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의 탄생 - 시인의일요일시집 29

기분의 탄생 - 시인의일요일시집 29

$12.00
Description
시창작법의 베스트셀러 시인 하린이,
바깥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동의, 연대의 기록
창작과 지도를 병행하는 하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기분의 탄생』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하린 시인은 주요 인터넷서점의 ‘시 쓰기’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시클』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의 저자로, 실제 창작과 창작이론의 경계에서 모범적인 시세계를 펼치고 있다.
등단 이후 활달한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 감각으로 개성 있는 시세계를 펼쳐온 시인은,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제거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시로 형상화해 낸다. 시인은 청소년, 이방인, 노동자, 연습생, 알바생, 가장, 세입자, 택배기사들이 내는 비탄과 좌절과 치욕과 비굴과 자책과 눈물의 목소리를 시의 육성으로 우리에게 더욱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린 시인은 그의 시가 지닌 장점인 거침없는 언변과 대담한 사유로 “제도적 인정과 인준의 회로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선명하고 감각적 이미지들로 새롭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가 알아야 할, 사회적 모순의 시스템을 함께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삶의 비애와 진실이 담긴 쓸쓸한 풍경을 경쾌한 리듬으로 변주하며 중첩하는 하린 시인의 시적 시도는 우리 현대시의 또 다른 쾌거라 할 만하다.

저자

하린

저자:하린
2008년《시인세계》로등단했다.
시집『야구공을던지는몇가지방식』『서민생존헌장』『1초동안의긴고백』,시창작연구서『시클』『49가지시쓰기상상테마』,평론집『담화구조적측면에서의친일시연구』등이있다.
송수권시문학상우수상,한국해양문학상대상,한국시인협회젊은시인상등을수상했다.
현재단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초빙교수와계간《열린시학》부주간을맡고있다.

목차

1부기분의탄생
기분의탄생눈사람/기분의탄생납/기분의탄생하수구/기분의탄생강박/기분의탄생가장자리/기분의탄생벌레/기분의탄생이중부정/기분의탄생상자속상자의세계/기분의탄생날짜변경선/기분의탄생슬리퍼/기분의탄생거푸집/기분의탄생이방인/기분의탄생희생번트/기분의탄생딸기우유의기분/기분의탄생면역/기분의탄생편의점/기분의탄생세한(歲寒)/기분의탄생후에/기분의탄생부재

2부안목
AI/악플/동기와원인/가스라이팅/호모소모품스/조커처럼비참의극단까지가본적있니어떤소수자의목소리로/셀럽/선택/청소년/로드킬/광장의얼굴/연습생/家長/안목/훅/맨드라미처럼/비상구에대한역설

3부금요일밤의자학
눈꺼풀의무게/관찰자/운지(運指)/금요일밤의자학/인간실격/송곳/악순환/문/알레르기/지금이순간추억은음성입니다/혼밥/토요일밤8시55분의공상/만약내가불타는종이의유언을듣게된다면/뒷모습증후군/포지션/사과의연대/계절이체념과침묵을가질때/젤리

해설
서발턴에게경의를|오민석(문학평론가·시인)

출판사 서평

모순을견디며새로운세계를꿈꾸는
그들에게보내는미적경의

시인은서발턴의입장에서서발턴의감성을정확하게그려낸다.“자학”,“자책”,“수치심”,“비굴”같은정서들은하나같이갑과의관계에서발생하는을의것이다.이런정서들은한결같이문제의원인을자신에게돌린다.“다내잘못이니까”라는고백은지식인하린의고백이아니라보편적서발턴의목소리이다.서발턴의목소리는그것이무엇이든(“주석도/프롤로그도/에필로그도”)처음부터끝까지“주목받지못”한다.“나는나의방식으로안쪽을이해했을뿐”이라는발언은문제의모든원인을자기내부에돌리고그너머까지나아가목소리를내지못하는서발턴의자기고백이다.하린은이와같은미적허구-형식을동원해서발턴의목소리를서발턴의한계까지담아내며절실하게살려낸다.이것이야말로개념적이론이아닌미적형식의살아있는힘이아니고무엇인가.독자들은하린의1인칭허구-형식을통하여청소년,이방인,노동자,연습생,알바생,가장,세입자,택배기사들이내는비탄과좌절과치욕과비굴과자책과눈물의목소리를생생하게들을수있다.

하린이이시집에서구현하는것은서발턴과의미적연대이다.시인과서발턴은그들의입을틀어막는시스템안의주변인이라는점에서유사하다.시인은지상에끌려내려온“구름속의왕자”(샤를보들레르_C.Baudelaire)이기때문에멸시와조롱의대상이된다.구름너머시인의꿈은늘비웃음의대상이된다.서발턴은현대판호모사케르(HomoSacer)이다.아무도그들의목소리를듣지않고,아무도그들에게주목하지않는다.그가어떻게되든아무도신경쓰지않는다.시스템은그가보이지않고들리지않는존재이기를원한다.서발턴은생존하기위해그것을감수해야하는데,그정서의구조는멸시와조롱의대상인시인이지상에서감내하는구조와유사하다.

시인의말

어떤사람에겐365일
낮보다밤이더길기에
시를감당하는건울음이다.

몰래흘린눈물이돌멩이가될때까지
돌멩이가단단한문장으로바뀔때까지
쓸거다.

책속에서

헌책들이쌓여있는가게
이것을세상의모든가장자리라고해두자

무너질것처럼쌓여있으니
가장자리가가장자리에게보내는위안이라고해두자

결과는기록이되고기록은전진한다

가장가장자리다운것이무엇인지고민한다
왜그렇게문장들은치열했던것일까,후회한다

먼지를뒤집어쓰는것도
아파하는것도가장자리의특권이지만
소멸보다는자멸에가깝다

기록은불현듯속도를잊는다
겨울에문을닫고
여름에도문을닫는중고서점

주인은지금새주인을찾는중이다
책을살사람이아니라
책과함께늙어갈사람이다

책방임대중이
책방정리중으로바뀌고
다시책가져갈사람찾아요로바뀌는동안
가장자리는니힐리스트가된다

일년동안책을한권도읽지않는사람들이
쯧쯧혀를차며지나갔지만
그시절마스크는흔한연민조차허락하지않았다
­「기분의탄생-가장자리」전문


입을열두개나가진악담은
오늘아침에도따분했다

자음과모음을우적우적씹어먹고
서로의생각을파먹으며과장되게몸짓만을부풀렸다

은밀한건좋지만내밀한건싫다고토로했다
매번불구의날들을확인하고도명랑하다니

누군가자신을추궁하는건용서했지만
모른척하는건못견뎌했다

악담이번식시킨레퀴엠의시간
가시를잔뜩품은다짐이목구멍을관통할때,

타인과타인사이
도피와회피의차이가분명해졌다

어둠의결심보다빛의변심이흔해졌고
말들은스스로질식하는꿈을꾸곤했다

어느순간음지에서피는꽃이진실을토했다
그런데도악담은고압선위까마귀처럼무탈했다

독주를마신이야기속주인공이
별들과서러움을교환하며비굴을감행했다

악담은껄껄껄웃었다
이제막떨어지고있는눈물의온도를재빨리회수했다
­「악플」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