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러다니다만난사람들로부터오늘도배웁니다”
한결같은사람은되기어렵다면작심삼일을매번하자!
공인중개사를결심하게만드는사람들의이야기
집을보면그곳에사는사람의생활과생각을알수있다.여가를주로집에서보내는지밖에서보내는지,요리를하는지배달음식을사먹는지,무엇을좋아하고어떤걸소중하게생각하는지등집은한사람의내밀한삶과사연을담고있다.그렇기에“어떤집에살고싶냐”는질문은그사람에게누적된경험과기호,그리고사연을묻는질문이다.
집을방문하고,중개하는공인중개사는필연적으로사람을겪고,사람을알아갈수밖에없다.하루에도수십명이나되는낯선이들을만나고낯선집을찾아가는일을하는공인중개사는어떤직업보다타인의생활에바투앉은직업이다.중개사무소를찾아온고객과인사를나누는계약의시작부터,문을나서는고객을마중하는계약의끝까지공인중개사는고객의이야기를듣고,입장을헤아리고,또생각해야한다.
요리사가칼과팬,작가가노트와책으로직업을이어간다면공인중개사는신뢰와지식을통해밥벌이를한다.그렇기에저자는고객에게집을소개할때계약성사를위해입에발린말만하지않고,오히려매물을매매했을때의위험에대해상세히고지한다.그러면서공인중개사는중개보수를받고자일하는건맞지만,중개보수만을위해일하는공인중개사는오래일할수없다고말한다.지식은채울수있지만금이간신뢰는다시붙일수없는걸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이다.
이처럼중개업에능숙한저자이지만원숭이가나무에서떨어지듯,가끔초심을놓고실수를저지르기도한다.이를테면,고객에대한감사함을잊고자신을찾아와몇시간씩수다를늘어놓는고객을귀찮게여긴다든가,의뢰인을믿지못해계약서작성을미루는등공인중개사로서소소하지만놓쳐서는안될점들을가끔놓치고는한다.그러나저자로하여금고객에대한잘못을깨우치고반성하게하는이역시고객이다.
초심을유지하기란참으로어려운일이다.아니,어쩌면불가능할수도있겠다.수십층에이르는건물도몇년이면가치와환경이바뀐다.한층의길이에도달하지못하는사람의마음이어떻게영원히변하지않을수있을까?중요한건잃었던초심을되찾을기회가왔을때,그기회를포착하고놓치지않는일이다.
(〈공인중개사를평가하는그남자의기준〉,130쪽)에서
저자는초심을영원히붙들지는못하는사람이지만,다시초심을찾을기회가왔을때그기회를허무하게떠나보내지는않는사람이다.수다를떨던고객의속사정을듣고그를귀찮아했던자신을돌이켜보고고객에대한감사함을되찾거나,임대인과임차인이서로의고통을나누며신뢰를지키는모습을보고관계에임하는자세를성찰했다고말하며반성과배움을지속하는저자는베테랑공인중개사이지만‘고인물’은아닌,언제나부단히흘러가는물이다.
말도많고탈도많지만
결국은사람이사는공간,집
여러집을보고소개하는직업인만큼,공인중개사는집이투기의대상으로여겨지는오늘날의현실이더욱와닿게느껴질수밖에없다.실제로《집보러가실까요?》에는공인중개사들이단순히집을중개하는것을넘어,직접집을사고파는투자를하는모습이나온다.하지만저자는“쉽게버는돈은또다른희생을요구한다는나름의철학”(47p)이있는사람이다.이러한철학은비단저자가“소심쟁이중개사”(47p)여서만은아니다.또한돈에초연하고욕심이없는사람이어서도아니다.저자가어설픈투자를하지않는이유는어디까지나저자에게집은사람들의희로애락이묻어있는‘인생’그자체이기때문이다.집이그사람의경제적척도를파악할수있는지표로자리잡은현실에서이러한저자의신념은다소이해하기힘들수도있다.그러나수많은집을둘러보고그곳에사는사람들의삶과사연을마주하다보면,자연히그곳에대한애착과특별함이생길수밖에없다.집을단순한재화가아닌인생이담긴공간으로바라보는‘공인중개사’저자의시선은,과열된부동산시장을바라보며손톱을물어뜯는이들에게소소하지만꼭필요한메시지를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