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게 소다수 하늘을 (황은주 시집)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 (황은주 시집)

$12.00
Description
삶의 갈증을 깨우는
상큼 톡톡 천연 소다수의 맛
2012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황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이 출간되었다. 시인의일요일에서 펴낸 이번 시집은 사물의 본질이나 언어의 관습적인 의미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익숙한 관념에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 기법을 적용하여 독자들의 지각과 사고에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시인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고, 고정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확장된 사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시집의 서두를 장식하는 「구속」은 가장 자유로운 존재인 '바람'을 구속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설정하여, 친밀함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집착과 속박의 역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여왕과 뱀', '오렌지와 비누 사이'와 같은 낯선 조합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파고들며, 독자들에게 자유와 구속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질문하게 한다. 또한, 시 「이삭」에서는 새가 마주하는 '콜라 색깔 하늘'과 '여섯 개의 발가락'이라는 기이한 이미지들을 통해, 현대인이 놓인 갑갑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구하는 '소다수처럼 푸른 하늘'과 같은 자유의 의미를 우화적으로 풀어낸다. 황은주 시인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적 장치들을 통해, 관성적으로 굳어진 독자들의 인식에 균열을 내어 새로운 사유를 가능케 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눈여겨볼 점은 노동에 대한 시인의 깊이 있는 성찰이다. 「형광」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형광'으로 대체하여,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흔하고 당연하게 여겨져 가치가 평가절하된 노동의 모습을 가시화한다. 이는 지하, 공중, 물속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노동과 그 속에서 실종되거나 소멸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밝은 '형광'과 같은 관심과 조명을 촉구한다.
황은주 시집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은 언어와 관념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둘러싼 익숙한 풍경에 신선하고 예리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저자

황은주

2012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시집『그애가울까봐』가있다.

목차

1부소다가빠진새들에겐하늘이없다
구속/노을/이삭/잠자씨에게/배경은말이죠/밤의대화/마술또는미술/꽃밭에불을지르다/목요일에울었다/터널/에메랄드그린아래서바둑을두는두신선의바둑판보다더짙은나무이야기/모빌/설리1

2부믿어요나는창조주입니다
키위와금붕어/극장전/오,발랄한적군/양탄자/옥수수밭/아메리카노/불투명한상속/달콤한일/오래된잠1/오래된잠2/오래된잠3/창세기/페이스/무료한큐브/춤추는미아/장마2/엔딩크레딧/설리2

3부폭풍처럼완전한대사는없다
대지/사막은늘어난다/초지역/여우야여우야여우야/형광/영웅/부기맨/살구살구살구/자메이카/날개/에메랄드/헤이데이/반복적희극/그때그림자는나팔수였을까/피리/틱/장마1/폭풍/설리3

해설소다수하늘의자유를위하여|김주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세상과맞서는시원한상상


황은주의시는바깥으로나아가려는충동을품고있다.언어들은고정된의미망을벗어나려하고사물은본래의미가아닌개인적이고내밀한기억과결합되어있다.『새에게소다수하늘을』을읽는일은쉽지않다.익숙한관념을벗어나새에게소다수하늘을선사할수있을만큼의상상력이필요하기때문이다.첫시집『그애가울까봐』에서확인할수있듯황은주의시는사물이나언어가지닌실용적의미를중단시키고관념의경계를오가는사유를보여주었다.새롭다는찬사이면에는편안하지않다는뜻이포함되어있다.시인은사물에서미리의도한의미를끌어내는친절한길로독자를안내하지않는다.황은주의시는사물이고유한위치를벗어나면어떤일이일어날지를더궁금해하는표정이다.언어가사물의본질을탐구한다는식의진지한태도에서황은주의시는멀찌감치떨어져있다.그러나그의시에는다른길을향하는지각의모험이있다.잘읽히기위해서가아니라낯설게하기로존재하는시의길이그렇게만들어진다.


황은주의시가그리는삶의현장에서인간은노동의보람도자유로운상상력도박탈당한채살아간다.그의시는익숙한관념과언어의바깥으로나아가려고하지만현실이허
락하는삶의범위에서그것은쉽지않은모험이다.콜라색깔하늘에서소다수하늘을찾는일은그래서어렵고그때문에더필요한일이된다.갇혀있다는자각없이자유는찾아오지않는다.황은주의시가소외와고립,은둔의현실을파고드는이유도거기에있다.이러한상황에서그의시는다른눈을뜰수밖에없다.


소다수하늘의자유가푸른이유는구속과순응,관념을넘어가려는사유의모험이있어서다.눈쌓인풍경속에길이묻혀있다는마지막시의문장은새롭다.낯설게하기는정해진길을가지않는다.삶은자동화된관습에물들기쉽지만시는지도가없는길이다.지루한정답으로가지않고끼워맞추는사유에서벗어나는길을“그래도가야지”라고말하는시가있어다행이다.황은주의시는오랜잠에서깨어난사람처럼다시시작하려한다.“시를쓰고시를베고시에찔리며”가는그런길.타성에젖지않고감각을일깨우는시는소다수하늘한모금처럼귀하다.시의자유가우리의삶도그렇게만들수있다고믿기때문이다.없는길을만들며나아가는황은주의시가더넓고푸른하늘을만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