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

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

$17.00
Description
“이런 차별은 이제 한계가 왔죠.”
여성의 새로운 길을 열어온 노련한 페미니스트와
젊고 자유분방한 페미니스트가 주고받는 솔직 대담한 편지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와 두 차례나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젊은 작가 스즈키 스즈미가 ‘연애와 섹스’, ‘결혼’, ‘남자’, ‘엄마와 딸의 관계’, ‘연대’와 ‘자립’, 그리고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주고받은 편지글을 엮은 책 《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원제: 往復書簡 限界から始まる)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고정된 성역할과 성별에 따른 위계질서, 그 굳건한 기반이 되어온 가부장제 등, 여성과 남성을 둘러싼 차별적인 구조가 한계에 이른 시대에 맞닥뜨리는 다양한 의문과 고민에 관해 이야기한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더 의미가 깊은 이 책에는 두 저자가 한국의 여성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실려 있다.

변화는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변화를 일으켜 온 한국의 여성들도 그 사실을 실감하고 계시겠지요. 일본의 여성들은 한국 여성들의 움직임을 숨죽여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들께서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을 보여주시겠지요. 우리 사이에 불행한 역사가 불러온 단절을 넘어서 ‘공통의 적’을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우에노 지즈코,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

우에노지즈코,스즈키스즈미

1948년생.교토대학교대학원사회학박사과정수료.페미니스트이자사회학자로사회학과여성연구에있어서일본최고의지성으로손꼽힌다.현재도쿄대학교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명예교수로,일본내의여성활동지원과단체간연결을위해NPO법인여성행동네트워크(Women’sActionNetwork)를설립해이사장직을맡고있다.

1994년『근대가족의성립과종언』으로산토리학예상을받았으...

목차

한국어판서문_우에노지즈코,한국어판서문:스즈키스즈미

1장에로스자본
2장엄마와딸
3장연애와섹스
4장결혼
5장승인욕구
6장능력
7장일
8장자립
9장연대
10장페미니즘
11장자유
12장남자
후기를대신하여

옮긴이후기_조승미

출판사 서평

‘에로스자본’,‘연애와섹스’,‘결혼’에서‘연대’,‘페미니즘’,‘남자’까지,
이시대의키워드들을둘러싼페미니즘문답

저자중한명인스즈키스즈미는1983년생으로,페미니즘이가져온변화에따른희망과좌절,정체와혼돈이공존하는시기를온몸으로맞닥뜨린세대다.스즈키스즈미본인의표현에따르면“사장이되느냐,아니면사장의아내가되느냐,(……)이둘사이의좁은틈속에있으면서뭘골라도미련이남는탓에어느하나를확실하게선택하지못한세대”라고도할수있다.더욱이일본경제신문사기자로일하기전AV배우였던과거가낙인으로남아,사람들의시선뿐만아니라남성중심성시장에가담했다는죄책감에서자유롭지못한개인적인고민또한갖고있다.

‘매력자본(에로스자본)’,‘능력’,‘자유’,‘남자’등열두가지주제와관련한열두통의편지를보내면서스즈키스즈키는우에노지즈코에게끊임없이묻는다.“여성이‘피해자’라는점을받아들이지않으면여성운동에찬물을끼얹는걸까요?”,“내가여자라는사실을즐기고싶은사람은페미니스트가될수없나요?”,“과거의제가어리석었다고인정하면그자체로다른피해자를상처입히는일일까요?”이런물음들은비단스즈키스즈미뿐만아니라이시대의수많은여성이안고있을의문이다.

원제이기도한‘한계에서시작하다’는스즈키스즈미의책《귀엽고심술맞은여동생이되고싶어》에대한우에노지즈코의논평에서가져온것이다(“이런제목을쓰는건이제한계가왔죠.”).이한계밖으로나가고자발버둥치는젊은작가에게우에노지즈코는특유의솔직하고도직설적인화법으로페미니즘사상의정수를전한다.이는노련한학자의경험과관록이깃든인생조언이기도하다.
가령,여성으로서의매력을‘에로스자본’이라여기고고등학생시절부터성을팔았던스즈키스즈미에게우에노지즈코는‘자본의소유자가그자본을통제할수없는상황에놓인재화를자본이라고하지는않는다’고말한다.“AV여배우들이피해를증언하기위해존재하는건아니”라면서피해자로여겨지고싶지도않고약자로취급받고싶지도않다는스즈키스즈미의편지에대한답장에서는일본미투운동의시작을이끈이토시오리,그리고위안부피해자들을들며“[스스로가]피해자라고밝히는것은약함의증거가아니라강함의증거”라고말해준다.
한창이슈가되고있는이른바‘PC(정치적올바름)논쟁’에대해서도,자칫‘표현의자유’가위축될까염려하는스즈키스즈미에게“무엇이정치적으로옳은지에대한‘상식’이이제야겨우정착해가고있음을보여주는증거”라면서,“정치적올바름이무엇인지아직모두가알지못한상태인데,정치적올바름이낡고진부하다고하기에는이”르다고이야기한다.
10대시절성노동현장에서목격한남자들의모습에사로잡혀있는스즈키스즈미가책에서수없이되풀이하는질문,“우에노님은어떻게남자들에게절망하지않을수있었나요?”라는물음에는냉소주의를경계하면서이렇게조언하기도한다.

‘어차피남자는다그래’라고저는말하지않습니다.‘어차피남자는다그래’라든지‘어차피여자는다그래’같은말은‘어차피인간은다그래’와비슷한정도로모독적인말이라서입니다.인간은비열하기도교활하기도하지만,고매하기도하고숭고하기도합니다.(‘10장페미니즘’에서)

현실에서도,심지어책속에서도얼마든지존경할수있는사람을만날수있다.“믿을만한사람과만났을때사람을믿을수있”다고,“믿을수있는사람들과의관계속에서내안에있는것가운데가장무구한것,가장좋은것을끌어낼수있”다고우에노지즈코는말한다.그리고‘11장자유’에이르러스즈키스즈미는“‘남자란것들은변하지않아’라고느끼는그시점에서페미니즘은말라비틀어지고공허한울림이돼버”린다는걸깨닫는다.
연애나결혼에관한문제부터남성중심사회에서여성이살아가는법,최근의페미니즘과그에대한반발(백래시)에이르기까지이책에서펼쳐지는폭넓은논의는오늘날을살아가는여성들과남성들,그리고그밖의사람들에게현실적인자극을주는것은물론앞으로의삶에지침이되어준다.

막다른곳에서부터시작된페미니즘
난무하는폭력과백래시속에서더욱확고한연대를위하여

이책에서두저자가이야기하는일본의‘백래시(페미니즘에대한반발)’는한국의독자들에게도익숙하다.일본행정부처는‘남녀평등’대신‘남녀공동참획’을공식적인용어로썼고,애당초적게편성된여성관련예산을쪼개남성관련정책에할당했다.한국의‘여성부’가‘여성가족부’로바뀐것이나‘여성가족부폐지’를버젓이선거공약으로내세우는것도어찌보면여성을지워버리려했던일본의정책을답습하려는모양새다.‘여자들은이제충분히강하다’,‘오히려남자가차별받는세상이다’같은주장이난무하는지금,한국이나일본이나더이상개도국이아닌선진국의젠더관념이절실한때다.이책《페미니즘,한계에서시작하다》는중국에서베스트셀러에올랐는데,이로써동아시아여성들이살아가는현실의동시대성을알수있다.

우에노지즈코가‘5장승인욕구’에서쓴것처럼“페미니즘은내가나이기위해남자의승인따위필요없다고,내가치는내가만든다고주장하며실천해온사상”이다.하지만페미니즘이미치지못한곳에있는여성들에게는남성의승인뿐만아니라세상의승인까지도필요한시대가됐다.거꾸로말하면,옛날과달리남성들과나란히고등교육을받고부모의기대를받고자란능력있는여성은많아졌지만그런여성들을받아들일여건은제도면에서나사람들의의식면에서아직미흡한상황이다.두저자는한챕터를할애해(‘9장연대’)이런상황을타개할한방법인여성들의연대에대해이야기한다.
‘연대’는여러가지모습으로발휘된다.실제로함께모여서시위하는것뿐만아니라,서명운동이나최근활발해진SNS를통해서도연대는가능하다.인터넷을통해다른나라소식을빠르게알게되고그나라사람들과접촉하는일도더쉬워졌다.일본의젊은여성들에게‘페미니즘을어떻게알게됐냐’고물으면에마왓슨의2014년UN연설로알게됐다거나한국여성들을보고알게됐다는답이돌아온다고한다.디즈니만화영화속여자주인공이‘공주’에서‘영웅’이된것도,한국드라마〈사랑의불시착〉이낭만적이고비현실적인사랑을그리면서도‘힘있고능력있는여성’의모습을부각한것도연대의한형태이자좋은변화라고우에노지즈코는말한다.

인간은복잡한생물이기에페미니스트사이에서도‘표현의자유’나‘결혼또는연애’에대해,심지어‘성매매’에대해서도모두의의견이일치할수없고,심지어한사람이지니고있는생각도오롯이한결같을수없다.자기가생각하는페미니즘에서조금이라도벗어난경우‘넌진정한페미니스트가아니다’라며공격하는사람들에게우에노지즈코는“페미니즘이란어떤물음을제기했을때정답이바로나오는그런자동기계장치가아”니라면서“그래서여태까지페미니즘업계는논쟁이끊이지않는의견의각축장이자활발한무대”가되었다고말한다.

페미니즘은이러한이단심문이나마녀사냥을피해갈수있다고저는생각합니다.왜냐하면페미니즘이란스스로깨닫고알리는‘자기신고개념’이기때문입니다.페미니스트란이름을내건사람은모두페미니스트지,올바른페미니즘이따로있고틀린페미니즘이따로있는건아닙니다.페미니즘은중앙조직도없고교회도없고성직자도없는,한마디로중심이없는운동movement입니다.누구누구는페미니스트가아니라고이단으로판정할사람도없고,그래서제명도할수가없습니다.(‘10장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은페미니즘교육을받은사람에게도받지않은사람에게도,또는비혼을선택한사람에게도결혼을선택한사람에게도,스스로인식하는자기성별과염색체가일치하지않는사람에게도앞으로나아갈수있는길이자버팀목,안식처가되어주어야한다.특히요즘SNS에서전해지는페미니즘의말들은예전처럼일부지식인층이나엘리트여성들에게서나온게아니다.계층과직업에상관없이여러입장에있는여성들이페미니즘을말하고있다.
“일상을살아내는순간에여성이조금이라도부자유스러움을느낄때,설령그런부자유스러움이남성들의성차별때문이라는데까지는미처생각하지못한다해도,페미니즘에는실제로나를구해줄사상이있다고여기게됐으면좋겠”다는스즈키스즈미의말에이책의중요한메시지가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