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칫, 쳇 (수요시포럼 제22집 앤솔러지)

챗, 칫, 쳇 (수요시포럼 제22집 앤솔러지)

$15.00
Description
AI와 서정의 공존은 가능한가?
천 개의 문이 열리고 다시, 시가 피어난다
챗: 지금의 AI와 소통의 기술
칫: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거리감이나 이질감
쳇: 기술과 함께 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복잡한 감정


시인의일요일에서 수요시포럼 제22집, 『챗, 칫, 쳇』을 출간하며 AI 시대의 문학적 지형도를 탐색합니다.​ 이 앤솔러지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지금, 시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AI가 비평한 동인들의 시를 함께 수록함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만들어 낼 문학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챗, 칫, 쳇』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시적 언어로 풀어냅니다. 김성춘 시인은 일상의 소박함과 삶의 유한성을 교차하며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탐색하고, 권영해 시인은 불교적 성찰과 언어유희를 통해 생활 속 의미를 발견합니다. 권기만 시인은 지식과 환상을 결합하여 우주적 시선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김익경 시인은 역설적 표현과 상징적 상황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장선희 시인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감각적인 이미지의 변주를 선보입니다. 박수일 시인은 폭력과 저항의 감각을 통해 시대의 불안을 언어화하며, 정월향 시인은 강렬한 이미지와 파편적 언어 실험으로 삶의 단면을 포착합니다. 이들 시인의 작품은 각자의 개성적인 목소리로 지금 여기,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치열하게 묻습니다.

이 앤솔러지의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특집 II: AI(인공지능) 비평’입니다. 7명의 시를 비평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AI는 김성춘 시의 "일상과 영원의 교차, 성찰의 서정"을 읽어내고, 권영해 시의 "생활과 불교적 성찰, 언어유희의 조화"를 분석합니다. 또한 권기만 시의 "지식과 환상의 결합, 우주적 시선의 언어", 장선희 시의 "일상과 환상의 교차, 감각적 이미지의 변주"에 대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반면, 김익경 시의 "모호함의 전략과 산만함의 위험", 박수일 시의 "폭력의 상상력과 시적 긴장의 불균형", 정월향 시의 "이미지의 과잉과 균열의 미학" 등 비판적인 분석 역시 가감 없이 제시합니다. 이 비평들은 AI가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방식의 효용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며, "기계의 언어는 과연 인간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챗, 칫, 쳇』은 이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답을 독자의 몫으로 남기며,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입니다.
저자

김성춘,권영해,권기만,김익경,장선희,박수일,정월향

저자:김성춘
1974년제1회《심상》신인상(박목월박남수김종길공동선)으로등단했다.시집『방어진시편』『물소리천사』외다수,제15시집『울고,새가갔다』(근간예정,시와반시),시선집『피아노를치는열개의바다』등이있다.제1회울산문학상,최계락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국제펜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권영해
1997년《현대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유월에대파꽃을따다』『봄은경력사원』『고래에게는터미널이없다』『나무늘보의독보』가있다.

저자:권기만
2012년《시산맥》으로등단했다.시집『발달린벌』이있다.

저자:김익경
2011년《동리목월》로등단했다.시집『모음의절반은밤이다』『점점점볼링볼링』이있다.

저자:장선희
2012년웹진《시인광장》으로등단했다.시집『크리스털사막』이있다.

저자:박수일
2020년《시와반시》로등단했다.

저자:정월향
2019년《경북일보》에소설,2021년《진주가을문예》에시로등단했다.
2022년수주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권두시론
허만하|메를로퐁티언어학의에센스


김성춘-벚꽃나무아래버스킹/어머니/알겠느냐/가까운골짜기/왕릉지나며
권영해-동백,지다-돈오점수/실밥도밥이된다/칼제비/봄은경력사원-기대/달개비
권기만-행성기록자/벼랑/폭풍/곤충구름/고구마에싹이났다
김익경-구체적이지않아구체적인것/시늉의후유증/만물상회/선방을날려라/스위스로가자는말
장선희-파슬리세이지로즈메리그리고타임/기차/조금조금초록벽지/빛의벙커/에게식당
박수일-레드썬/내가아닐개/역진화하는소화기/스프링캠프/불한당들의투명한디저트
정월향-솥을걸었다/전성시대/다섯개의머리/뱀의발을보았지/거짓말을하자

특집Ⅰ텍스트해방매뉴얼
푸른달빛속에새가울었다/지금은하회河回의시간이다/꽃이들려주는음악혹은영감/샌드앤리시브/무한의안개/3′08″/사라지다/음악은나에게

특집ⅡAI(인공지능)비평
일상과영원의교차,성찰의서정―김성춘시의시세계를읽다/생활과불교적성찰,언어유희의조화―권영해시의시세계를읽다/지식과환상의결합,우주적시선의언어―권기만시의시세계/일상과환상의교차,감각적이미지의변주―장선희시의시적공간/모호함의전략과산만함의위험―김익경시의비판적검토/폭력의상상력과시적긴장의불균형―박수일시에대한비판적고찰/이미지의과잉과균열의미학―정월향시의한계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AI시대,우리시의지형도를탐색하다

시와평론,노동의종말처럼평론의종말도올까.이번제22집동인지에서수요시포럼은이러한질문을던져본다.챗GPT를비롯한생성형인공지능은이미우리의일상깊숙이침투해있다.문학과예술의영역도예외는아니다.지금이순간에도여러분야에서챗을활용한시도들이활발히이루어지고있다.최근한출판사에서시집에실릴평론을챗GPT에게맡긴다는이야기가들려온다.과연이것이예외적인실험일까,아니면예고된변화의전조일까.이에수요시포럼은동인들의시5편을‘챗평론가’에게맡겨보기로했다.인간이쓴시를기계가읽고분석하는시대,우리는챗평론의효용성과한계에대해독자와함께고민해보고자한다.이번기획에수록된평론은챗에게다음두가지방식으로요청되었다.첫째는일반적인주례사식평론,둘째는시인의단점과문제점을지적하는비판적관점의평론이다.이실험을통해우리는묻고싶다.기계의언어는과연인간의시를제대로읽을수있는가.그평론은우리에게어떤감흥을불러일으키는가.판단은여러분과우리의몫이다.

권기만의시는지식과환상의결합을통해독자에게낯선시적경험을제공한다.「행성기록자」는에베레스트,아콩카과,디날리,킬리만자로,옐브루스등세계의고산들을하나하나호명한다.그러나단순한지리적정보에머물지않고,그사이사이에‘1초동안’일어나는세계적사건들을끼워넣는다.개미가알에서태어나고,나무가잘려나가며,세슘원자가진동하고,별이사라지는시간들이산의높이와병치되며,세계는압축된시간과공간의총체로변모한다.이는사소한1초와거대한산맥,인간과우주의차원이한화면에서맞부딪히는장관을연출한다.

책속에서

어떤배역도시시한배역은없다.
벚꽃몸살앓는경주해질무렵
허름한천막식당에서우리는돼지국밥을먹고
벚꽃아래운동회날처럼자리를깔고
약장수처럼신나게나팔을불었다.

“바람이불어오는곳
어느60대노부부의이야기,…”
세상은허리가조금씩아파왔지만
어떤노래도시시한노래는없다.

소리없이저무는형산강을보며
벼랑위꽃처럼슴슴한저녁
우리의버스킹,시골장날닮았다.

살아서노래한다는것,얼마나큰축복인가.
돌아오지않는쓸쓸한생의이야기들
강물처럼끝없이흐르고

세상은허리가조금씩아파왔지만
소리없이저무는형산강을보며
우리는신나게나팔을불었다.
세상에어떤배역도시시한배역은없다.*
―김성춘시「벚꽃나무아래버스킹」전문

이번세기프랑스사상의특징으로이미지론이있다.이현상의시작이된것은베르그송의저서『물질과기억』이라할수있다.이저서에서그는물질을이미지라말했던것이다.이에대하여사르트르와바슐라르의이미지론은각각의시간론과불가분한모습으로,베르그송에대항하면서형성된경위가이미지론이뜨거워진연유가된것으로볼수있다.베르그송의시간의철학을넘어서려는시도는,각각의철학자에게독자적인시간론과불가분한모습으로베르그송에대항하면서형성된경위를가진다.
다시이러한상황을리뷰하면,세계에는여러사물들의다양한이미지가있다.모든사물은저마다의고유한모습(형상)을가진다.바꾸어말하면그이미지는그사물에실존적인것이다.그런데이러한형상은저마다들쭉날쭉한데이것을간추려단정한기하학적인형상으로전환시키는능력이있는것은신기한일이다.이를테면이세계에는어디에서든완전한원이없다.그런데도인간은원이란관념을가진다.이능력을유럽에서는플라톤의이데아의힘(능력)으로보았다
―허만하권두시론「메를로퐁티언어학의에센스」부분

사랑이있다고했다끄나풀이줄줄풀려나는이야기가슴뛰고눈물솟는이야기산을뒤집고세상을바꾸는이야기바다로우주로뻗어가는그래서쓸수없는이야기써서는안되는이야기말할수없는이야기그러니까사랑은숭고하다고그러니까거짓말이라고혹은

태어난적도없었지깊은구멍에서기어나와그늘과햇살도역사로만드는사람무덤에다꽃을피우는사람넘쳐나는마음에빠져죽는사람의이야기

이야기를쓸때는감옥이사라지고이야기가없을때는머리가잘렸다

미친거라고혹은위대하다고
―정월향시「거짓말을하자」전문

서해의일몰은쓸쓸함의깊이를알수없게한다.그쓸쓸함에서일어선갯벌은제하반신을바닷속에숨긴다.두려움은경외심가득호기심으로간절해진다.고립과연결이피아노건반위마을에서간간이발생하는어두운진실로하얗게뒤덮인다.

사물을감추는능력으로안개는긴모가지의동물들을키운다.환상이아니어도환상이어도좋을어떤천상의경계를넘어가는야릇함은자주오지않는기분이다.천사의다리위를지난다.천사가날개를펄럭이며하늘의문을열어놓는다.1,004개의섬으로이뤄진신안은고립의아름다움을보여주겠다는듯제각기천국의신비경을펼친다.

천개의문이열리고천개의문이닫혔다
―장선희산문「무한의안개」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