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웃, 너의 미래 (석미화 시집)

나의 아웃, 너의 미래 (석미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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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곁이 되었다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희고 고요한 울림
시인의일요일에서 석미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의 아웃, 너의 미래』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첫 시집 『당신은 망을 보고 나는 청수박을 먹는다』에서 보여준 정갈함을 넘어, 더욱 깊어진 고요와 응축된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단순한 침묵이 아닌, 수많은 소리와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고요는 독자들에게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이 시집은 삶의 복잡한 층위 속에서 발견하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내면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시집의 고요는 역설적으로 다양한 소리들의 축적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인은 삶 속에서 풀려나간 소리들, 즉 “검은 동굴을 지나/굴러오는 나무 둥치 소리”나 ‘여우’의 ‘울음’ 소리, 그리고 ‘연필 깎는 소리’와 같은 기억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이처럼 사라진 듯 보이는 소리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시집은 소리 없음과 소리 있음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공간을 창조한다. 이는 마치 낡은 악보처럼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침묵을 유지하는 모습과 같다. 이러한 소리들의 복원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고요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러한 소리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익숙하지만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시집 속 ‘검은색’ 이미지는 고요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귤꽃 향기 엄습하는데 첼란을 읽다니」나 「지독한 여름이니까」와 같은 시에서 반복되는 검은색은 단순한 어둠이 아닌, 수많은 경험과 고통이 응축된 결과로서의 색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러한 검은 빛을 통해 삶의 힘든 순간들을 뱉어내고, 그 과정에서 “한 번도 잔 적 없는” 마음을 재워줄 공간을 마련한다. 이는 마치 흰고래를 직접 그리기보다, 그 주변의 모든 것을 그려내어 흰 여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화가의 기법과도 닮아 있다. 시집 『나의 아웃, 너의 미래』는 이처럼 삶의 모든 색이 합쳐져 만들어진 검음을 통해, 마침내 “희고 고요한” 상태에 이르는 시인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궁극적으로 시집은 독자들이 내면의 소란함을 넘어선 고요와 마주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

석미화

저자:석미화
2010년《매일신문》신춘문예,2014년《시인수첩》으로등단했다.
시집『당신은망을보고나는청수박을먹는다』가있다.
아르코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너와는신발이많이닳은날에만났다.

하염없이걸음을옮길때
새가날듯
종이넘기는소리가들렸다.

온통그것뿐이어서,
도착하지못한슬픔이멀고도가까이있었다.

출판사 서평

너의우연한말이
나의새벽을빗발치게했다

“가장아팠던상처”를,“늑골에묻힌소리를꺼내”어보자벌목된기억들이되살아나며숲이생긴경험을그는했던것일까.“추운곳에서견뎌낸나무들”로만든“악기”가“어둡고깊”은“음색”을내는것처럼,사실은사라지지않았던그소리들을길어올리자깊고고요해진말들.이것이이번시집에서석미화가다다른고요라면,「굴꽃향기엄습하는데첼란을읽다니」,「지독한여름이니까」등을비롯하여유독자주눈에띄는‘검은색’은이시집이지난기억들모두를토해낸현장,곧“구토”(「돌발성난청」)의자리임을드러낸다.그러나한가지분명히짚어두어야할점은이시집의고요가단순히이소리들을다뱉고난텅빈상태를가리킨다고는할수없다는사실이다.첫번째시집에서두드러지게제시된흰색이,「흰강」의“강은매일허옇게변해갔다”라는구절로대표되듯,순수하거나투명한흼이아니라검은죽음과친연할뿐아니라그것의변주된색상인것과유사하게,이번시집에서도흰색과그것이표상하는고요는단지검은색이제거된상태,그러니까슬픔과고통의기억이전부사라진상태를가리키지는않는다.

이처럼이시집이과정속에있다는점은독자와의관계에서도마찬가지다.지금까지이글은누에고치와같은그의시집에대해말했을뿐그안에서잠자고있던누에에대해서는이야기하지않았다.그러나우리가그의시집을읽는동안잠에서깬그것은마치‘소리설치가’처럼조금씩우리몸에숲을만들고있는듯하다.시의“자음과모음이영혼처럼흘러다니”(「마요르카에서온편지」)며“끈적거리고미끄러운”(「저녁에생겨났다」)소리들을우리몸에끌고온다.그것이남긴젖은물길은우리의몸을하나씩“잎맥”(「귀룽나무」)이되게하여숲을이룬다.세월에베어진나무들을떠올리며만들어진거대한숲,쉽사리“통과하지못하고갇히”(「폴란드정원」)게되는숲.그간잊어버린소리들과삼켜왔던소리들을떠올리게하는그검은소란을우리의몸에옮겨놓으며,그의시는더욱희고고요해진다.나는이제“홀로이면서홀로가아닌”(「폭설」)마음으로,흰빛을품은이시집을펼쳐다시읽어본다.이제는우리의고요한미래가도래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