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 시인의일요일시집 26

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 시인의일요일시집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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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깥의 안부를 먼저 묻는,
당신의 사투리를 받아쓰겠다던 시인의 첫 시집
2019년 《영남일보문학상》으로 등단한 서진배 시인의 첫 시집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지천명의 쉰 살에 첫 시집을 내는 일이 요즘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늦깎이 시인으로서 오랜 세월 시에 바친 그의 순정과 삶의 열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등단 당시 심사를 맡았던 이하석 시인과 이경수 교수는 “이름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을 담담히 말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등단작 「이름」에 대해 평가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서정시의 전통적 주제 안에 놓여 있으면서도 자기 삶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예민한 시선을 귀하게 여겼다.
일상의 사소한 체험에서 시적인 순간을 발견할 줄 아는 서진배 시인의 시적 매력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봄으로써 자기성찰적 시선을 드러내는 데에서 돋보인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에 제동을 걸고 싶어 하는 그의 시적 태도 역시 성찰과 반항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서진배 시인은 5년 전의 당선 소감을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바깥의 안부를 먼저 묻는 당신의 사투리를 받아쓰겠다”고. 그가 말했던 ‘바깥의 안부’와 ‘당신의 사투리’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번 시집 안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서진배

저자:서진배

충남부여에서태어났다.

2019년《영남일보문학상》으로등단했다.

목차

흥얼흥얼/이사2/액자의기울기/양말/잠만자는방/이사/811호/바늘의자리/통화/스마트폰두고사람에게길을묻냐는소리를들었습니다/센서등/화석/폐지/줄다리기/시간의약도/우리의혼잣말은언제만날까/서울가정의학과의원/복용법/돋보기/어쩌면너는시에서떨어져나온한조각일지도,/당신은벽을하나키웠습니다/접는선/미다스의손/숨은그림찾기/시력검사/무릎의무렵/왜전동차문은늘내가달려가는속도보다빠르게닫힐까/허수아비/접촉사고/저울/남탕/고양이무게를재는법/보물찾기/공/밖을부르는안/당신이비누를고르는법/거기도정전이야?/도큐하우스/선화동콩나물밥집/후지필름/제주석물원/차귀도/어떤위로/우리가울린게아닐까/공포탄/푸른치과/리누갤러리/덤덤/우리는누군가의울음을훔쳐울고/공터/마라도/매듭법/장난감기차,기차떠나간다/이름

해설
슬픔의강을따라흥얼대는노래|이경수(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마음을돌볼줄아는,
단단하면서도따뜻한숨결의시

서진배의시는결핍에서온다.아픈가족사와그중심에있는어머니,그리고벗어날길없는가난.흔하다면흔한사연일수도있지만결핍의시간을지나며거기서꽃핀것이서진배의시다.그런데서진배시에돌올한개성을입힌것은마음을돌볼줄아는예민한시선에있다.결핍에아파하고괴로워했던시간을견딘이에게만허락된시심이서진배의시에단단하면서도따뜻한숨결을불어넣는다.
서진배의시에짙게드리운슬픔과페이소스는삶의고단한체험에서빚어진다.가난에익숙해진서민들이하루하루의일상속에서경험하는사소한순간들에서서진배시인은시적인순간을발견한다.서정시가오랫동안내내지켜온자리를서글프지만담담하게그의시가지키고있다.아무렇지않은듯내뱉는담담한전언은지독한슬픔과지난한아픔의시간을견디며생성된것이다.서진배의서정적인시들이종종세상에대한알레고리로기능하거나아이러니를품고있는까닭은체험의단단함에서비롯된다.

서진배시인의첫시집에지배적으로흐르는정서는슬픔이다.슬픔은누군가를상실한체험에서비롯되기도하고좀처럼메워지지않는결핍에서흘러나오기도한다.중심에서밀려났다는감각이나버림받은경험으로부터발생하는감정이기도하다.서진배의시는그런이유로흘러나오는슬픔을예민하게감각하면서도슬픔에젖어들어매몰되지는않는다.사람마다슬픔을느끼는결도표현하는방식도다르다는사실에오히려주목한다.서진배의시에서슬픔이마음을돌보는힘을발휘하는까닭은바로여기에있다

서진배시인에게세상은혼자사는곳이아니다.혼잣말도혼자하는말이아니라는시적주체의전언에는더불어살아가는공동체에대한서진배시인의인식과바람이담겨있다.“세상에혼잣말은없”고“지금없는사람에게하는말이고,/여기없는사람에게하는말”이며“둘이멀리서하는말일뿐”이라고시의주체는말한다.벌써묻고이제대답하는시차가있을뿐애초에대상을향하지않은혼잣말은없다는이시의전언은서진배시인에게시란무엇인지짐작케한다.서진배의시또한“미처못한말이고,/차마못한말이고,/이제야하는말이고,/아직인말일”지언정독자를향하지않는혼잣말은아닌것이다.그러므로그의시는독자를향해,세상을향해,‘우리’가만들어가야할‘우리’공동체를향해말을건네고마음을건네며슬픈노래를흥얼댄다.그의시는“아직만나지못한”독자를향해“아직가는”중이다.이제미지의독자가그의말에응답할차례이다.

시인의말

아무래도여기담은시편은
당신이더듬더듬불러준슬픔을내가받아쓴듯싶어요

먼당신에게갚을길없어내가사는세계에그슬픔을갚아줍니다

당신은나의세계였으니까요

정당신손에받고싶으면,
내가사는세계에한번다녀가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