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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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까이 가면 울음을 멈추는 마음
시인의일요일에서 부영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양재』가 출간되었다. 2024년 웹진 《님Nim》에 시,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대중문화평론이 당선된 부영우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균열과 모순,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본질을 섬세한 언어로 포착한다. 시인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삶의 장면들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사유의 공간을 선사한다.

『양재』는 ‘어진 선비들이 모여 살았다’는 뜻의 양재(良才)에서 영감을 받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한다. 시집은 1부 「때문에」부터 4부 「휜」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 간의 끊임없는 교감을 담아낸다. 시인은 「굽은 못의 시간」에서부터 「한강을 건너요」, 「가까이 가면 울음을 멈추는」 등 다양한 시편들을 통해 삶의 부조리함과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특히, “내가 같이 울어줄 이 아니란 걸 아는가 봐요/우는 얼굴 나는 잘 몰라요”와 같은 구절은 사랑의 결핍과 소통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표현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집은 익숙한 공간과 사물을 통해 삶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나의 창고」에서는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찬 내면의 공간을 묘사하며 기억과 망각의 의미를 되묻는다. 또한, 「빈 수레 끌고 구멍 채우러 가네」에서는 현대인의 삶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형상화한다. 부영우 시인은 이러한 일상적인 소재들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번민을 그려내면서도, 「이른 오후의 감사」처럼 작은 것에서 감사함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독자들은 시집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번 시집의 가장 큰 차별점은 독특한 시적 화법과 유연한 사고에 있다. 시인은 “빨리 걷는 것보다 천천히 뛰는 것이 빠르다”는 역설적인 문장을 통해 삶의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며, 「우리의 여행이 바다에서 끝난다면」이라는 시에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또한, 「사랑의 누명을 받더라도」라는 해설에서 유종인 시인이 언급했듯이, 부영우 시는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고 듣는 게 아니라 어느결에 따라 부르는 랩으로 끌린다”는 평을 받을 만큼 독창적인 리듬과 표현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시적 특징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시집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각인시킨다.
저자

부영우

2024년웹진《님Nim》에시,2009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대중문화평론이당선되었다.
시집『양재』가있다.

목차

1부
때문에/굽은못의시간/한강을건너요/가까이가면울음을멈추는/면책/선잘긋는애들이연애도잘해요/더이상나빠지지않으려고담을걸어요/낮에끄덕밤엔갸웃/거품-빛이내게로온다/거품-빛이구멍에걸려있다/그저먼곳에서들려오는목소리를듣고있었어/금가루를밥에뿌려먹을거예요/나는누나를생각하며양재에가는데누나는나를생각하면철학이떠오른다니/그시간공이하늘색과같아진다

2부
나의창고/물이차오른다/세탁소지하실에서남의옷을입었네/정오의택시/쪽문을열어두세요/내마음의협궤열차/어두운활주로에나팔소리들리고/작은님아,다리긴작은님아/돌아가자/눈밝은사람이말하기를/동물의방/나도따라울어버렸네/처음보다끝을잘알고중간은잘몰라요/리베로의노래

3부
너무멀리보는게문제예요/가만히있어도가는/용두암을놀리지마/내가없는세계에서/동족에대한예의/빈수레끌고구멍채우러가네/저편의불빛/친애하는어둠에게/베리베리블루해/잊으려고뒤척이는거야/나의기쁨은얇고기다랄거예요/저의/조율/새가되면날기전에먼저할일/이른오후의감사

4부
휜/고리/배웅/마마와나와나의아이/오래오래살겠습니다/아주오랜시간이흐른뒤에/언바다를건너여기까지왔다/누가뻐끔거리며쫓아온다/봄밤은너무하얘/구석을들추니버들씨흩날리네/일요일자정무렵의달리기/흐이히히히잉/독서실에서시를씁니다/우리의여행이바다에서끝난다면

해설사랑의누명을받더라도|유종인(시인)

출판사 서평

세속의누명에걸린사랑


부영우의시는읽는게아니라보는것이고듣는게아니라어느결에따라부르는랩으로끌린다.이런시의결이있었구나싶으니이또한그가가독성이아니라가창성이있는존재라는것을또어느결에오래된새로움인양곁에둘요량이다.치명적이지는않지만치명적인수단을한끝사이를두고서염두에둔듯한농담의우울과활달한슬픔을숨결처럼견지한다.그러나이것도허사인듯다시모든상황의감정들사이에둘러싸인시인이란존재의몸부림,그말부림을숙명의것으로받아들이는말의자식(子息),아니이가져봄직한자의식은공기처럼외부의장기(臟器)처럼그를둘러싸고에두르게된다.


모든오늘처럼“다음주의끝에도이렇게뛸수있으면된”그마음과몸이시를얼러내는것이라고믿기만한다면그런믿음속에서자생(自生)하는사랑이비록어처구니없는세속의누명에걸리더라도말이다.굴레의사랑이아니라그굴레의가시덩굴을하나하나걷어내주는언어의손길을가질수만있다면,그는,또다른부영우로옮겨가새뜻하니달리고있을것이다.그리고시인이허두(虛頭)로했던말을다시닫듯이열어두고자한다.“양재는‘어진선비들이모여살았다’해서양재(良才)였지만,빛또한충분해서,마음을달래고키우기에괜찮은곳”이라는부영우는어엿한양언(陽彦)같은이가아닐까한다.왜냐면모든면에서부족함과충만함은그가바라보는지향의눈그늘밑에서태어나는것이기에말이다.예전부터그리고항차무엇으로든“우리는부드러울테니까”라고말할때닫혔던감각은트이고멀었던시감(詩感)은다가들며누명에씨인언행들은신원(伸冤)이되는흐름을깜냥껏얻어들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