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오유균 시집)

플랜B (오유균 시집)

$12.00
Description
바위를 붙들고 사는
나무의 마음으로 쓰는 시
2011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한 오유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플랜B』가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시집 『플랜B』는 현대인의 소외와 결여, 불확실한 존재론적 상황을 문학적으로 깊이 탐구하고 있다. 시인은 일상 속 좌절과 절망을 ‘넘어지지 않으려 넘어지는 연습’에 비유하며, 그것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일어서려는 주체의 의지를 표현한다. 특히 이번 시집의 시들은 소외된 개인의 내면 풍경을 예민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속에서 회복과 연대의 가능성을 여는 희망의 빛줄기를 발견하려 한다.

시집 속 주요 작품들은 “필사의 힘으로 바위를 붙들고 살아가는 나무”,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의 어미” 등의 이미지를 통해 결여와 비극을 품은 삶의 진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시적 상징들은 단순히 고통을 보여주기보다, 그 속에서 살아가고 저항하는 주체의 강인함과 간절함을 강조한다. 또, “검은 금붕어 한 마리”가 붉은 금붕어 떼에 쫓기는 장면에서는 소외된 존재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그 고통이 결국은 자신과 타자의 연대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가 됨을 암시하기도 한다.

『플랜B』는 그의 첫 시집 『리셋』에서 시작된 존재의 결핍과 부조리 인식이, 보다 깊고 세밀한 성찰로 진전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은 대타자의 욕망 속에서 소외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고 탐색해 나가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등단 이후 그의 시적 행보를 지켜본 이들은 오유균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사회적 현실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 만나 현시대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는 중요한 시집으로 평가한다.
시집 『플랜B』는 결여를 통한 자기 성찰과 연대의 의미를 깊이 있고 진솔하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오유균

저자:오유균
2011년《진주가을문예》로등단했다.
시집『리셋』이있다.

목차


1부
종이상자를열다/심장에가까운손/그곳에는/아내/드라이플라워/모르는일에연루되다/블랙홀/다윈의식탁/아이스링크/우로보로스/개같은,혁명

2부
모르는사람/난괜찮은데,/봄/처음보는나인지보고또봐도모르는나인지/감사하게도쪽박을주신당신께/이문을열면2/자투리고기전문점/최고급횟집/구멍/허들링/양파/두시의대기/관찰/여전히몰랐다

3부
알수없는내용물/플랜B는무슨/안헤도니아/동백/눈구멍에짱돌이/M307/blueshadow/어떤하울링/T를기록하다/레버/눈사람11/level

4부
독립극장/럿치의마을/어쩌면/비문증/제41일,포즈/전부를벌린멸치처럼/주머니에양손이들어있을때/여백의여백/목련2/붉은찔레,그해/천산天山/백야/절벽에는

해설-결여를응시하는필사의기록|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플랜B여도괜찮을이후의세계,
그곳을향한또다른여정

소외란주체가존재결여를겪으면서어떤분열상황에들어서게되는것을의미한다.이는한개인이정상적인주체로존립하기위해언어적질서,이를테면대타자의욕망을받아들여야함을가리킨다.이러한언어적질서에의존해야만하는주체는사유와존재의분열,분리를경험하게되며결여를내면화한채일시적이고임시적존재로전락하게된다.그리하여주체는언제나자신의욕망을타자의욕망에의탁해사유함으로써결여된존재로남게되는것이다.「플랜B는무슨」의시적주체는이를분명하게의식하면서자조하듯“소리내어웃”어보지만그웃음은돼지의웃음과교차하면서자신의자리를상실하고만다.그런점에서주체의‘플랜B’는불확실성속에서갈피를잃는다.

그렇다고막막함에머무를수는없는노릇이다.“무얼잃어버린것같은데/그게뭔지몰라막막한눈동자만남”아있다하더라도“푸른귀를세우고/외부와내부를깁는”행위를통해균열을봉합할필요가있다(「그곳에는」).“언덕을뛰어올라가는/흰말[言]들”로언덕을하얗게채움으로써“그이후의세계”(「그곳에는」)를모색하고그로부터자신의고유한욕망과향유를되찾아소외되지않는새로운주체의가능성을살펴야하는것이시인의역할인지도모른다.절망과좌절을야기하는세계의부조리를예민하게감각하는한편에서소외된존재를주체의자리로옮기려는시도야말로시인이수행해야하는실존적기투가아닐까.오유균시인의『플랜B』는그러한기투의흔적이자고단한시적투쟁의기록이라할수있을것이다.

오유균시인의시적화자가침묵속에스스로를방기하고만있는것은아니다.그는그무엇도구할수없다하더라도과정중에속해있거나안에머무르며밖을응시하는존재로서“질문너머의질문을/대답너머의대답”을찾아“현관문손잡이를쥐고돌아보”(「블랙홀」)는행위를수행하기도한다.시인은“거대한무덤같”은“불룩한도시의숲”에서“구덩이에빠진구름들이”뱉어내는“썩어가는냄새”앞에서“밀려나”지않기위해“죽을듯이,죽일듯이골목을향해”짖는화자(「알수없는내용물」)를통해그가비록결여만을쥘뿐이더라도저항의외침을포기하지않길바란다.미미할지언정“어디한번물것처럼”(「전부를벌린멸치처럼」)송곳니를드러내는멸치의고투나“살고싶다”(「여전히몰랐다」)고한친구의죽음앞에서공감을표하지못한자신을부정하며스스로를절개지앞에내어놓는화자의간절처럼말이다.

거대한세계앞에결여된상태로소외된주체는자기규정을어떻게할것이냐에따라삶의의미를달리하게마련이다.지시하는대로움직이고그에따른보상(“한토막육포”,「심장에가까운손」)만을추구하는일이나“얇게썬제살위에/얇게썬제살이덮여있”는비참속에서“모든삶에는죽음냄새가있어”(「최고급횟집」)라고되뇌는일은허무주의적인식일뿐삶을위한성찰이될수없다.우리의삶이‘플랜A’의방향성을지닐수없더라도‘플랜B’의가능성으로“문장과문장사이에”놓인너와내가“너도모르고나도모르는문장을만들”(「모르는일에연루되다」)어나갈수있다는것을염두에둘필요가있다.오유균시인은“사람에게는없는색깔같은어쩌면/사람에게만있는냄새같은//천개의조각”으로“빛나는순간이지금이라는듯이”(「제41일,포즈」)조각의결여를빛나는순간으로전유하여마주하도록이끈다.이처럼오유균시인의시가수행하는실존적기투는“언덕을뛰어올라가는/흰말[言]들”로시집『플랜B』를하얗게채워‘플랜B’여도괜찮을삶의양태와“그이후의세계”(「그곳에는」)를우리앞에펼쳐놓는다.‘그곳’을향한삶의또다른여정은이제우리의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