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선 TANGENT - 헥사곤사진선집 4

접선 TANGENT - 헥사곤사진선집 4

$17.00
Description
사진작가 강양미의 사진작업을 소개하는 사진집이다.
작가는 사진집단 ‘진공(ZINGONG)’에서 도시를 기록하는 사진가로 활동하며 출판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가의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접선(接線)’이다. 오래된 주택가, 구부러진 골목과 언제 지어졌는지 알수 없는 집들은 건물이 버텨온 시간만큼이나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인 삶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그 흔적들 사이에서 작가에게 포착된 미학적 발견은 ‘선(線)’이다. 어딘가에 기대어 시작되고 이어지는 수많은 접선(接線)들을 따라가며 작가는 공간이 품고 있는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접선’의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복잡한 골목의 갈림길에서 문득 ‘미궁’을 만났다고 했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 불안하게 갈라진 건물의 오래된 틈과 개연성 없이 튀어나온 가스라인, 애초 어디로 이어졌을지 가늠되지 않는 끊어진 전선이 얽히고 엉크러져 있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작가는 길을 잃고 망연자실 멈추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살면서 수없이 부딪혔던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랬듯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또다시 길을 가야 한다는 ‘의무’가 말할 수 없는 부담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그 순간 작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떠올렸다. 붙잡고 가야 할 실타래를 움켜쥐듯 작가가 붙잡은 것은 벽면을 타고 흐르는 수많은 선들이었다.

높은 건물에 가려졌던 태양이 때마침 건물을 비켜 골목을 비추자 미궁을 빠져나갈 지름길을 알려주듯 벽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와 오래된 건물의 틈이, 돌출된 가스라인과 끊어진 채 무심히 묶여있는 전깃줄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날렵하고 세련되게 깎여진 높은 빌딩과 경쟁하듯 번쩍이는 유리와 전광판들로 도배된 도시의 한 모퉁이만 돌아서면 이렇게 버려진 듯한 삶이 목소리를 낮추어 작게 작게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필요에의해 수없이 덧대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스틸블루의 오래된 담벼락은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추상 공예품 같다.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가느다란 파이프라인은 보수공사 재료로 쓰인 무심한 청테이프의 선명한 청록색 때문에 갑자기 회화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땀 한땀 정성스레 떠놓은 레이스같이 섬세한 슬레이트 지붕은 한 없이 고급진 실루엣을 만들었고, 밝은 인디언 핑크 벽면에 빠꼼빠꼼 뚫어진 창문은 매장에 전시 해놓은 최신형 핸드폰 같은 비율을 자랑한다.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은 그림자가 만들어 놓은 회색 그라데이션의 결정판!!! 그곳에 한 줄 늘어뜨려진 전깃줄은 화가가 마음먹고 마지막 한 획을 그은 듯한 펜화를 떠올리게 한다. 뜬금없이 화려한 인디언옐로 벽면을 배경으로 무심코 늘어뜨려진 한 가닥 전선은 파이프라인의 견고한 직선과 대비되며 곡선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미궁을 빠져나올 지표를 살피며 천천히 골목을 돌아 나오던 작가는 어느덧 길 찾기 자체를 잊었다. 이곳은 이제 미궁이 아니라 한 칸 한 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옴니버스 도서관이 된다.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작가는 어느새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따뜻하고 견고한 삶의 질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쉽지 않았던 결정과 그 결정으로 책임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힘겨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손으로 스르르 이어진 것이다.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하고 섬세해진다. 노승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내어놓은 우전 한 잔을 손으로 받은 것처럼 감사하고 경건해진다.
저자

강양미

저자:강양미
항상길위에서행복했다.일상에서벗어난일탈을꿈꾸며새로운곳을찾아다녔다.하지만일상도일탈이될수있다는것을사진을찍으며어느날깨닫게되었다.
사소하다고생각하던주변사물들이새롭게자신의존재감을드러내는것에매료되어다양한공간과사람들의모습을기록하고정리하는작업을이어오고있다.
이책에는오래된주택가와골목에서만난다양한선들이말하고자하는의미를찾아헤매던나의여정을담았다.
영월에서개최된동강국제사진제(2021)에작품을전시하였고,사진집단'진공(ZINGONG)'에서도시를기록하는사진가로활동하며출판작업에도참여하고있다.

출판사 서평

사진작가강양미의사진작업을소개하는사진집이다.
작가는사진집단‘진공(ZINGONG)’에서도시를기록하는사진가로활동하며출판작업에도참여하고있다.

작가의이번작품의주제는‘접선(接線)’이다.오래된주택가,구부러진골목과언제지어졌는지알수없는집들은건물이버텨온시간만큼이나성실하게차곡차곡쌓인삶의흔적들을담고있다.그흔적들사이에서작가에게포착된미학적발견은‘선(線)’이다.어딘가에기대어시작되고이어지는수많은접선(接線)들을따라가며작가는공간이품고있는오래된삶의이야기를읽어낸다.

‘접선’의작가노트에서작가는복잡한골목의갈림길에서문득‘미궁’을만났다고했다.벽면을가로지르는파이프,불안하게갈라진건물의오래된틈과개연성없이튀어나온가스라인,애초어디로이어졌을지가늠되지않는끊어진전선이얽히고엉크러져있는골목길에서갑자기작가는길을잃고망연자실멈추었다.그러나작가는그대로주저앉지않았다.살면서수없이부딪혔던선택의갈림길에서그랬듯잠시멈추고숨을고른다.또다시길을가야한다는‘의무’가말할수없는부담으로가슴을짓누르던그순간작가는‘아리아드네의실’을떠올렸다.붙잡고가야할실타래를움켜쥐듯작가가붙잡은것은벽면을타고흐르는수많은선들이었다.

높은건물에가려졌던태양이때마침건물을비켜골목을비추자미궁을빠져나갈지름길을알려주듯벽면을가로지르는파이프와오래된건물의틈이,돌출된가스라인과끊어진채무심히묶여있는전깃줄이생생한모습을드러내기시작했다.날렵하고세련되게깎여진높은빌딩과경쟁하듯번쩍이는유리와전광판들로도배된도시의한모퉁이만돌아서면이렇게버려진듯한삶이목소리를낮추어작게작게숨쉬고있었던것이다.

분명필요에의해수없이덧대어져지금의모습이되었을스틸블루의오래된담벼락은아름다운그림자를드리우며방향에따라여러모습으로변화하는추상공예품같다.어디에서나와서어디로이어지는지모를가느다란파이프라인은보수공사재료로쓰인무심한청테이프의선명한청록색때문에갑자기회화작품의주인공이되었다.한땀한땀정성스레떠놓은레이스같이섬세한슬레이트지붕은한없이고급진실루엣을만들었고,밝은인디언핑크벽면에빠꼼빠꼼뚫어진창문은매장에전시해놓은최신형핸드폰같은비율을자랑한다.오래된콘크리트건물은그림자가만들어놓은회색그라데이션의결정판!!!그곳에한줄늘어뜨려진전깃줄은화가가마음먹고마지막한획을그은듯한펜화를떠올리게한다.뜬금없이화려한인디언옐로벽면을배경으로무심코늘어뜨려진한가닥전선은파이프라인의견고한직선과대비되며곡선의아름다움을유감없이드러낸다.

미궁을빠져나올지표를살피며천천히골목을돌아나오던작가는어느덧길찾기자체를잊었다.이곳은이제미궁이아니라한칸한칸모퉁이를돌때마다새로운이야기를쏟아내는옴니버스도서관이된다.그이야기에귀기울이던작가는어느새성실하게살아온사람들의따뜻하고견고한삶의질량을담담하게받아들이게되었다.수많은선택의기로에서매번쉽지않았던결정과그결정으로책임져야했던삶의무게를묵묵히견뎌낸힘겨운사람들에대한따뜻한연민이셔터를누르는작가의손으로스르르이어진것이다.

작품을천천히감상하다보면나도모르게마음이차분하고섬세해진다.노승의손길로정성스럽게내어놓은우전한잔을손으로받은것처럼감사하고경건해진다.

서평
'헥사곤사진선집'네번째책이다.사진가강양미의사진은골목에서시작된다.사람들이살고있는골목을누비며이시대의단절과불통의문화를끊어낼열쇠를찾는다.구도자나순례자같은마음으로삶의흔적들을뒤적인다.인간과인간의연결을꿈꾸는작가는골목길의좁은공간을이어가는연결점들을주목하고헝클어져이어져가는선들에집중한다.작가가주목하는피사체는인간의삶그자체이며과거로부터흘러오는시간여행이다.작가의사진은작가의마음속에자리잡은사람에대한사랑이며연민을증거한다.사진은주장이며동시에해석이다.사진속의골목길풍경은정직한거리를유지하며단단하게마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