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당 부당시 - 시인의일요일시집 22

부당당 부당시 - 시인의일요일시집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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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과의 불화를 꿈꾸는 당당한 시
이질적 감각과 부정성의 경험에 대한 모험
서유 시인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십여 년 전에 이미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이다. 소설의 입체적 시점이 가미된 그의 시세계는 다소 전투적이다. 이따금 독자를 곤혹스럽게까지 한다. 고양과 위로의 전통적 예술 개념에서 벗어나 대중적 취향과는 동떨어진 지점에 시가 위치한다. 『부당당 부당시』라는 시집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 있듯이 시인은 부르주아사회로부터 물러나 반상업적이고 반자본주의적 형식을 통해 예술의 자율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려 노력한다. 평균화된 취향에 극렬히 저항한다. 그래서 그의 시세계는 낯설고 난해한 세계를 드러내고,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 아니라 거북하고 불쾌한 모습을 통해 시인 고유의 인식을 보여준다.
서유의 시는 습관화되고 자동화된 감각에 덧씌워져 있는 관습의 꺼풀을 벗기고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예술이 지닌 의미와 내용의 도구화를 지양하고 사회적 소통마저 거부하려는 의지가 바로 서유의 ‘부당시’다.
암묵적 사회 지배 체계에 대한 저항과 순응 사이의 경계에서 서유 시의 주체들은 혼란스러움을 경험한다. 자본의 거대 담론이 본격화되면서 정신적 가뭄이 시작되었고, 가볍고 즉흥적인 포스트모던을 지향하는 이 시대에 시인은 “아침부터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당대성과 정치성이 좌편향적인 걸로 감추지 않는다. 세상의 부당당함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기괴한 표정을 찾아 방구석을 기어”다니는 짐승을 거부하지 않고, 존재감이 희박한 주체들의 표상을 만들어낸다. 자본주의적 세상이 폭력적으로 붙여 준 이름 ‘제니퍼’를 거부하자고 한다.

저자

서유

2017년《현대시학》시로등단했으며,2003년《경남신문》신춘문예에소설로등단했다.
시집『부당당부당시』가첫시집이다.

목차

1부-쓸모없는것들이태어나서이렇게쌓이고있으니
원시인/온천천/나는세상의모든개를제니퍼라고부른다/맙소사,매카시
/모던하우스/마리오란자,당신은빠지세요/잠귀신/쾨니히스베르크안경점
/나의첫번째트랙/고추傳/가뭄

2부-내가너무살아있는척을했지?
단수/부패/기린씨,이제좀가주시면안될까요/관상용애인/마리아주/NEXT
/난전/월식/바이러스/발랑,밤/아보카도

3부-제발손가락좀찢어봐
마스터클래스/해프닝과해프닝사이/피구/다큐멘터리/터미널/노마드/살갗아래
/구석/12월26일/Scene1.육체미/쳐다보지도못하게/뚜렛/거울

4부-가장슬플때나는,한다
콜걸/인사/불쾌한골짜기/글로리홀/눈사람의모자같은것/사랑니(智齒)/월식
/설탕과케첩이공존하는핫도그를들고/이층에꽃집/은희/정전기
/홀이라는어감에대하여/제비

5부-나를불러주는세상에서
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부당시

해설
제니퍼,나는제니퍼가아닙니다|신상조(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비속한주체의파격적도발
제니퍼,나는제니퍼가아닙니다

요약하자면『부당당부당시』의1부에서4부까지는“제니퍼”라불리거나“제니퍼라고불러”주기를요청하는세상에대한이해와인식이전반을이룬다.시를내면적고백과세상을향한관심으로단순히이분화할때,서유시인이응시하는대상은분명세상이다.그런의미에서‘부당시’라는단일한제목의시편들로만묶인5부는4부까지와는달리주로자기고백적인시편들로구성되어있다.아널드는“시는인생에대한비평이다”라고단언한다.시란사회나세계에대한인식을표출하는외에도개인의정서와체험을통해인생의본질을파악하는표현방식인것이다.이처럼사적이면서내면적이라는특징외에도‘호명’에대한시인의인식과태도가다소차이를보이는데가5부이기도하다.1부에서4부까지의‘이름불러주기’에대한시인의인식은제니퍼라는이름이“너무개같고자본주의냄새”가난다는표현으로미루어짐작할수있다.자본주의라는타자에호명된존재로서의‘제니퍼’.본명이안나푸틴인이들모두가다시‘제니퍼’로태어나는세상이다.이는“주체는타자가불러준이름속에있다”란루이알튀세르의구조주의를떠올리게한다

결과적으로‘부당시’에서의부당함은‘제니퍼’라는이름을강요하는세상의부당함을드러낸다.앞서의호명이자본주의적타자가강제하는이름이라면,후자의호명은제니퍼가아닌주체의정체성을드러내는이름들이다.해서개와고양이,아이와코끼리와유령은제니퍼라불리기를거부하는주체들의선택이아니라,그들을향해세상이폭력적으로붙여준이름이리라.자본주의적타자에의한,자본주의적타자를위한,자본주의적타자의제니퍼들을향해시인은“눈을감았다가다시뜨면우리는모두새로운사람이되어있을거예요.하나,둘,셋,이제눈을”(「부당시」4)뜨라고요청한다.부디거울에비친당신
이제니퍼가아니길바란다.

시인의말

이름을지어주고는부르질않는다.
나는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