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고 수목금

오고가고 수목금

$12.00
Description
바삭한 영혼을 가진 시인이
시로 전하는 우리의 안부
길상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오고가고 수목금』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 존재와 부재의 경계에 대해 깊이 있는 탐색을 시도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총 59편의 시를 통해 존재의 소멸과 그 이후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시집은 삶과 죽음의 경계, 상실의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희망을 길상호 시인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작년에 작고한 셋째 누나 '길선숙'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14편의 '누나시편'은 이번 시집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시인은 「꽃을 흘리는 나무」, 「심지어 천 년 후에도」 등에서 누나의 부재를 애도하면서도, 그 흔적 속에서 삶의 지속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개인적인 상실을 넘어, 우리 모두가 겪는 이별과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집은 '휜 나무 물그릇', '이 빠진 계단 꽃을 줍다 봄이 다 갔네', '금 간 손 가만히', '깨진 놀이 조심해야지'라는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시인의 내면 풍경과 외부 세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연결한다. '두츠시편'에서는 세네갈 화가 두츠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골판지 그림을 그리며 예술과 치유의 관계를 탐색하고, '재개발시편'에서는 사라져가는 도시 풍경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시인의 지병과 나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질병시편'들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길상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이전 시집 『왔다갔다 두 개의』와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시 세계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드러냈다. 그는 때로는 간결한 은유로, 때로는 일상적이고 담담한 언어로 죽음과 병, 상실의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작은 위안과 희망의 순간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집 ​『오고가고 수목금』은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동시에, 삶의 유한함 속에서 발견하는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중요한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길상호

충남논산태어나2001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
시집『오동나무안에잠들다』『왔다갔다두개의』등,산문집『거울속에사는사람』등이있다.
천상병시상,김종삼문학상,김종철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휜나무
물그릇/여름이니까그냥넘어가자/꽃을흘리는나무/왼쪽어깨/야행성/수확/요양원/밤과피아노/염소와아이들/취침전에먹는약이있으니까/계속그렇게/슬리퍼는축축하고/의자를빌려주는/4월14일/조각구름/마지막주머니

2부이빠진계단
꽃을줍다봄이다갔네/건강한하루/물을길어오는길/골판지/종이접기수업중입니다/생산직/목소리는왜/멀리서나비/한끼식사/이사한놀이/외우는사람/잉크/저녁무렵커피는/빠랑게/노랑

3부금간손
가만히/산문이는벚꽃/물어는비/운문이는구름/밤의소리/다음에는/방울토마토/낡은개/징/비스킷/소포/부품이더는나오지않습니다/여러분안녕하세요/뒤꿈치/망자/지지대

4부깨진놀이
조심해야지/밤바치/흰빨래/먼저태어난그는/심천/텃밭/끈적끈적/안개에속아여기왔다/트레킹/보라색/심지어천년후에도/다쓴물감

해설우정의한기록3-K에게|이정현(문학기고가)

출판사 서평

아픈누나의카메라를들고
아쉬운것들과함께돌아다니고싶었다

그날오후,K의자양동집을나와인근카페까몽에서시원고를건네받았다.미래의시집이었다.“6번째시집(『왔다갔다』)의쌍둥이시집이에요.제목(『오고가고수목금』,이하『오고가고』)도이미정했어요.시집을묶고입에맴돌던제목이『오고가고수목장』이었는데어감이어두워글자한개만바꿨어요.”(길상호)일곱번째시집키워드가운데하나가죽은셋째누나‘길선숙’이다.‘누나시편’은모두합해14편인데,결코적지않은게,시집전체1/4분량이다.직전시집『왔다갔다』(2024)에서셋째누나는‘병’(「요양원」)과‘죽음’(「꽃을흘리는나무」,「심지어천년후에도」)사이를오간다.물론“봄이와도골목은환해질줄모”(「골목의주인」,『왔다갔다』)른다거나“당신은바빠봄에참석할수없다고꿈을꾸었다”3)(「꽃샘이심하다」,『왔다갔다』)며누나의부재를넌지시알리지만아직은미래의일이다.일반병실에서요양병원으로옮기기전마지막가족여행을다녀와쓴시가「2024년1월1일」(『왔다갔다』)이다.“새해에는가발을쓰지말아요,가려운강은머리를긁고그때마다안개가자라요,길게자라요,능선이사라진만큼,나무가지워진만큼,당신얼굴도투명해졌네요,새해에는부디행복하세요”(「2024년1월1일」).항암치료탓에K의셋째누나는가발을썼던것같다.이파리를다떨어뜨린참나무가머리없는누나를닮았다거나(「누나는나무」,『왔다갔다』)가발벗은봄이히죽히죽웃을때(「꽃을흘리는나무」)시인K의마음은더없이곡진하다.

우울과강박을앓고,어지럼증과영양결핍에시달리는K의몸.그라면관절염과골다공증정도야‘덤’이라고조크에실어전할지도모를일이다.그가덧붙인다.당뇨는제몸디폴트값이에요.그가받은‘덤’이란게“모두멍들고긁힌것들”(「덤」,『오늘의이야기』)투성이라무겁고막막하기만하다.내시선은다시「지지대」로향한다.“바이러스제,당뇨약,영양제,수면제”.이약들말고도그가복용하는몇몇약을나는알고있다.오죽먹는약이많으면“길에약을한알씩떨어뜨리며걸었습니다”(「부품이더는나오지않습니다」)라고썼을까.그가즐겁게즐겁게약을먹는다.양약,한약을즐겁게즐겁게복용한다.내가분류한바에따르면『오고가고』에수록된시쉰아홉편가운데서른편이‘병시(病詩)’다.1부첫시「물그릇」(“출렁이는얼굴을오래본다/어지럼증이잠깐”)으로시작한‘병시’가4부마지막시「다쓴물감」(“오십이넘어자꾸근육이빠진대요,몸무게가또줄었어요,고기를많이먹으래요”)에다다를즈음독자들은‘병상일지’를방불케하는K의시집에압도될것이다.‘어지럼증’(「물그릇」)으로문을연시집이‘당뇨’(「다쓴물감」)에게자신의열쇠를건넬때초번보초와말번보초의맞교대처럼보일정도니.

작년여름,K에게원고를건네받고가장먼저한작업은시집속핵심키워드를뽑는일이었다.길선숙.작년4월고인이된K의셋째누나.『오고가고』에서두번째로찾아낸키워드.‘「노랑」읽기4’가그녀를호출한건자연스럽다.사진찍기를좋아하고K의시를이해했던그의혈육.“누나의이름은비석에새겨졌고그녀의지문묻은카메라가보인다.오늘도찰칵찰칵,나는이승을걷는다.”(『거울』,p.170)저녁을먹고당뇨약까지챙겨먹은K가루틴처럼자양동골목산책을나선다.K의어깨에매달린캐논카메라는저혼자골똘하다.“동네허술한지붕에고양이가누웠다가,바람이스쳐가다,노을이걸터앉아이름에빨간약을바르는저녁이다.이렇게또하루가가고,그녀는한발더멀어진다.떠난이름만슬픈게아니다.지금여기를사는사람들의뒷모습도어딘지쓸쓸하다.풍경속에던져진사물도조금씩낡아간다.세상의아름다웠던것들이바닥에떨어지는순간을기록하고싶었다.”(『거울』,p.170-171)“아픈누나가준카메라를들고”K는항상어딘가로“떠나고싶”어했다.길에서마주친“아쉬운것들과함께돌아다니고싶”어했고“커피숍에들러/야외의소리들과맞담배를피우며/어두워지고싶”(「저녁무렵커피는」)어했다.이번엔대동골목이다.“찰칵찰칵,반쯤사라진사람을찍으며걷”(「건강한하루」)는그가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