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 - 시인의일요일시집 12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 - 시인의일요일시집 12

$12.00
Description
불온한 레지스탕스 시인, 임재정
자본주의적 환상에 한 방 먹이다
전기공 시인으로 알려진 임재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5년 만에 출간된 그의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에서 시와 노동은 분리되지 않는다. 시집 곳곳에서 등장하는 전기공 화자는 임재정 시인의 페르소나이자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와 노동은 샴쌍둥이처럼 한 몸을 지닌 두 존재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실과 시세계를 견고하게 버티어 낸다.

시인은 삶의 모든 순간이 자본에 고용되어 있음을 간파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답게 보이지 않는 감시와 억압을 감수한다. 노동을 매개로 일상을 통제하는 자본주의적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과 휴식, 삶의 문제를 되돌아본다. 자본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우리는 쉽게 침묵하지만, 시인은 마치 레지스탕스처럼 시를 통해 현실의 허구성을 폭로하려 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현실이라는 견고한 세계가 균열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순간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는 폭력의 체제인 장벽 ‘너머’로의 탈출하기 위해서이다. 자본은 노동을 착취하며 팽창하였고, 우리는 자본의 한계를 뚫고 나갈 힘과 의지를 상실하였지만, 시인은 노동을 마친 후의 어둠 속에서 시를 쓰며 체제의 감시를 벗어납니다. 인간이 만든 비극의 역사와 폭력의 체제로부터 탈출하고자 시를 쓰며 연대의 마음을 행간에 녹여 넣습니다. 그는 현실이라는 장벽에 고독하게 갇히기를 거부하는 레지스탕스입니다.
저자

임재정

2009년《진주신문》진주가을문예에당선되었다.시집『내가스패너를버리거나스패너가나를분해할경우』가있다.

목차

1부
밤의아돌프
마블링
CCCP
너머
진자들
ㅁ에서ㅇ까지
일곱살의질서
눈꺼풀안쪽에쓰는이야기
그림형제의시놉시스
고양이의탐구생활
비누
쿠바쿠바
나는사막으로갑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2부
양파,프랑스혁명사
노을의서사
베이비부머세대
스위치속의모르모트
콘센트
뮤를탐하다
오렌지중에서구름의지분
팬데믹
회전주택
함께걸었다
도둑의시퀀스
귤은껍질까지둥글고

3부
극장‘팬티’

4부
클라이맥스라고는없는,
종이찰흙동물원
이것은당신의오후가아니다
알츠하이머씨의엄마와엄마의나와나의잭
아무것도아니며전부인,
액자들
까르르,그래도
접거나펼칠수있는기분
일곱번째얼굴
풍뎅이가집안에서발견될때
바누비누이민안내
전지적뉴스시점
모서리가깨졌다면스페인산달걀이다
코끼리익스프레스
장마와옥상과나

5부
진흙놀이
칸나가피는방
개풍선껌회사설립-안-
어버버,10cm
봄밤중에서조등부분
기차는미루나무이파리를흔드네
36.5℃
몬스터클럽
물속경주남산
우리마을고정리
어떤진자운동
알비노,지상에서영원히
사람의기린
아돌프의밤
떫은맛캔디
빗소리를사랑하는사람들
반려견
이길은중세로이어집니다
미시시피

해설
이밤은당신의나비요,꿈이니|장은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현실너머어둠과내통하는비밀스러운노래

이제막완성시킨암호문을타전하듯이시인은온몸을손가락끝에실어밤의노래를씁니다.낮에는평범한이세계의일원으로보이지만밤이되면다른세계에속한사람처럼그의얼굴은들떠있죠.비밀조직원이나스파이처럼현실에서는드러나지않는어딘가에소속되어있는지도모를일입니다.임재정의시는이름붙일수없는현실너머어둠과내통하는비밀스러운노래입니다.그곳을현실의외부혹은현실의이면이라고해야할까요?“비올때의물속이가장고요하다는거//불빛을떠받치는것은/어둠이라는거”(‘시인의말’)를믿는다는그의말처럼그가믿는세계는‘물속’이나‘어둠’처럼세계의표면에드러나지않는곳입니다.임재정에게밤은눈으로는볼수없는것들이비로소드러나는시간이자‘너머’그자체라고말할수있는시적영토입니다.

혹시독재자의특이점이무언지아십니까?자기자신외에는누구의심판도거부한다는것입니다.그렇게해서독재자는스스로신의지위에오릅니다.세계가독일을재판할수없다며자신에게투표할것을호소한독재자처럼자본도똑같이말해왔습니다.누구도자본을심판할수없으니이체제를믿으라고말입니다.“겨드랑이에코박고다리사이에취한개”(「밤의아돌프」)의형상처럼자본은오직자기자신에감탄하며“자신을쓰다듬”는자기애적체제입니다.자기외에는누구와도대화하지않고누구와도사랑하지않죠.
제가표정을잃고침묵할때시인은웃으면서체제‘너머’로탈출합니다.물론그것또한쉬워보이진않습니다.“밤과낮이/장미울타리를경계로으르렁댄다”(「마블링」)는진술처럼낮과밤,그러니까현실과현실의바깥은‘마블링’처럼서로섞일수없는적대적경계를사이에두고있기에경계를넘어가는일은피투성이가되는일입니다.

임재정이시를쓰는이유는폭력의체제인장벽‘너머’로탈출하기위한시도라는걸모두짐작하셨을겁니다.더궁금한대목은그다음이죠.지금부터는그가어떻게장벽을넘었는지에귀기울여보십시오.황당무계한소리로들릴지도모르지만있는그대로말씀드리겠습니다.퇴근후집에돌아와시를쓰는시인의모습을기억하시죠?온전한자신의얼굴로시를쓰던그는돌연어둠속으로사라지고말았습니다.어둠이짙어지자윤곽이흐릿해지면서그는어둠속에배어든것입니다.하지만그가여기없는것은아닙니다.소란한수면아래고요한물속이나불빛에드러난세계를떠받치는어둠속,체제의감시에발각되지않을어딘가에그가있습니다.기회를엿보는도둑처럼웅크리고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