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밤으로 갈까 - 시인의일요일시집 28

너의 밤으로 갈까 - 시인의일요일시집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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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을 다스리는, 목사 시인이 쓴
말이 아닌 마음속의 기도
김휼 시인은 120년을 넘긴 유서 깊은 교회(광주광역시 송정제일교회)에서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시단에 정식 데뷔를 통해 창작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목사 시인이다. 그의 시편에는 시와 신앙이 접목되는 지점의 풍경과 우리네 삶을 넘나들며 궁구한 서정과 사유의 미학이 펼쳐지고 있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9남매 중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난 시인은 “헤아리는 마음으로 사물을 오래 들여다보면 신비 아닌 것이 없고 기도 아닌 것 없어요.”라고 말한다.

김휼 시인의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는 무너질 것만 같은 존재의 곁에 머물며 마음을 애쓰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걸 시로서 보여준다. 그는 “귀가 깊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도맡”는 시인으로서, 바깥의 슬픔을 다독이다 자기 안의 슬픔을 앓게 되더라도 그 고통을 감내하려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시인은 구체적 슬픔의 안쪽에서 손을 내밀어 소소한 일상을 재건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일이 가능하게 만든다. 김휼 시인은 이러한 자세와 역할이 시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김휼

저자:김휼
2017년《열린시학》으로등단했다.
시집『그곳엔두개의달이있었다』,
사진시집『말에서멀어지는순간』이있다.
목포문학상본상,열린시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식물의시간/퇴행성슬픔/에덴의기울기/지평선,가로는선해요/사라지는기분,살아지는기분/침묵의문장들/돌의기분/달을위한레퀴엠/알리움알레고리/꽃게에게해명의시간을,/花요일의향기/침묵의음표/초사흘엔할단새가떠올라

2부
숨속에,움속에,툼/마트료시카/이를테면,페르소나/네트멜론/새라는문장/몰염치/침착하게불사르기/슈뢰딩거의고양이/석류/늑대거미/달과흰개미와사막의우물/선,/설합(舌盒)

3부
화살나무와붉은과녁/부재/억새/불꺼진얼굴/머뭇거리는침묵/물의혼례/정령치의봄/외딴문장으로남은저녁/텅빈꽃자리에그만한게있을까/혀끝에피는꽃/콩고르기/지금은떠나간이름을불러보는시간/둥글어진웃음/사람주나무에이르는동안

4부
너의밤으로갈까/나이트라인/대답을들려주지않아도괜찮아/달을품은마을/나는빈잠을굴리는사람/달정원/추억과기억사이고르디우스매듭/하염없는,거리/간돌검/일요일엔차를즐겨요/글을낳는집/구두점을찍고싶은계절/흘러내리는결론을붙들어앉히고/회귀적기울기

해설
구두점없는앓음의시|이병국(문학평론가·시인)

출판사 서평

슬픔을다스리는,목사시인이쓴
말이아닌마음속의기도

김휼시인은120년을넘긴유서깊은교회(광주광역시송정제일교회)에서목회자로사역하면서시단에정식데뷔를통해창작활동을펼쳐오고있는목사시인이다.그의시편에는시와신앙이접목되는지점의풍경과우리네삶을넘나들며궁구한서정과사유의미학이펼쳐지고있다.
농사를짓는아버지와어머니사이에서9남매중일곱번째딸로태어난시인은“헤아리는마음으로사물을오래들여다보면신비아닌것이없고기도아닌것없어요.”라고말한다.

김휼시인의시집『너의밤으로갈까』는무너질것만같은존재의곁에머물며마음을애쓰는일은쉽지않다는걸시로서보여준다.그는“귀가깊어누군가의말을들어주는일을도맡”는시인으로서,바깥의슬픔을다독이다자기안의슬픔을앓게되더라도그고통을감내하려안간힘을쓰며버틴다.시인은구체적슬픔의안쪽에서손을내밀어소소한일상을재건할수있도록서로가서로를돕는일이가능하게만든다.김휼시인은이러한자세와역할이시인의소명이라고생각한다.

곁이라는,바깥의깊은고독을아는시인이펼치는
시와신앙이맞닿은지점의서정과사유

아무리묻고고민한다해도적절한답을구할수는없을것임을우리는안다.고통스러운상황에놓였을때분노하고탄식하는것은마땅히필요한노릇이지만,그것이과도한격정이되지않도록슬픔을다스리는것도필요하다.분노와탄식이후,그너머를바라볼수있도록단정함을유지하는것,그것이시인이수행해야하는바인지도모른다.어떤면에서이는세계의아픔을대속하는시인의역할과유사한맥락처럼보인다.아이를잃을지도모를어미의고통,반대로어미를잃은자식의슬픔과“지붕을잃고싶지않아”그저“가두고지키는일에생을걸”어온(「설합」)이들의불안등이러저러한아픔에공감하고그곁에서함께앓는존재로서김휼시인이『너의밤으로갈까』를통해보여주고있는바가그러한것처럼말이다.

그런위험을피하기위해김휼시인은‘나’를“너의밤으로”데려가고자한다.이는골목이너와내가함께공유하는삶인것처럼‘너의밤’이‘나의밤’과다르지않아그것을공유하고나누고자하는행위로이어진다.물론이때주체는타자와의차이를분명히하여타자를주체에귀속시키지않는것이중요하다.섣불리타자와주체를동일시할경우,그것은환대가아닌연민으로전락할수있기때문이다.그러니“존재방식에따라끓는점이다르다는것”을,“허기질수록뜨거워지는이쪽의방식과/점유할수록서늘해지는저쪽의방식이대치하고있는담장”을인식하고“길의어깨에기대어”사유할필요가있는것이다(「일요일엔차를즐겨요」).김휼시인이시집『너의밤으로갈까』의여러시편에서재현한바가바로이러한사유에기대어있다는걸알수있다.죽음의이미지를재현하면서그로인해발생하는구체적슬픔의안쪽을반복하여내보임으로써‘너의밤’,즉타자의고통을함께앓는시인의시적윤리가그것이다.나아가“떨쳐내지못한어둠”을어쩌지못한채“구두점을찍”어(「구두점을찍고싶은계절」)끝을맺기보다는함께어둠과밤을앓음으로써“또다른시작으로가는길의끝에서//흘러내리는결론을붙들어앉히고//구름을벗어난하늘위의하늘”(「흘러내리는결론을붙들어앉히고」)을바라보고자한다.그리하여김휼시인의시는구두점없는앓음을지속해나가는것인지도모르겠다.“안으로닫아건상처들이한번에왈칵쏟아질것도같은”,그래서“범람하는슬픔을가두고글썽이는눈동자”(「달정원」)로“빈잠을굴리는”(「나는빈잠을굴리는사람」)김휼시인의시가아프게읽히는건그때문이리라.“부디,가는길이아름다울수있길/뜻을얻고무사히멈출수있길”(「구두점을찍고싶은계절」)바라는마음을시인의곁에덧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