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 시인의일요일시집 17

활력 - 시인의일요일시집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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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과 울음의 환하고 맑은 내력
그것은 삶의 또다른 활력
김산 시인은 “말과 사물 사이에서 온통 달리고, 뛰어오르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시적 모험으로 충만해 있었다. 기존 시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명명의 세계로 내딛고자 하는 의지도 분명해 보였다.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언어의 고삐를 틀어쥐는 장악력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처럼 즐겁고 명랑한 시의 유목도 분명 시의 새로운 징후라 짐작되었다”는 평을 받으며, 2013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 받았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이정표와 같은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전에 시인이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 서 있었다면 지금 시인은 슬픔과 울음의 경계, 외롭다는 것과 고독하다는 것 사이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이곳엔 멀리로 돌아간 친구가 있고, 할미꽃을 닮은 일흔의 노모가 있고, 쓸쓸함과 고독을 신으로 모시는 사내가 있고, 미친 척 야밤에 앰프 틀어 놓고 기타 치는 시인이 있다.

이번 시집에는 유독 슬픔이 많다. 시집 해설을 맡은 유종인 시인의 지적처럼 그가 보여주는 “슬픔의 저간에는 삿됨보다는 애상의 굽어살핌과 맑음이 감도니 이는 흉사가 아니라 상서로움의 기미”로 읽힌다.

아마도 김산 시인이 사라지는 것들, 떠나가는 것들, 닳아버린 것들, 떨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이 시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그가 운용하는 슬픔은 각각의 걸음걸이와 눈길의 전후좌우, 감각의 높낮이와 질감 모두를 거느리고 있다. 슬픔을 단순히 울음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울림으로 이뤄 또다른 나와의 연대를 시도한다.

김산 시인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여리고 절절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의 남루를 이끌어 낸다.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어느 순간 자기 삶에서 멀리 밀어내는 그런 풍경들은 시인이 꾸리는 마음의 살림살이, 이번 시집의 진경이다.

저자

김산

충남논산에서태어나2007년《시인세계》로등단했다.시집『키키』『치명』이있으며,2013년대산창작기금수혜,제주4·3평화문학상,김춘수시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현재프로젝트포크밴드에서노래와기타를치고있으며,인천동화마을에서까만강아지‘나무’와오붓하게살고있다.

목차

자라나는마음/바람과손/호명/포스트잇/현존/최후의사람/맹목/거울
/108배/쓸데없는것들로가득한세계/깻잎도뱀도그리고나도/이끼/감나무
/세상의애인들/개장/몽돌/한참을웃고떠들고이내평온해졌다가고개를주억거리더니다시금혼자키득거리는사람/구두끈을묶다/거북이/울산/참형/바람과나
/미쁜집/오직,바람/거울과겨울사이의시간/당신의물/사라지는나무들/출가
/그래도구월이다/흰개/걷는사람/이인자/저녁의비취/저녁의문/저녁의붓다
/동토/활력/독감/고라니를생각하다/벚나무잎이천천히떨어지며남기고간사소한것들/낡은서랍은말을한다/넘어지는사람을보았다
/사막의거북이는오아시스를생각한다/나무들/예버덩에서
/가라앉히기에충분히설득력있는노래/36.9/희준에게/갈애/울어라!피아노
/마을/사이/오늘의시/오늘의가난/슬픈찬란/참깨/목불/세탁왕/INFP-A
/입적

해설울음의활력|유종인(시인)

출판사 서평

슬픔이비로소밝아지는,참좋은울음터

김산의이번시집엔유독슬픔이많다.그럼에도(김)산이의슬픔의저간에는삿됨보다는애상의굽어살핌과맑음이감도니이는흉사가아니라상서로움의기미가아닐까도싶다.왜냐면슬픔이기피하거나불가피하게저항해야할부정성의요소로치부할터부가없기때문이다.어느새시인의일상이며어쩌면숙명의여줄가리이며시의본편을이루는소소하지만소중한밀생(密生)들이아닐까여기게된다.그러기에시는일종의복기(復碁)의기운이완연하다.방금의실황도어느새기억의옆구리살이되었으니어릴적할머니의옛날얘기같은기억의시편은시인(김)산이만이쪘다뺐다를할수있는감정의육(肉)일지도모른다.그런데그게딱히슬픔인것만도아니어서이제는감정과생각의기운처럼번져시의정수박이와내통하는지도모른다.

소통매체가급속도로발전하는요즘의상황에서도우리는기계적인소통만하는것은아닌가,라는회의에빠지곤한다.진정한소통보다는오히려매체를통한소외가한쪽으로쌓이는것은아닌가,하는의구심말이다.이런회의적인상황에일침을가하는(김)산의시구가낮벼락처럼돋아났다.낯모르는사람인데도“그동안살아줘서고마워,있어줘서그걸로됐어”라며사해동포주의의너름새를보는듯한시인의어느하루한순간은급기야“하마터면일어나서한명한명뽀뽀를할뻔했다”는지점에서조금은눈시울이습습해지곤한다.그럴때“가슴이벅차올라울컥하는”일이야말로지금의강퍅한세태에얼마나종요로운지점인가를새삼환기하게된다.이것이설령감상이라고하더라도이런감상성은지극한사람으로서귀하고미쁘고늡늡한속종일테니말이다.그러니더이해타산에물든이들은이런시편에골똘하니돈독하게물들어봤으면한다.

산이시인의슬픔은울음을추동하기도하고울음을담담히품고있기도하며세상을향해자비심으로펼쳐두려고도한다.그런데무엇보다도중요하고종요로운점은시인의울음은결코비탄이나감상이아니라존재의활력을도모하는기운생동의기미가완연하다는점이다.나는그점이미쁘고고맙고그야말로시인으로서‘백옥무하(白玉無瑕)’하다

■시인의말

나의20대는‘나는것’이었고,
나의30대는‘잘죽는것’이었다.

나는아득한그곳으로날아올랐고,
죽음너머에서손을흔드는애인을보았다.

알고있다고자위를하며다독거렸지만
당최알수있는건하나도없었다.

‘은하’와‘주원’이멀리돌아가면서
맑고밝은슬픔한덩어리를남겨주었다.

착실히늙고있는오늘에게
고마움과미안함으로큰절을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