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 (신혜정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 (신혜정 시집)

$12.00
Description
당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영원의 질문
㈜시인의일요일에서 신혜정의 신작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가 출간되었다. 혹시나 당신이 별생각 없이 덜컥 이 시집을 읽는다면 당신은 당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아찔함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시집을 읽는 당신은, ​사라지거나 잊힌 존재들의 속삭임 속에서, 찰나와 영원의 경계를 탐색하며, 삶과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혜정 시집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고, 찰나 속에 영원이 깃들고 영원이 다시 찰나로 돌아오는 독특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아득하거나 너무 가까움이 문득 아찔하다는 생각 순간이 곧 영원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바라보다」)처럼, 시인은 익숙한 것들의 너머를 바라보도록 이끌며 현대 사회에서 잊힌 것들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시인은 “영영 눈멀어 보시겠어요? 영원을 보시겠어요?”(「엑소포니」)라고 묻는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감각하도록 당신을 초대하는 마녀의 질문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시인이 창조한 ‘뒤틀린 질서의 집’이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이다. 이곳에서는 중력과 방향이 사라지고(「무중력 쇼」), 파괴가 새로운 질서가 되며(「플루토」), 탄생과 죽음의 순서마저 뒤집힌다. “생에서 생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물에서 물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숨에서 숨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아가미」) 같은 존재론적 질문들이 당신의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신혜정 시인은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 언어 이전의 상태, ‘엑소포니’로의 변이를 시도한다. 이는 생물학적 퇴행이 아닌, 결핍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는 급진적인 진화이며, 시인의 깊은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이 독특하고 기이한 세계가 기존의 가치와 세계에 갇힌 당신을 무너뜨리고 영원의 질문을 던진다.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는 단순한 감정적 공감을 넘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끈다.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김유태 시인의 해설처럼 “나는 끝도 없이 타오르는 집 한 채에서, 끝내 오지 않을 너의 노크를 이미 듣고 있었노라고.”라는 구절은 당신이 시집을 통해 시간의 밀도를 달리 느끼고, 죽음을 통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신혜정 시인만의 고유한 시적 마력이, 당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질문들을 깨울 것이다.
저자

신혜정

2001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라면의정치학』『여전히음악처럼흐르는』,산문집『왜아무도나에게말해주지않았나』『흐드러지다』가있다.

목차

1부
편지-에필로그/엑소포니/아가미/진주/내가그린늑대그림/검은시절/구전설화-작자미상/편지-투명인간/메멘토모리/낙산사/선셋홀/유구한일-유기;遺棄/궁수자리

2부
여름이었다/바람의집/와이드하고너무가깝게/바라보다/하품/편지-사구/편지-버드뷰/꽃의진화/미러링/언두잉/맨스플레인/이미/4/편지-비문증/모르는얼굴

3부
시간의집/얼음의집/그러니오해일것이다우리가만났을리가없었다/영은영/흑체/플루토/꽃의기원-아라키스의잊혀진문서중/심리상담/양양/K/파워게임/롱테이크/환상통

4부
몬순샐러드/주머니/낙하/무중력쇼/편지-워커/스토리텔링뉴타운/호텔스톡홀름/유구한일-갤럭시/광안리/편지-랜드오브롤라/가붓하다/오래전사람하나가

해설눈멀어야입장가능한영원의집|김유태(시인·문화부기자)

출판사 서평

끝내오지않을너의노크를
이미듣고있었노라


시인은눈앞에놓인찰나와영원의문턱을드나들면서,존재와부재사이에놓인교각위에올라,그사잇길에잔류하는신체가되기를희망한다.그럼으로써시인은여기에도있고저기에도있지만,여기에도없고저기에도없는상태가되며영원과찰나와한몸으로결속된다.시인의몸은산개하는찰나들의아카이브이자영원의숨이기탁되는보관소다.
신혜정의시집은영원과찰나의목격자인그의화자들이분기하는집이다.사라지거나지워지거나잊히거나흘려보내지거나지나쳐버린고아유령들이찰나를비집고영원의틈에서말을거는집.시인은자신의몸을영원과찰나가교차하는성으로내어주고,한때자신이었던화자들을머무르게한다.이집의거주자들은이미죽은자이며죽어가는자이고죽음으로써죽어감으로써산자,살아가는자다.우리는그집으로진입하면서영원과찰나의관계망속으로연루된다.하지만저집의내부로입장하기위해선몇가지경고음을숙지해야한다.이는첫번째시「편지-에필로그」에상세히기술되어있으며,시인이규정하는세계의질서는이처럼몇가지법칙을따른다.경고문앞에서우리는잠시머뭇거려야만한다.



시인은전쟁과참사라는거대한폭력의궤도만을응시하지않는다.이시집의미학은조용한폭력을,폭력의주변부에서고개를들어바라보려는데있다.「검은시절」은기억과애도사이에놓은부고가주는일상적폭력을다룬다.죽은이를기리는부고가역설적으로당사자를이야기속에서삭제하고,청자의감정만을중심에서게할때의폭력말이다.
“이야기가청자들의마음을슬픔으로물들이는동안/그이가지워지고만다”란문장속에서,망자는은밀하게밀려나는자리에선다는것이다.폭력은피를흘리고뼈를보이는지점에서만발생하는것이아님을시인은안다.누군가를서서히지우는일상의가학은,침묵의행위로서도가능함을다음시역시증언한다.「4」에서“무엇을피하는지도모른채달아나야했던아이가남긴/가쁜숨소리같은파도가/달싹달싹검은돌에닿을때”의순간은의식없이지속되는폭력의무심함과이름없는피해자의침묵을소환한다.개발이라는폭력보다도중요한건도망쳐야했다는사실자체이다.우리가무심코지나온세계는화자들의진술로인해다시호출된다.이름없이사라진사람과애도되지못한죽음에대해화자는기억하라는요청을부표처럼띄운다.말해지지않은폭력의곁에서서기억의윤리를복원하라는청구서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