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읽는선생님이소개하는
재즈와친해지는방법
인문쟁이선생님의시선으로재즈를소개하는《어쩌다보니재즈를듣게되었습니다》가출간된다.심심한귀를채울것을찾다가말그대로‘어쩌다보니’재즈에입문한저자가자신만의관점으로감상한재즈이야기와학생들과의재즈수업이야기를전한다.
‘재즈’라는단어는너무나친숙하지만정작‘재즈좀듣는다’고자처하는사람은많지않다.‘재즈는분위기잡는음악,쉽게입문하기어려운장르’라는선입견에다가가기어렵다고느끼기때문일지도모르겠다.
이책에서는재즈가태어난문화적,역사적배경을함께설명하며재즈를듣고읽는법을소개한다.재즈의뿌리부터시작해서재즈가어떤과정을거쳐변화하고성장했는지그흐름을따라가다보면,문화의한부분으로서재즈를이해하고깊이감상할수있게된다.
책을통해재즈가더욱가깝게느껴지는또다른이유에는재즈를향한저자의애정어린시선이한몫한다.자신은마니아도전문가도아니라고하지만,재즈를통해세상을바라보며사색하는저자의재즈감상기는낯선뮤지션의생소한음악도친근해지게한다.
막연히어려울것같아서,무엇부터들어야할지몰라서쉽게다가가지못했던재즈.《어쩌다보니재즈를듣게되었습니다》와함께조금더가까이다가가보자.
책속에서
초심자에게재즈를들려줄일이있으면나는고민없이‘Ceora’를선택한다.대중적인멜로디와라틴리듬으로듣는이의귀를단번에사로잡을수있기때문이다.화려한세션의연주도훌륭하다.마치유리건반을두드리는듯한허비핸콕(HerbieHancock)의부드러운피아노연주는감탄없이는듣기어렵다.이곡의작곡자이자,화려하다못해눈이부실정도의세션들을완벽하게조율하며연주를이끌어가는리더가바로리모건이다.이정도면거장이라고불릴자격은충분하다고본다.
-35쪽
그첫번째시간.재즈사에서루이암스트롱이차지하는비중을고려한다면재즈를소개하면서그를빼먹을수는없는일이었으나막상그의음악을들려주기는머뭇거려졌다.평소루이암스트롱을듣지않는오만가지이유와그로인한노파심이발동했기때문이다.음질이안좋으면어쩌지,아이들이싫어하면어쩌지,처음듣는재즈인데이때문에아이들이재즈랑거리가더멀어지면어쩌지,이수업은망하면안되는데….
온갖걱정을하면서재즈를틀었는데,맙소사!아이들의반응이생각보다괜찮다.덕분에나도집중해서음악을들을수있었는데여느때와달리트럼펫을쭉쭉찢는듯한투박한음색이듣기좋았다.퍽퍽한그의저음도,원곡을뒤흔드는자유로운리듬도재미있게느껴졌다.
-62쪽
이세연주자의연주외에도이앨범의묘미는또있다.바로관중이만들어내는소음이다.‘AliceinWonderland’를들어보면관중의잡담소리가쉴새없이나오는데대개감상에방해가되기마련인소음이연주와만나곡을듣는재미를더한다.한여자분은술이좀과하셨는지목소리가우렁차다.중간중간들리는기침소리에음악을듣다가그분의건강을걱정하기까지했다.나는이것이야말로재즈의진면목이라고생각하는데재즈라는것이본래점잔을떨면서듣는고상한음악이아닌술집에서배경음악으로가볍게들을수있는음악이었다는것을상기시킨다.제아무리빌리지뱅가드(VillageVanguard)라고하더라도당시다소인지도가떨어지던빌에번스라는뮤지션에대한관중의관심이나기대는그다지크지않았을테고,그러다보니음악보다는대화에집중했을것이다.연주자는연주자나름대로‘그래,너네는떠들어라.우리는우리거하련다’라는마음으로연주에집중했을테다.그런고집스러운정신이소음과만나무대의현장감을고스란히담은명반으로남게된것은후대재즈팬들에게큰축복이라고할수있겠다.
-7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