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 (고성만 에세이)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 (고성만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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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어느 날의
5교시 국어 시간 같은 이야기들
등단 후 27년 동안 여덟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시를 통해 순수에 대한 동경과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웃을 위로해 왔던, 고성만 시인의 첫 산문집이 나왔다. 30여 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쳐 왔던 선생님이 시적 은유와 가르침의 포즈에서 벗어나 오롯이 한 인간으로서의 깊숙한 속내를 드러낸다.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 만한 강렬한 지혜나 영혼에 균열을 낼 정도의 깨달음을 전해주지 않는다. 그는 철저하게 자기 삶에 대한 반성에서 모든 걸 시작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삶의 상처와 비밀 그리고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사랑과 성찰을, 비 오는 날의 5교시 국어 시간처럼 솔솔 풀어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슬몃 새어 나오는 풍경에서부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장면까지를 지나다 보면 사랑과 그리움, 미안함과 부끄러움, 기쁨과 슬픔 등 삶의 페이지들에 채색된,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의 결까지 모두 마주할 수 있다.

고향의 부모님을 떠나 도시로 전학 온 십대 시절에 겪었던 따돌림과 무차별 폭행의 상처, ‘비극’이 ‘축제’처럼 다가왔다던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 일남 오녀의 외아들로 대학 시절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지 못했던 시대적 부채감. 손발이 마비되어 가고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는 누나에게 미리 쓰는 이별의 편지, 영문도 모른 채 좌절해야 했던 연애 이야기, 염치없게도 남이 운전하는 차 타기를 좋아하게 된 사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찾아가는 어머니의 고향 학선리 이야기, 삼십여 년의 교사 생활에 대한 소회 등, 그동안 시 행간 속에 감춰져 있던 자연인 고성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저자

고성만

저자:고성만
1998년《동서문학》으로등단했다.
시집『올해처음본나비』『슬픔을사육하다』『햇살바이러스』『마네킹과퀵서비스맨』『잠시앉아도되겠습니까』『케이블카타고달이지나간다』『파씨있어요?』,시조집『파란,만장』을발간했다.
지금은광주광역시연제호숫가를산책하며살고있다.

목차

1부거절당하러왔습니다
연제호숫가에서/겨울밤사랑가듣기/오늘도걷는다,마는/튀르키예풍의카페에간다/<라라의테마>를들으며/강은물기젖은별을반짝인다/나의작은영웅들/거꾸로세상보기/로또당첨꿈을꾸다/입맛에대하여/관계중독/쉼/마땅하고옳은일입니다/당신께미리드리는이별편지/옥상에서있던그청년들은/상처에대하여/내선택은틀렸다/보랏빛등을켜다/아직도너를기다려/사십이년만의동창회/지구와달의거리/잊히지않는순간들/눅눅한날들의기억/부드러운것이강하다/여름밤엔별이많다/별에서는꽃향기가난다

2부눈이내린날의안부
산중반점/부용산과산동애가/육체는여벌이없는옷/남자로살아남기/결혼축시/어머님고향은학선리/나에겐운전면허가없다/시내버스여행/시외버스여행/농담/비가눈으로바뀌는동안/저물어가는빛/극락강역에서백양사역까지/계절을맞이하는기분/부끄러움과여러움/새들이남기고간말/용서에대하여/집/옛날영화를보다/동춘서커스단/바다가보이는밭/하늘은어떤색인가/웅덩이에빠진개/봄속으로/영광양반이야기/‘첫’자들어가는것들의아련함

출판사 서평

하루종일비가내리는어느날의
5교시국어시간같은이야기들

등단후27년동안여덟권의시집을출간하며시를통해순수에대한동경과고단한현실을살아가는이웃을위로해왔던,고성만시인의첫산문집이나왔다.30여년고등학교에서학생들에게국어를가르쳐왔던선생님이시적은유와가르침의포즈에서벗어나오롯이한인간으로서의깊숙한속내를드러낸다.

우리의영혼을뒤흔들만한강렬한지혜나영혼에균열을낼정도의깨달음을전해주지않는다.그는철저하게자기삶에대한반성에서모든걸시작한다.누구나가지고있지만차마내보일수없었던삶의상처와비밀그리고항상뒤늦게깨닫게되는사랑과성찰을,비오는날의5교시국어시간처럼솔솔풀어낸다.

나도모르는사이웃음이슬몃새어나오는풍경에서부터가슴한구석이서늘해지는장면까지를지나다보면사랑과그리움,미안함과부끄러움,기쁨과슬픔등삶의페이지들에채색된,이름붙일수없는마음의결까지모두마주할수있다.

고향의부모님을떠나도시로전학온십대시절에겪었던따돌림과무차별폭행의상처,‘비극’이‘축제’처럼다가왔다던1980년5월광주의기억,일남오녀의외아들로대학시절민주화투쟁에동참하지못했던시대적부채감.손발이마비되어가고기억마저희미해져가는누나에게미리쓰는이별의편지,영문도모른채좌절해야했던연애이야기,염치없게도남이운전하는차타기를좋아하게된사연,어머니가돌아가신후혼자찾아가는어머니의고향학선리이야기,삼십여년의교사생활에대한소회등,그동안시행간속에감춰져있던자연인고성만을고스란히읽을수있다.

마땅하고옳은일이무엇인지오리무중인세상
한계단위쯤에서바라보는시선과지혜

고성만시인의제자인김정희변호사(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광주·전남지부장)는『다행이다,내가더사랑해서』를읽고이렇게이야기한다.
“시인은도시에산지40년이넘었지만아직반거충이도시인,아직도고향변산어귀에엉거주춤서서하늘빛을닮은앞바다를바라보고있다.시내버스창가로흐르는올망졸망한풍경들을좋아하고,헛헛함이스멀거리면시외버스타고소읍을구경하고,일없이걷다가극락강어디쯤에서잠시멈추기도한다.해질녘시끄럽게날아오르는가창오리라도만나면더좋을것이다.‘마땅하고옳은일’이무엇인지오리무중이다.시인은어느모퉁이에서다시당신을물끄러미바라본다”고.

인생의길모퉁이에서시인은뒤돌아본다.누님과함께태어나서자란그바다,최락희씨댁의자취방,시를노래하던포장마차,동네골목으로,카페로,저수지로,할일없이걸으며만나는이들마다따뜻한시선과연민을던진다.이책은누구에게보내는것이아니라시인자신에게보내는편지이다.사랑과행복,그리움을원했으나미음과연민,두려움으로점철된삶을되돌아보는시인은독자인우리에게무엇을가르치거나강요하지않는다.그는이책이그저한없이움츠러들던안타까운영혼의외침이라고낮춰말한다.독자는오히려그의이런시선에함께눈을맞추고마음을얹어자기의삶을되돌아보게된다.그러는사이독자에게는자신도모르게용서의마음과지혜가스며들고,삶을한계단쯤위에서바라볼수있는조금넓고높은시야를갖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