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게이징 (김병호 시집)

슈게이징 (김병호 시집)

$12.00
Description
마음만 닿아도
멍이 들고 얼룩이 지는 마음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병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슈게이징』이 출간되었다. 시집 제목 ‘슈게이징’은 신발(shoe) + 뚫어지게 보다(gaze)의 합성어로,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인디 록의 한 장르이다. 몽환적인 사운드 질감과 극도로 내밀하고 폐쇄적인 태도가 특징인데,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지 없이, 죽어라 자기 발만 내려다보면서 연주하는 무대매너 때문에 붙은 장르명이다.
김병호 시인의 시는 인디 록 ‘슈게이징’과 닮아있다. 그의 시들은 인생의 불가피한 리듬과 속성을 고스란히 환기해 주는데, 사랑의 생성과 소멸의 무한 반복을 통해 어떤 생의 질서를 기록하는 시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김병호 시인의 이전 시집들은 비교적 감성적이고 개성적 이미지로 세상과 삶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보여줬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삶의 위안을 찾으려는 시적 자세를 갖추고 있어 독자와의 깊은 공감과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컸다.
그리고 이번 『슈게이징』에서는 사랑의 본질과 그 안에서 감추어져 있는 감정에 대한 다양한 탐구에 집중한다. 사랑의 열정 대신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희미한 그늘과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통해 오히려 사랑의 깊이를 더 보여준다. 삶과 사랑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 시인은 몽환적이고 내성적 감성으로 이뤄낸 독특한 흔적의 이미지들을 선사한다. 평범하지만 무관하지 않은 우리 삶의 풍경 속에서, 사랑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독특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저자

김병호

2003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
시집『달안을걷다』『밤새이상을읽다』『백핸드발리』가있다.
현재협성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재직중이다.

목차

1부사랑을용서해야하는마음을아직모릅니다
슈게이징-여름감기/슈게이징-천천히잊는보람/슈게이징-스노글로브/슈게이징-벚나무는보이지않습니다/슈게이징-어제의정성/슈게이징-그러다가도/슈게이징-골목/슈게이징-더기다리면안되나요/당신만모르는안부/겨우하는일/처음부터그랬던것처럼/나라서적/어쩌다눈사람/눈사람/누구냐고묻지도못했다/아무렇게나사랑이

2부꽃이지면자꾸신발이닳는것처럼
여름에불과하지만/슈게이징-의자가있는밤/슈게이징-어쩌면삼인칭/누가괜찮아,했을까/고양이가비켜서지않는다/자꾸시작하는봄은어디쯤닿아있을까요/슈게이징-목가적배웅/러키세븐/멀어서따뜻한小小/강릉아니면여수쯤/여름은고요해졌다/멀리가는겨울/그런일이있었다/어떻게든-보어의세계/평화에가까운일-보어의세계/일요일,아직은겨울-보어의세계/한밤의정물화-보어의세계

3부거기,누구없어요?
슈게이징-공좀차주세요/마운트올리브의아이스크림가게/숲으로행진/슈게이징-누가그네를달았을까요/슈게이징-다정한술래/겨울방학/막차는오지않고/슬리퍼를신고스탠드에앉아/겨울은아니더라도/비가그치면/문득이란거짓말/혼자돌아와야하는밤처럼/슈게이징-아무려나/막차를놓치고아홉정류장을걸어왔는데/오늘은월요일/바닥에닿는기분/겨울이비슷한이유

출판사 서평

사랑의불안과고독
그러고도남는아름다움에대한기록


김병호시인은사랑에대한독특한감정표현과심리적깊이를추구하는시인이다.그는이번시집『슈게이징』에서사랑이라는감정의복잡성을추적하면서다양한시각으로이를탐구한다.그가그려내는사랑은때때로강렬하고지독한감정으로나타나거나예정된운명과같은서늘함으로표현되며,때로는큰슬픔과관련된복잡한감정을동반한다.사랑을유난히도지독한마음의일이라고여기는그의시는,사랑이주는아픔과그로인해생기는고독이주요한테마로작용한다.

시인은사랑의경험을일상적인상황이나자연의요소와결합하여묘사하는데능하다.예를들어,"마음만닿아도얼룩이지고멍이드는마음"이라는구절은사랑과상처,그리고그에따른감정의파장을상징한다.삶과사랑에얽혀있는감정을이미지로형상화하면서독자에게시의미학적경지마저선사한다.

사랑을하면서통과의례처럼겪어야하는불안과고독에대한천착은일상의풍경에서도고스란히드러난다.시인은독자들이쉽게공감하며자신의지나온사랑을되돌아보는마음의자리를충분히만들어준다.시인은특히이별후의정서를강조하는데사랑의끝,즉이별이가져오는정서적혼란과그리움을아름답게서늘하게노래한다.사랑이격렬할수록일상의고독과불편,이별의아픔은짙게마련인데,시인은이를감각적으로그려내는동시에사랑의이면을속에얼룩처럼남은아름다움마저고요하게들여다보는사랑의자세마저잃지않는다.시집『슈게이징』이독자에게깊은여운을남기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