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들 (The Places)

장소들 (The Places)

$14.00
Description
가스통 바슐라르를 넘어서는
이미지와 상상력의 시적 교감
일상의 마비된 의식 속에서 ‘장소’는 그저 도구적 의미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기억과 인식에 의해 ‘장소’는 새로운 사유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류성훈 시인은 마치 자신의 비밀스런 시작 노트를 꺼내놓듯 자신만의 몇몇 공간을 호명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느끼고, 그것들과 어떻게 어울리며, 어떻게 위로받고 보듬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자기 삶의 보잘것없는 기록에 불과하다며 에둘러 겸손을 보이지만, 지리멸렬한 삶의 흔한 질료로서 ‘장소’가, 무료하게 얽혀있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빛을 내며 가치를 획득하는지, 시인만의 고유한 사유로 이를 증명해 보인다.

『사물들』의 후속 작업으로 출간된 『장소들』은 우리에게, 가장 낡고 무심했던 ‘장소’에 관한 참신한 인식과 소중한 기억, 애틋한 질문을 다시 한번 뜻밖의 발견을 선사한다. 삶의 의미를 묻고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추억과 가치를 기록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장소’에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그것을 정리하고 측정하고 활용하며 또한 추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세상에서 분명한 시작과 끝을 가진 채 태어난 우리에게 ‘장소’는 고귀하며 또한 불가피한 양식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

류성훈

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시집[보이저1호에게][라디오미르],산문집[사물들―TheThings][장소들―ThePlaces]를썼다.

목차

01묘13-선산/다시갈수없는곳/추모공원
02도장(道場)23-다잡아주던/관계와조화/도복을개면서
03강가35-기벽/노지/순례
04서재47-지적인로망/사유의거울/내면같은소리하고있네/화단가꾸기
05고향59-신기루/돌아갈수없는/그리움이라는사치/조심히,그리고건강히
06작업실73-집아닌집/‘돈’부리영감/자유의힘/응원의공간
07병원89-비둘기/사고의추억/고통에대하여/실외흡연구역
08산103-유성우/산이가르쳐준것/지팡이깎듯이
09차실(茶室)115-창고로부터/부끄러움/물을다루는방식/줄것이있는
10집필실129-매미/우화/호리병박/증평의밤/알수도알필요도
11공방141-맹가미/미니멀리즘으로부터/도자기/미리행복한꿈
12지대방155-서울,첫/성지/선방의불상처럼/오래남아있는것
13성당167-크리스마스선물/빨마성물부/다시만날때까지
14동해179-강릉/정동진/경포대
15자전거길189-남한강/터널/더큰고독속으로/좀더고귀하게
16교실205-해서도,안해서도/모름의방식/나쁜선생,나쁜시인/서문
17이곳217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장소에대한새로운시적사유
기쁨에서슬픔까지,후회에서감탄까지의심상지리학

저자는고향,동해,강가,서재,작업실,집필실,교실,공방,병원,성당,자전거길등에대한개별적이고특별한추억과고유한가치를부여하고있다.시를쓰는시인으로서장소를어떻게느끼는지,특정한장소에대한고유한정체성과분위기가어떻게부여되는지를고찰한다.또한그장소가공간적으로우리를어떻게구속하는지,장소에대한애착은어떻게형성되는지,어떻게애틋한장소가될수있는지시인의통찰력과경험으로친절하게설명해준다.
시인의감각으로동일에장소에대해우리가갖는감정의온도차가무엇때문인지,왜우리는자신만의장소를갈망하는지,장소가우리에게어떻게살아가는힘이되는지에대한사유를여과없이보여준다.이러한사유의전개방식은시에가깝다고할만하다.
도장이나서재,집필실,교실등일상에서반복적으로만나야하는공간부터산,동해,자전거길,고향등폭넓은관점의공간까지다각도로접근하면서추억과사유를펼쳐보인다.작가는자신이발견한공간속아름다움과자신의추억을독자들이함께느끼고,나아가높아진안목으로삶을풍요롭고만들수있도록함께해준다.

■추천사

권혁웅(시인·문학평론가)

공간은텅빈곳이다.근대인은공간을무한하게펼쳐진균질적인허공이라고상상했다.공간은종착지(목적)도없고출발지(동기)도없는삼차원의지옥이다.거기사람이서서앞뒤와좌우와위아래를둘러볼때비로소공간은장소가된다.장소가있다는것은‘나’가거기에있다는뜻이지만,반드시거기에는‘너’가와야한다.네가없으면장소는맞세운거울처럼나만을되비추는동일성의연옥으로바뀐다.너와나사이에서유한한삶이,하지만유한해서아름다운그런삶이시작된다.류성훈의이책은그런장소들중몇몇을독자에게펼쳐보인다.이곳에는기쁨에서슬픔까지,후회에서감탄까지연속되는감정의환등상이있고,유년과청년과중년을겹쳐읽는기억의독순술이있으며,말한것과말하고싶은것과말할수없는것이서로의배음을이루는욕망의복화술이있다.시를좋아하는이에게는한재능있는시인의시작노트를읽는일이될것이며,삶을사랑하는이에게는생활과생명과생각이태어나고영위되는현장을경험하는일이될것이다.제국주의자들이지리학으로세상을정복해야할영토로만들고정치가들이지정학으로세상을싸움터로만드는동안,이시인은심상지리학으로세상을살만한곳으로만들었다

■작가의말

이책에서의장소들은그런우리의짧은삶속에서느끼고어울리고위로받고보듬을수있는방식으로서우리가모르는,그리고앞으로도모를시간과대상을아우를방법에대한개인적고민과그우매함으로서현전합니다.저는그우매한과정들에대한개인적사랑에대한기록으로서《사물들》에이어이책을내어놓습니다.
본졸문들은개인적인삶속보잘것없는몇가지기록에불과합니다.동시에이글을읽어주시는모든보편적당신에게보내는,지리멸렬한삶들의흔한질료들과끊임없이,그리고무료하게얽히는일상속에서어떻게나,그리고나의것들에대해사유할지에대한몇가지질료이자글쓰기에함께할행복한고민으로서스며들기를소망합니다.

2023년여름
당신이서있는모든곳에서
류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