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을넘기면또한장이나온다는걸”
이름이바뀌어도,모습이달라져도괜찮아
소소하지만사랑스러운순간의힘으로‘지금’을껴안다
꿈이부셔졌다고해서꿈이사라지는건아니다.때론깨졌지만반짝이는조각들을따라가다보면새로운꿈을발견할수도있다.음악치료사인저자의꿈은음악치료사가아니었다.긴시간을연주자로살아왔던저자는자신이가장빛나기직전의시기에원인을알수없는손의이상을느낀다.그리고그병으로인해더는연주자로지낼수없었고,생활을위해다른일을찾아야만했다.그러던중알게된직업이음악치료사다.저자는음악을버리지않기위해,무엇보다돈을벌기위해음악치료사일을가볍게시작했다고말한다.
“음악치료사가되었어도여전히음악은완성되지못한나의언어”(13p)라는저자의고백은직업적인확신으로가득찬사람의발언은아니다.세션을주도할정도로노련한음악치료사임에도저자의태도에는직업에대한유의함이묻어있다.특수학교에서의음악치료가망했다며자책하거나‘연대감’항목이낮게나온자신의심리검사결과를마주하고직업에끼칠영향을걱정하는등음악치료사로서의저자의모습은단단히매듭져있지않다.그렇기에저자는무수한사람을만났음에도“사람들을만날때”마다“내가어떤언어를썼는지곱씹어보고반성”(152p)하면서자신의직업적인모습을끊임없이되돌아본다.또완성됨으로닫혀있지않기에“가끔은예상치못한내담자의포옹”이주는“위로”(48p)가마음의틈새로들어오곤한다.
맞잡은손의떨림은때론쥐고있는손을더욱꽉붙잡게한다.저자에게“음악치료사를정규직으로쓰는병원,센터,요양원,학교는손에꼽을정도”(220p)인환경은지금,이곳의사람을보다소중히여기는계기가된다.저자는세션이끝나고내담자들이건네는“잘리지마라”는말에서직업인으로서음악치료사의면면을매만져본다.음악처럼아름답지만은않은,재계약에대한걱정과비정규직에관한서러움을감각하면서도저자는“사람이하는일”(228p)의다정함을믿으며불안해하지않는다.우리는가끔직장혹은생활에관한불안으로현재의소중함을놓치곤한다.‘지금’을사랑하고소중하게여기는저자의모습을통해독자들은음악은끝내기위해연주되는것이아니라고,당장의음악에충실히귀기울여야한다는걸깨닫게된다.
저자는이책의〈에필로그〉를통해“한시절의도화지를넘기며그때의나를있는그대로인정”(244~245p)하기로마음먹었다고밝힌다.연주자로서빛나던시기로돌아가려고도,음악치료사로서좌충우돌을겪었던시절을부정하려고도하지않으려는자세다.그렇게저자의음악은,음악치료사라는직업은완성되지않은채로완성을향해나아간다.온전한완성을욕심내지않고과정을사랑하면서,과정중에머물러있는이들에게눈빛을주고손을건네는저자의세션은언제까지나‘진행중’이다.
책속에서
세션이끝날때쯤이면그들의눈빛에조금은생기가돈다.마른입술을떼어노래를부르고나면,내입가에도웃음기가묻어있다.나도그들도따뜻하게데워져있다.내가왜음악치료를할까생각해보면,이때느꼈던짧은시간동안의변화를몸소체험했기때문이다.음악을매개로마음에아름다운변화가일어난것이다.
_59쪽,<폐쇄병동으로의첫실습>에서
‘진실을말할용기가없는자들이거짓말을한다’고했던가.어른은아이처럼단순하지않고,경험에따른복합
적인감정을가지고있다.지나온세월과개인의서사를단몇시간안에파악하기란쉽지않다.또워낙삶에치이고닳은사람들이오게되니까,한마디로정답이없다.나는거짓말을서운해하는데그치지않고이거짓말이어떤신호인지읽어야했다.
_67쪽,<켈리의거짓말>에서
태교에좋은음악은따로없다.태교에좋은음악,심신을안정시키는음악은모차르트의음악일수도있겠지만대부분다다르다.태교음악은산모가원래좋아했던음악이최고다.평생듣지도않던클래식이갑자기태교에도움이될까?태교에좋은음악이라해도그음악에부정적인인식이있거나익숙하지않다면도리어화를불러일으킬수도있다.
_85쪽,<좋은음악,나쁜음악>에서
악기들을꼭필요한곳에사용해서사람들을만물과연결해주는것도우리음악치료사의일이다.세계각국에
서모인악기들이나의세션에서소리를내고있다.다양한소리가다양한사연과만날때,그진동이사람들의마음을울릴때기분이묘하면서도뿌듯하다.내악기가방에는동생부부가가나에서보내준아프리칸쉐이커,아슬라투아가짤랑거리고있다.이제이악기는누구의마음을두드릴까.
_114쪽,<음악치료사의악기수집기>에서
지금생각해보면그들이아무렇지않았던건아니다.음악치료를공부하러온사람들은다상처가있는사람들이다.그렇지,자기상처가없는사람들이타인의아픔을알아채고공감하기란쉽지않지.교수님은치료사스스로가음악치료로인한정화단계가없다면진정한치유자가되기어렵다고했다.맞다.내가경험해보지않고다른사람의마음을어루만진다는건썩내키지않는다.
_142쪽,<자기가다치유받고싶은사람>에서
다섯곡정도를연달아들었을까,다음곡을들으려는찰나,묵언수행을하던아이가말했다.
“재즈는이제그만들어요.”
“왜?재즈싫어?”
“재즈는뭔가있는척하는것같아싫어요.”
“그래?”
요것봐라.그렇게음악이야기로말꼬가트였고내숨통도트였다.그래,너는재즈가이상하고복잡한화음이‘척’하는듯느낄수있지.
_201~202쪽,<어른들은말이안통해>에서
어떤만남이건처음과끝은있는법.음악치료사는늘건강한헤어짐을생각한다.아이도어린이집에갈때울
고불고엄마와떨어지기싫어하는건불안해서다.엄마가영영사라질까봐.이때헤어지는건아이의뜻이아니다.아이의마음을다독이듯,만나고헤어짐에대해훈련하듯예상치못한불안을떨치고홀로선다.그렇게우리는어렵지만그렇게날마다,달마다헤어지는연습을하며마음을내려놓는법을배운다.
_218쪽,<지금헤어지는중입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