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함께 다정해지기로 해요
시인의일요일에서 성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시집 『코 끝의 도시』는 현대 사회의 익숙한 단절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숨결들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시인은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관계의 본질을 더듬고, 상처받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감각적인 언어로 조명한다.
시집의 문을 여는 「문어」는 시인의 선언과도 같다. “바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물의 혀가 스친 자리마다 문장이 수초처럼 자란다.” 시인은 삶의 가장 낮은 곳, 눈길 주지 않던 심해의 바닥에서 생명의 문장들이 돋아나는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여기서 ‘쓰는 일’은 단순히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다시 사는 일’이 된다. 문어가 먹물을 터뜨려 침묵을 펼치듯, 시인 또한 고통 속에서도 붓을 들어 세상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뻗친다. “움켜쥐는 대신 감싸며 붙잡는” 그 따뜻한 시선은, 타자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환대하려는 시인의 깊은 마음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리고 문어가 자신의 “무늬를 지우는” 행위는 관계의 시작이 곧 자신을 비우고 겸손해지는 데 있음을 속삭이는 듯하다.
시인은 도시의 풍경 곳곳에서 관계의 단절과 그럼에도 피어나는 연결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코끝의 도시」에서 화자는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 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본다. 이삿짐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같은 순간. 그것은 이웃집 대문이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처럼 굳게 닫혀 있어도, 그 너머의 삶에 가만히 시선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이다. 「세탁」에서 야간 수거함에 모인 얼룩진 옷가지들은 도시인들의 각자도생을 은유하는 듯하지만, “말리지 못한 마음”이나 “주소 없이 도착하는 그리움”은 여전히 타인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시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해설처럼, 시인은 “밀집된 세계이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그곳에서 연대감이 아니라 파편화된 상태로 오직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간다”고 정의되는 도시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려는 몸짓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성은주 시인의 시는 또한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폐업한 카페의 ‘비상등’을 통해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상실 속에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칠곡」에서 시인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어둡고서야 드러나는 별처럼, 깨지고서야 더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묘사하며, 아픔의 자리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떨어진 꽃잎이 봄을 알리고, 딱딱한 껍질을 뚫고 새잎이 돋아나듯, 시인은 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끈질김을 노래하며 “다시, 부활의 힘으로 잊었던 계절과 순한 것들의 둘레에 앉아 찢기지 않는 점선이 되어 고요한 별자리를 따라 떠돌고 싶어”라고 고백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경외이자, 상처를 품고 나아가려는 시인의 단단한 의지이다.
시집 『코끝의 도시』는 차가운 도시의 시선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온기와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한 시인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여정이다. 시집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들이 더 이상 무심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버려진 작은 조각들, 그리고 깊숙이 묻어둔 상처들이 모두 하나의 문장이 되어 우리의 코끝에 아릿한 삶의 숨결로 다가올 것이다.
시집의 문을 여는 「문어」는 시인의 선언과도 같다. “바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물의 혀가 스친 자리마다 문장이 수초처럼 자란다.” 시인은 삶의 가장 낮은 곳, 눈길 주지 않던 심해의 바닥에서 생명의 문장들이 돋아나는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여기서 ‘쓰는 일’은 단순히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다시 사는 일’이 된다. 문어가 먹물을 터뜨려 침묵을 펼치듯, 시인 또한 고통 속에서도 붓을 들어 세상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뻗친다. “움켜쥐는 대신 감싸며 붙잡는” 그 따뜻한 시선은, 타자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환대하려는 시인의 깊은 마음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리고 문어가 자신의 “무늬를 지우는” 행위는 관계의 시작이 곧 자신을 비우고 겸손해지는 데 있음을 속삭이는 듯하다.
시인은 도시의 풍경 곳곳에서 관계의 단절과 그럼에도 피어나는 연결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코끝의 도시」에서 화자는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 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본다. 이삿짐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같은 순간. 그것은 이웃집 대문이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처럼 굳게 닫혀 있어도, 그 너머의 삶에 가만히 시선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이다. 「세탁」에서 야간 수거함에 모인 얼룩진 옷가지들은 도시인들의 각자도생을 은유하는 듯하지만, “말리지 못한 마음”이나 “주소 없이 도착하는 그리움”은 여전히 타인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시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해설처럼, 시인은 “밀집된 세계이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그곳에서 연대감이 아니라 파편화된 상태로 오직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간다”고 정의되는 도시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려는 몸짓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성은주 시인의 시는 또한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폐업한 카페의 ‘비상등’을 통해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상실 속에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칠곡」에서 시인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어둡고서야 드러나는 별처럼, 깨지고서야 더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묘사하며, 아픔의 자리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떨어진 꽃잎이 봄을 알리고, 딱딱한 껍질을 뚫고 새잎이 돋아나듯, 시인은 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끈질김을 노래하며 “다시, 부활의 힘으로 잊었던 계절과 순한 것들의 둘레에 앉아 찢기지 않는 점선이 되어 고요한 별자리를 따라 떠돌고 싶어”라고 고백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경외이자, 상처를 품고 나아가려는 시인의 단단한 의지이다.
시집 『코끝의 도시』는 차가운 도시의 시선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온기와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한 시인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여정이다. 시집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들이 더 이상 무심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버려진 작은 조각들, 그리고 깊숙이 묻어둔 상처들이 모두 하나의 문장이 되어 우리의 코끝에 아릿한 삶의 숨결로 다가올 것이다.
코끝의 도시 (성은주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