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쥐똥나무 - 시인의일요일시집 25

아무렇게나, 쥐똥나무 - 시인의일요일시집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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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4년을 여는 특급 유망주의 뜨거운 기운
투고 두 시간 만에 전격 계약한 시집
201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박길숙 시인의 첫 시집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오랜 습작 기간을 거쳐 등단한 박길숙 시인은 등단 당시 이미, 완성형의 신인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을 맡았던 정진규 시인은 차점자였던 박길숙 시에 대해 “발랄한 감각과 자유분방한 보폭이 흥미로웠다”고 밝히며 박길숙 시의 큰 덕목으로 “새로움의 추구”을 꼽았고, 2017년 《문학사상》 신인상 심사위원들은 “현실을 시의 성채 안으로 이끌어 오는 힘”을 갖췄다며 그를 제70회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의 당선자로 결정했다.

박길숙 시인이 이메일로 한 권의 시집 분량 작품을 투고하였을 때, 마침 이를 받아본 시인의일요일 편집주간이 그 자리에서 원고를 읽고는, 시집 선고위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바로 전권으로 시집 출간을 결정했다고 한다. 투고한 지 불과 두 시간만의 결정이었다. 편집주간은 다른 출판사에 이 원고를 빼앗기기 싫어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며 선고위원들의 양해를 구했는데, 이후 박길숙의 투고 원고를 돌려본 선고위원들도 하나 같이 “남 주기 아까운, 보석 같은 원고”라고 평가했다.

견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박길숙 시인의 시선이 대단히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다. 일군의 신인들처럼 날것의 이미지를 서툴게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예리한 사회의식과 자신만의 새로운 감각을 투영하여 한 편의 시로 완성시킨다.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타율성과 내부로부터 주장되는 자율성의 혼류하면서 태어나는 새로운 감각이, 바로 박길숙 시인의 매력 혹은 마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상투적인 일상이 되어버린 안온한 삶을 의심하며 파열시키고 싶은 문학적 욕망을 과감하게 표출시키고 있다.

저자

박길숙

저자:박길숙

2017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

목차


1부
월요일이어떨까/아무렇게나,쥐똥나무/나의우주선/저수지/빌린정원
/브로콜리숲으로가요/밤의재단사/장미와나침반/지미니크리켓
/모호로비치치의연설문/자작나무와유리병/방범창/상자들/가족사진

2부
송호리/월세/동창회/나도선인장/봄/달지는소리/검정블라우스를입은소녀
/무릎담요에서떨어지는바나나의속도/개에게서소년에게/저녁의모든걸음/별사탕
/적도에서온남자/맨홀/천사를봤다고말하는순간/위험한독서/없는사과
/하우스하우스오나의하우스

3부
연꽃잎의소매를단블라우스/s오비탈/알비노/자연의밤/접속조사와/그여자의레시피
/사다리타기/4월의세드나는아직떠오르지않았다/흐르는방/공중재배/Watchdog
/갑주어/거미와뜨개질/동물원/골목의사생활/손잡이가없는문/다정한주먹들
/빨간구두

해설
엘레바시옹(elevation)의발랄한시적고투|박대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삶에저항하는예술’과
‘삶이되려는예술’사이를횡단하는시인

동일자적사유는모든사물과현상이본질적으로하나이며서로분리될수없다는것을강제한다.파시즘은이러한동일자적사유를통해국가와민족을하나의유기체로파악하고,국가의통일과안정을위해모든구성원의복종과희생을요구한다.역사적파시즘은종식되었으나,동일자적사유의폭력은파시즘의뿌리로여전히이세계에잠복되어있다.동일자적사유의집단화는개별자의욕망을집단화된주체의욕망을승인하기위한거수기로전락시킨다.이시집의도처에는개별성을말살하는동일자적폭력에대한경계심이포진하고있다.

이시집의모던한이미지들은자본주의의환등상에서비롯되고있지만역으로환등상에미세한균열을낸다.자본주의의주술속으로걸어들어가그주술을내파하는언어를구사하고있는것이다.자본주의환등상을내파하는시인의힘은“상자에서태어난인형”,“피와살이없는너는마론인형”,“바닥부터알아채는눈치빠른인형”(「상자들」)과도같은,자본주의의주술이닿지않은원초적과거의기억에뿌리내리고있다.시인은과거의원초적이미지로써현재(자본주의)의주술을정지시키는변증법의언어를구사하고있는것이다.

이시집은여전히이세계를지배하는동일자적사유의폭력을넘어서고자하는시적기획이다.“나에겐걸어도된다는면허가”(「적도에서온남자」)요구하는세계,“여자얼굴을익반죽하는”(「맨홀」)남근주의적폭력이자행되는세계를넘어모든개별자들이“제목이있는블라우스를입고/무릎이나온문장에밑줄을”(「연꽃잎의소매를단블라우스」)그을수있는세계,“각자주어에밑줄을긋고자신에게질문을던”(「모호로비치치의연설문」)지는세계를소망한다.그세계는“최소한같은곳을보고몸을드러내지않아”도되는세계,“담벼락을넘어가는능소화”(「가족사진」)가마주하는세계다.시인의시는“누수를앓던방”(「나의우주선」)을벗어나그러한세계를견인하고자하는발랄하고모던한시적고투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