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사진작가 강양미의 사진작업을 소개하는 사진집이다.
작가는 사진집단 ‘진공(ZINGONG)’에서 도시를 기록하는 사진가로 활동하며 출판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가의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접선(接線)’이다. 오래된 주택가, 구부러진 골목과 언제 지어졌는지 알수 없는 집들은 건물이 버텨온 시간만큼이나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인 삶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그 흔적들 사이에서 작가에게 포착된 미학적 발견은 ‘선(線)’이다. 어딘가에 기대어 시작되고 이어지는 수많은 접선(接線)들을 따라가며 작가는 공간이 품고 있는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접선’의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복잡한 골목의 갈림길에서 문득 ‘미궁’을 만났다고 했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 불안하게 갈라진 건물의 오래된 틈과 개연성 없이 튀어나온 가스라인, 애초 어디로 이어졌을지 가늠되지 않는 끊어진 전선이 얽히고 엉크러져 있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작가는 길을 잃고 망연자실 멈추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살면서 수없이 부딪혔던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랬듯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또다시 길을 가야 한다는 ‘의무’가 말할 수 없는 부담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그 순간 작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떠올렸다. 붙잡고 가야 할 실타래를 움켜쥐듯 작가가 붙잡은 것은 벽면을 타고 흐르는 수많은 선들이었다.
높은 건물에 가려졌던 태양이 때마침 건물을 비켜 골목을 비추자 미궁을 빠져나갈 지름길을 알려주듯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와 오래된 건물의 틈이, 돌출된 가스라인과 끊어진 채 무심히 묶여있는 전깃줄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날렵하고 세련되게 깎여진 높은 빌딩과 경쟁하듯 번쩍이는 유리와 전광판들로 도배된 도시의 한 모퉁이만 돌아서면 이렇게 버려진 듯한 삶이 목소리를 낮추어 작게 작게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필요에의해 수없이 덧대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스틸블루의 오래된 담벼락은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추상 공예품 같다.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가느다란 파이프라인은 보수공사 재료로 쓰인 무심한 청테이프의 선명한 청록색 때문에 갑자기 회화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땀 한땀 정성스레 떠놓은 레이스같이 섬세한 슬레이트 지붕은 한 없이 고급진 실루엣을 만들었고, 밝은 인디언 핑크 벽면에 빠꼼빠꼼 뚫어진 창문은 매장에 전시 해놓은 최신형 핸드폰 같은 비율을 자랑한다.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은 그림자가 만들어 놓은 회색 그라데이션의 결정판!!! 그곳에 한 줄 늘어뜨려진 전깃줄은 화가가 마음먹고 마지막 한 획을 그은 듯한 펜화를 떠올리게 한다. 뜬금없이 화려한 인디언옐로 벽면을 배경으로 무심코 늘어뜨려진 한 가닥 전선은 파이프라인의 견고한 직선과 대비되며 곡선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미궁을 빠져나올 지표를 살피며 천천히 골목을 돌아 나오던 작가는 어느덧 길 찾기 자체를 잊었다. 이곳은 이제 미궁이 아니라 한 칸 한 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옴니버스 도서관이 된다.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작가는 어느새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따뜻하고 견고한 삶의 질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쉽지 않았던 결정과 그 결정으로 책임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힘겨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손으로 스르르 이어진 것이다.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하고 섬세해진다. 노승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내어놓은 우전 한 잔을 손으로 받은 것처럼 감사하고 경건해진다.
작가는 사진집단 ‘진공(ZINGONG)’에서 도시를 기록하는 사진가로 활동하며 출판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가의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접선(接線)’이다. 오래된 주택가, 구부러진 골목과 언제 지어졌는지 알수 없는 집들은 건물이 버텨온 시간만큼이나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인 삶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그 흔적들 사이에서 작가에게 포착된 미학적 발견은 ‘선(線)’이다. 어딘가에 기대어 시작되고 이어지는 수많은 접선(接線)들을 따라가며 작가는 공간이 품고 있는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접선’의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복잡한 골목의 갈림길에서 문득 ‘미궁’을 만났다고 했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 불안하게 갈라진 건물의 오래된 틈과 개연성 없이 튀어나온 가스라인, 애초 어디로 이어졌을지 가늠되지 않는 끊어진 전선이 얽히고 엉크러져 있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작가는 길을 잃고 망연자실 멈추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살면서 수없이 부딪혔던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랬듯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또다시 길을 가야 한다는 ‘의무’가 말할 수 없는 부담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그 순간 작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떠올렸다. 붙잡고 가야 할 실타래를 움켜쥐듯 작가가 붙잡은 것은 벽면을 타고 흐르는 수많은 선들이었다.
높은 건물에 가려졌던 태양이 때마침 건물을 비켜 골목을 비추자 미궁을 빠져나갈 지름길을 알려주듯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와 오래된 건물의 틈이, 돌출된 가스라인과 끊어진 채 무심히 묶여있는 전깃줄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날렵하고 세련되게 깎여진 높은 빌딩과 경쟁하듯 번쩍이는 유리와 전광판들로 도배된 도시의 한 모퉁이만 돌아서면 이렇게 버려진 듯한 삶이 목소리를 낮추어 작게 작게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필요에의해 수없이 덧대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스틸블루의 오래된 담벼락은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추상 공예품 같다.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가느다란 파이프라인은 보수공사 재료로 쓰인 무심한 청테이프의 선명한 청록색 때문에 갑자기 회화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땀 한땀 정성스레 떠놓은 레이스같이 섬세한 슬레이트 지붕은 한 없이 고급진 실루엣을 만들었고, 밝은 인디언 핑크 벽면에 빠꼼빠꼼 뚫어진 창문은 매장에 전시 해놓은 최신형 핸드폰 같은 비율을 자랑한다.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은 그림자가 만들어 놓은 회색 그라데이션의 결정판!!! 그곳에 한 줄 늘어뜨려진 전깃줄은 화가가 마음먹고 마지막 한 획을 그은 듯한 펜화를 떠올리게 한다. 뜬금없이 화려한 인디언옐로 벽면을 배경으로 무심코 늘어뜨려진 한 가닥 전선은 파이프라인의 견고한 직선과 대비되며 곡선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미궁을 빠져나올 지표를 살피며 천천히 골목을 돌아 나오던 작가는 어느덧 길 찾기 자체를 잊었다. 이곳은 이제 미궁이 아니라 한 칸 한 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옴니버스 도서관이 된다.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작가는 어느새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따뜻하고 견고한 삶의 질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쉽지 않았던 결정과 그 결정으로 책임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힘겨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손으로 스르르 이어진 것이다.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하고 섬세해진다. 노승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내어놓은 우전 한 잔을 손으로 받은 것처럼 감사하고 경건해진다.
접선 TANGENT - 헥사곤사진선집 4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