옷갈아입는간호사
나의억울함으로부터
절이싫으면중이떠나라

4장소박한희망을
관심은애정이된다
끊이지않는겁박에맞서
클릭클릭클릭
단독장사
인기없는영화평
기자가운명과싸우는법
제때만난말한마디
감사덕분에
절망의언덕에서희망을구하는법

5장여전히아침이오면눈은떠진다
진실의얼굴을한거짓들
국제부기자는외신을베낀다
어디에섰느냐가아니라무엇을하느냐다
어디서나무너지고어디서나세워진다
꼰대와혈액형
당근숙녀의감사
평범함이뭐라고생각하세요
암세포의시대

에필로그내가애정하는것은

출판사 서평

“선을다해일했던만큼,후회없이사표를던졌습니다.”

우리가알아야할사회의이면,
그곳에서발견한이토록절실한희망

저자김성호는연세대학교법학과출신의기자로,6년간세상에소외된이들의목소리를‘대신’외쳤다.법학과를나왔지만법조인이되리라는생각은없었으며,영화와글을좋아해영화감독과소설가중에진로를고민했다고한다.2년쯤기자생활을하다돌연항해사교육을받고외항상선을탔다.인도양과대서양,수에즈운하를오가며여러항구를돌았고,배에서다양한인간군상을봤다.똑같은말만반복해사람을질리게하던이가자신의쉬는시간을반납해가며미끄러운계단에고무를씌우고,투덜거리기만하던다른이에게서누군가아플때가장먼저약을가져다주는모습을발견하게됐다.어쩌면만날일없는,만날수조차없는이들의“예기치않는미덕을발견”하는순간자신의부족함을깨달았다.마침내누구도발견하지못하는,보려고하지않는이들의‘이면’을바라봐야겠다는생각이들었고,기자직으로돌아갔다.

소외되고조명받지못한목소리를하나씩찾아들었다.어떤기사는실패했고,어떤기사는성공했다.목적이이뤄지기도했고,때로는그근처에도가지못했다.멈추지않을수있던이유는“얼마나나아갔는지보다나아가고있다는사실자체가중요”했기때문이다.기사를쓸때마다면목이없었다는저자는,누구도문제를말하지않는사회에서꼿꼿하게문제를문제라고외쳤다.저자는기자로서누구보다가까이다가선분야가있다는것이,많은이의삶에영향을미친다는것이대단한자산이라고말한다.《자주부끄럽고가끔행복했습니다》에는저자가말하는‘자산’이담겨있다.“어느촛불도홀로타도록놔두지않을”것이라는저자는진실의영향력을믿고,이진실이더나은사회를만들것이라확신한다.

우리는타인에게얼마나따뜻했는가?

남겨진이들에게건네는작은위로
소외된목소리를듣고,손을맞잡는일

나는아직여기있고,여전히당신의편입니다

생활고로생을마감한어느일가족의유서를읽으며,저자는생각했다.“이세상의돈은대체어디서어디로흐르고있는지”에대해.그들을살리는데필요한돈은얼마였을지에대해.교통사고로자식들을한꺼번에잃고자동차공장앞에서홀로1인시위를하는일흔살의사내는,사고에사회적책임이있다고믿었다.몇년이지나그공장을다시찾았을때,그를아는이는아무도없었다.“우리처럼버스타고다니는직원들이나알겠지.”라는말에저자는,정작그의이야기를들었어야하는이들이들을수없던것이라깨달았다.정류장이나서점앞에서,보험회사,건설사앞에서고래고래소리지르는이들은어떤이들인가.그들은모두시끄러워지다가도이내조용해졌다.그리고는투명해졌다.

출근길과퇴근길,도로어딘가에늘있었지만기삿거리는되지못했다.수없이쏟아지는제보속에서‘기사로는만들수없는’이야기들을들으며‘그도나도헛걸음이되었다’고생각했을때,“들어주셔서고맙다.”라는제보자의한마디로저자는오래전세웠던뜻을떠올렸다.‘거울이되어빛을전하겠다’라는초년시절기자로서가진마음가짐이다.그들과나눈쓸모없는얘기는어쩌면쓸모없는이야기가아닐지도모른다.투명해지고무력해지는많은소리를,투박하고귀찮다는이유로외면하는일이얼마나창피한일인지우리는깨달아야한다.낮은곳에서흘러나오는목소리에귀를기울여,마땅한이들이그책임을지도록,끊임없이들어야한다.쓸모를알고,그일을해낸다는건얼마나가치있는일인가.그들의목소리를들어주는일은여전히외로운이들에게손을건네는것이다.손을건네고맞잡아,온기를나누어나는당신의편이라고,조용한위로를들려주는일이다.

김성호기자가고백하는이시대의저널리즘,
사라지는저널리즘은우리에게어떤의미인가?

2016년,한청년이수술대위에서목숨을잃었다.위중한상태도,불치병을앓던것도아니었다.그로부터2년전,수술대위에서허망하게목숨을잃은이들이또있었다.목숨을잃지않았더라도크고작은부작용을지닌채살아가는이들이있다.확인되는피해자만무려10만명이상이다.이들은모두‘유령수술’의피해자였다.해당사건으로촉발된의료사고에대한소송,의료인을향한불신이세상을혼란케했다.남겨진이들의세상을.2016년부터2019년까지,무려3년동안피해자의어머니가1인시위를했음에도알아주는이가없었다.의료사고사건에서특정집단은특권지위를누리고있다는고발에도귀를기울이는사람이없었다.3년이흐른후에야,유령수술피해자아버지의소개로저자를만났다.

취재를하며미심쩍은부분을발견한저자는더이상억울한피해자가발생하면안되겠다는생각에사람들을만나이야기를들었다.그들만의이야기가세상밖으로꺼내진순간이었다.2020년1월부터1년가량‘유령수술’,‘대리수술’에관해약50편의기사를써낸저자는아무도관심가지지않는가운데외로운시간을보냈다.그러나저자는본인보다더고된싸움을하는이가있었다고말한다.바로“자식을잃고너덜거리는마음으로”홀로서있던피해자의어머니다.소외된이들의이야기를들어주는단한명이있다는게,얼마나다행스러운일인지저자는실감했다.사람으로서,기자로서저널리즘을지키는일이란이런것이다.‘이야기를들어주는것’만으로우리는저널리즘을알아차릴수가있다.

책속에서

오늘의저를만든건취향과노력보다는환경의기여가컸습니다.그런데도저는아주오랫동안그반대라고생각했습니다.‘나는남들과다르다’고,‘나의노력이내미래를만든다’고믿었습니다.생각하고표현하는모든것은제의지에달렸다고생각했지만,이제와돌아보면사는동안만난것들이오늘의저를이룬것도같습니다.
---p.9

오늘날기자는‘기레기’또는‘기더기’라는비판을피하지못합니다.갈수록문제는짙어지고스스로부끄러워할잘못들이거듭됩니다.조직은날이갈수록타락하고인터넷엔자극적이고보도가치없는저질기사들이둥둥떠다닙니다.
---p.15

이해할수없는건아닙니다.언론사도결국은회사입니다.당장먹고살아야하고,갈수록더잘먹고잘살아야합니다.무너지는수익모델을뒤로한채고고하게취재하고보도하는건어려운데다바람직한일도아닙니다.기사가수익을담보하지못하고광고시장은언제무너질지모르는상황에서기자이면서직장인이기도한기자들의정체성은수시로위협받을수밖에없습니다.
---p.20

그시각한국언론이돌봐야했던건다른곳에있었습니다.아무렇지않게뽑혀나가는말뚝들과빠르게민감함을잃어가는젊은기자들같은것말입니다.존경할선배하나만나지못한채이것이정말우리가알고있는언론이냐며당혹해하는젊은기자들의얼굴을우리는읽어야만했습니다.
---p.53

언론이누구에게충성해야할지는명백합니다.넓게잡으면시민이고좁게잡으면독자입니다.제기사를읽는사람에겐적어도기사안에담긴내용이사실임을,기자가최선을다해내용을검증했다는확신을주어야만합니다.그것이저널리즘의시작이라고저는그렇게믿습니다.
---p.78

두려운건무책임함이었습니다.저로인해돌이킬수없는피해가생기고,어쩔수없다는듯등돌리고도망치긴싫었습니다.시민의‘알권리’에기여하며그로부터사회적책임을다한다는기자의자부심도무적의방패가될수는없는것입니다.기껏기자가되어서누군가에게상처를입힌다면,심지어제가쓴것이사실이아니라고드러난다면대체그죄를무엇으로씻을수있을까요.
---p.129

저는타사기자들과시민단체들을찾아다녔습니다.열흘동안접촉했지만긍정적인답을한이는아무도없었습니다.의료사건이라다루기어렵고,이미다른언론여럿이다룬바있으며,검찰이기소까지해서문제삼을부분이없다는등의이유였습니다.어떤기자가다뤄주기로약속했으나데스크에서막은경우도있었습니다.직접사건을다룬건그래서였습니다.
---p.151

해당사건을취재하며느낀것이많았습니다.한조직이직원들의자긍심을어떻게황폐화시킬수있는가를보게된것입니다.인식은행동의틀이됩니다.인식이바뀌지않는한비슷한행동이곳곳에서이어질건자명한일이었죠.관심을쏟으니여러문제가수면위로올라왔습니다.
---p.185

사건은공공연히자행되던성형외과불법행위의집합체였습니다.우선홍콩에서서울병원으로고인을인도한것부터가불법브로커였습니다.강남성형외과들은중국과동남아에서모집한외국인환자로먹고산다는얘기가만연했는데,이사건도마찬가지였던겁니다.
---p.214

기사는독자에게다가가비로소완성됩니다.기자의목표는제가공들인기사가마땅히읽을만한이에게읽혀의미있는정보가되는겁니다.좋은기사와좋은독자의만남이지요.말하자면쏟아지는단독기사의홍수속엔언론의절망과희망이모두깃들어있습니다.기사에대한기자의애정과책임감이기도하고,과잉경쟁속에어떻게든돋보이려는욕망이기도합니다.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