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17.00
Description
간토대지진 100년,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을 말하다!
혐오와 국가폭력이 낳은 인재, 간토대진재!
20년 동안의 답사와 연구로 정리한 역작!
한국과 일본의 작가와 시민들이 100년 동안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극복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만열 시민모임’독립’이사장,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일제 극우 세력의 야만성을 파헤친 문제작! 임헌영 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처받은 과거로부터 아픔을 나누는 치유와
평화의 미래로 향하는 희망을 전한다. 무라야마 도시오 작가

2023년 9월 1일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다.
《백년 동안의 증언》은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일본의 혐오사회와 국가폭력에 맞서온 한·일 작가와 일반 시민들의 기록이다. 이 책은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를 지낸 김응교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간토대지진 관련 장소를 답사하고 여러 증인을 만나며 문헌을 연구 정리한 책으로, 반일(反日)을 넘어 집단폭력에 맞서는 두 나라 시민의 연대를 제안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백년 동안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간토대지진을 끊임없이 삭제하려 했지만, 《백년 동안의 증언》은 의도적인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을 말한다. 이것만이 같은 비극을 막는 길이며, 한일 양국의 새로운 백년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건’에서는 지진이 어떻게 인재로 전개되는지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2장 ‘15엔 50전’은 쓰보이 시게지(壺井繁治)의 장시(長詩)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수록하여 선보인다. 3장 ‘증언’에서는 이기영, 김동환, 구로사와 아키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드라마 ‘파친코’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간토대진재를 다룬 작가와 감독의 증언을 전한다. 4장 ‘진실’에서는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일본의 개인과 모임을 소개한다. 5장 ‘치유’에서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삭제와 왜곡으로 시달리는 가해자 모두의 치유를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저자

김응교

저자:김응교
시인,문학평론가

목차

추천의글
들어가며:고통과치유의구심점곁으로

1.사건
비극은어떻게진행되었나
6,661명학살을일으킨6가지요인

2.15엔50전
15엔50전
쓰보이시게지의증언
일본안의적,파시즘
민족대민족이아닌가해자대피해자
서사시정신과국제연대
망상과기억사이에서우리는

3.증언
맷돌질하듯뒤흔들었다,학살을기억하는소설가이기영
영화감독구로사와아키라,소학교학생들의증언
아쿠타가와류노스케는잔인한자경단이었나
나라시노수용소,김동환서사시『승천하는청춘』
간토대지진과미야자와겐지시「종교풍의사랑」,「스바루」
간토대지진의희생자,자유정신오스기사카에
하나의선택,계급운동
간토대지진이후한국문학사
학살과전쟁을넘어선사랑,미우라아야코『총구』
드라마‘파친코’의간토조선인학살

4.진실
후세다쓰지를기억하는일곱가지장면
비국민(非國民),오에겐자부로
불교의상불경(常不輕),오무라마스오교수와세키고젠스님
삭제해도피어나는꽃,미야카와야스히코와니시자키마사오
희미한빛,사죄운동을행한오야마레이지목사

5.치유
두나라의민주시민이연대해야한다
혐오에대응한‘카운터스’운동
일본정부의변화가있어야한다

출판사 서평

쓰보이시게지長詩「15엔50전」국내초역수록
왜‘15엔50전’인가

쓰보이시게지의「15엔50전」은14연204행으로일본시로서는보기드문장시다.시인은자신이직접겪은간토대지진전후상황을서사시정신으로담담히그려냄으로써당시의부조리를드러낸다.
간토대지진은지진이후조선인학살이라는인재가더해져간토대진재라고도한다.1923년9월1일지진이일어난후“조선인이불을지르고,우물에독을넣는다”는유언비어가퍼져불안에떨던일본인들이9월1일밤부터6일까지6,000여명의조선인을학살했다.

-십오엔오십전(十五円五十錢)이라고해봐!
손짓당한그남자는
군인의질문이너무도갑작스러워
그의미를그대로알아듣지못해
잠깐,멍하게있었지만
곧확실한일본어로대답했다
-쥬우고엔고쥬센
-좋아!
칼을총에꽂은병사가사라진뒤에
나는옆에남자의얼굴을곁눈질로보면서
-쥬우고엔고쥬센
쥬우고엔고쥬센
이라고몇번씩이나마음속으로반복해보았다
그래서그질문의의미를겨우이해할수있었다
아아,젊은그시루시반탱[印絆夫]이조선인이었다면
그래서“쥬우고엔고쥬센”을
“츄우코엔코츄센”이라고발음했더라면
그는그곳에서곧끌어내려졌을것이다

이대목에이르러독자는이장시의제목이주는의미를비로소깨닫게된다.‘15엔50전’이라는일본어탁음을발음할수없는조선인을골라내려는‘광기의오락’이었음을.
일본정부는아직도조선인학살에대하여‘유언비어에의한’시민의우발적인폭동이었다고말한다.그러나쓰보이시게지는“유언비어의발화지가어디였는지”를정확히지적한다.집단광기의발화지는일본경찰이며,그배후에는일본정부가있다고말이다.이것이이시의중요한창작동기임을밝힌다.
김응교저자는독자에게“「15엔50전」을읽고일본인을미워한다면,그것은가장저급한시읽기”라고말한다.시인은사건을민족대민족의싸움이아닌,가해자에의한피해자의죽음으로보고있다.그는조선인에게이족혐오의애국주의를부추기려하지않는다.일본인이라는‘우리’안에적을겨냥하고있다.그가본‘일본안의적’은당시의지배체제였다.반대로지배체제가본‘일본안의적’은사회주의자와조선인등이었다.
쓰보이시게지는시를통해분노와애정을표시하려는것이아니라,분노와애정을넘어국제연대를목표로하고있다.

배려하는일본인의혐오사회
일본은왜내셔널아이덴티티를강요하는가

간토대지진이일어나기전일본의조선인에대한감정은곪을대로곪아있었다.1910년부터1918년까지실행된토지조사사업으로많은조선인농민들이경작지를잃고일본과만주로향했고,조선인노동자로인하여일자리를잃게된일본노동자와시민의원망은극에달했다.뿐만아니라3.1운동이후일본신문은조선인을적으로보도함으로써일본인의조선인에대한공포감은극대화되던차였다.
일본당국은지진으로인해정부로향하는국민의공포와불안을조선인에게로향하는불안과공포로바꾸어놓았다.조선인학살은단순한개인의폭력이전에,국민들에게내셔널아이덴티티를강요했던‘국가적폭력’이었다.
본래일본인은‘상불경(常不輕)’의태도를삶의윤리로중시한다.남과적당한거리를두고,늘남에게피해가가지않도록배려한다.배려할줄아는일본인들이어떻게끔찍한조선인학살을저질렀을까.일본인특유의‘나와바리’,곧세력권인‘우리’라는공동체안에서는철저히‘상불경’을실천한다.아쉽게도그나와바리밖에있는타자는‘상불경’이아닌‘적’으로대하는섬나라특유의원형문화가있다는지적이많다.조선인학살은나와바리를벗어난타자를괴물화하는일본특유의문화가드러난경우라할수있다.
일본은‘종사회’(縱社會)다.일본어로‘다테사회’라고한다.사회의삼각형제일위에천황이있고가장아래는천민이위치하는등수직적관계가견고히형성되어있다.이종속적구조를따르지않는거주자는혐오와차별의대상이된다.일본특유의종교적인관료조직은일본근대화를견인해왔지만타자를모멸하는혐오사회의원인이기도하다.
도쿄지사이시하라신타로는2000년4월9일,도쿄네리마의육상자위대1사단창설기념행사축사에서‘삼국인’발언을했다.

지금도쿄에는불법입국한삼국인과외국인이흉악한범죄를거듭하고있습니다.이제도쿄의범죄형태는과거와달라졌습니다.이상황에서큰재해가일어난다면엄청난소요사건까지도상정할수있는형국입니다.경찰력은한계가있으니자위대원여러분에게출동을부탁하면치안유지에나서주길바랍니다.

삼국인,이른바일본에거주하고있는조선인,중국인,대만인을‘일본안의적’으로선언했던것이다.도쿄라는거대한메갈로폴리스의밑바닥계층인이들을섬멸해야할‘사회적해충(害蟲)으로여기는이발언의의도는100년전과다를것이없다.그들은여전히자신들의권력을공고히하고자여전히두려움을악용하여혐오사회를조장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단순한반일은위험하다
백년의갈등,그해법은무엇인가

2008년호주노동당총리케빈러드는원주민애버리지니(Aborigine)들을모시고‘도둑맞은세대’에사과했다.호주는매년5월26일을‘국립사과의날’로지키며혐오문제를극복하려애쓴다.1970년독일총리빌리브란트는폴란드바르샤바위령탑앞에서무릎꿇고사죄했다.백년이상남아프리카공화국을지배했던흑인차별은1994년넬슨만델라에의해멈추었다.이들은진실을밝히고보복대신사면하고화해의공동체를이루어나갔다.
일본의내부를들여다보면일본에도아시아에저지른백년의과거를괴로워하는일본시민,작가,학생들이분명히존재한다.소설가오에겐자부로는“일본이어느정도사죄한다해도충분하지않은큰범죄를한국에범했다.게다가아직한국인에게일본은충분히사죄하지않고있다.”라고했다.무라카미하루키는“과거일본의침략사실을인정하고상대국이됐다고할때까지사죄해야한다.”라고했다.소수이긴해도일본내에도과거사에대해반성하는지식인들이있기에단순한반일은위험하다.
우리는집단적광기라는것이망상(妄想)에불과하다는뚜렷한기억(記憶)을새겨야한다.따라서야스쿠니신사참배에반대하고군인위안부문제나왜곡된역사교과서를시정하려는일본시민단체와연대하고,한국과일본의양심세력·연구자·작가들이‘우리’가될때,장시「15엔50전」의숙제는그만남의자리에서비로소완성될것이다.
저자는일본정부가변할수있을까묻는다.그가능성이0%라고해도일본정치인들의변화를기대하고모든매체를통해바른말을하는정치인을격려하고,잘못된판단을세뇌시키려는정치인에대한비판을멈추어선안된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