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가실까요? : ‘구인’하는 집과 ‘구집’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공인중개사 - 일하는 사람 13

집 보러 가실까요? : ‘구인’하는 집과 ‘구집’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공인중개사 - 일하는 사람 13

$11.50
Description
“집과 사람을 맺어주는 공인중개사의 파란만장 분투기!”

시간이라는 ‘우연’과 공간이라는 ‘필연’,
그 속에서 ‘인연’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세 번째 책 《집 보러 가실까요?》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집과 사람 사이를 오고 가며 사람들의 ‘주(住)’를 책임지는 직업인 ‘공인중개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집을 팔려고 하거나 세를 놓으려는 사람, 혹은 집을 구하려는 사람 모두 거래하는 과정에서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은 다른 어떤 물건들보다도 가치 있으며, 매매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단계가 까다로우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살펴보아야 할 사항 역시 무수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이 사람들의 꿈으로 자리한 오늘날, 집을 사고파는 일은 일생일대의 중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집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양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신뢰를 더해주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스무 해 가까이 공인중개사로 일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계약을 성사시켜 온 베테랑 부동산 전문가이다. 당연하게도 그만큼 많은 분쟁과 논란, 다툼을 목격하고 중재해 왔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버린 임대인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임차인을 다독여야 하거나, 계약금도 없이 집을 ‘찜’ 해달라고 떼를 쓰고 화를 내는 사람을 마주하는 등 부동산 거래 과정은 그야말로 ‘파란’의 연속이다. 그러나 저자는 베테랑 공인중개사답게 능숙한 항해사처럼 계약의 ‘키’를 잡는다. 때론 임대인에게 매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물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하거나, 어떤 때는 자신을 질책했던 이에게 “당신만한 사람이 없더라”는 인정을 받고 다시 그를 고객으로 맞이하는 등 저자는 무수한 ‘케바케’를 겪고, 대처해 오며 사연 있는 사람과 사연 있는 공간을 이어왔다.

중개업을 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매도인, 매수인의 입장이 되어볼 여유도 생긴다. 지난날 언제 어디선가 내가 옳다고, 내 말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때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힘들었겠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집과 집,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다 보면 크고 작은 분쟁들도 필연적으로 중개하게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고 생각하기에 따라 갈등의 양상이 달라진다.
(〈‘집’이라 쓰고 ‘인생’이라 읽는 까닭〉, 36쪽)에서

이 책에는 집을 중개해 오며 저자가 겪었던 사건과 사연, 품었던 생각과 바람이 녹아들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부동산 계약의 희로애락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통해 펼쳐지는 파란의 계약 일지, 《집 보러 가실까요?》를 통해 누구나 한번쯤은 겪거나, 겪을 부동산 계약의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
저자

양정아

어릴때부터나는글쓰기를좋아했다.적성을살려대학졸업후에도잡지사기자,방송작가로글쓰는일을하다가결혼하고어느날,필연인지우연인지공인중개사가되었다.고지식하고사교성도별로없는내가하루에도수십명이나되는낯선이들을만나고낯선집을찾아가는일을20년가까이하고있다는사실이가끔신기할때도있다.글쓰는일과는전혀관련없는듯한공인중개사의업무는‘인간학’이라는관점에서보면작가의영역과일맥상통한다.‘계약’이라는결말에이르려면집을팔고사는사람과그사람의사연을담은기-승-전을겪어야한다.결론에도달하지못한에피소드가대부분이고,때론반전의반전을거듭하는미스터리소설같은일들을겪기도하지만,중개사로일하면서진솔한사람들의진솔한이야기가담긴글을쓸때의행복감을맛보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사연있는사람들과사연있는공간들을이어주는,중개사

1장.‘복덕방아줌마’가아닌‘개업공인중개사’

나의가장나종지닌직업
:모든걸포기하고선택한그이름,공인중개사
‘집’이라쓰고‘인생’이라읽는까닭
:비가오면중개사의마음도샌다
억울한중개보수료
:복덕방아줌마아니고개업공인중개사입니다
우리는이미근사한사람들
:한탕을노렸다가사라진중개사들
선을넘은거래
:직업정신을망각하게한임차인
그곳에사람이살고있습니다
:임대인의마음을움직인문자메시지

2장.누군가의인생이담긴공간,집

아랫집학생의부탁
:윗집재계약못하게해주세요
내마음의‘로또’
:가상화폐가갈라놓은우애
배가너무고프다는말
:사람을흔드는거짓말
따뜻한나라,따뜻한마음
:멀리서온그녀들도따뜻하기를
당신의잘못이아닙니다
:끝내들어드리지못한부탁
이상한나라의임대인과임차인
:인연은서로가만들어가는것
공인중개사를평가하는그남자의기준
:동서고금의진리,손님은왕이다

3장.시작도끝도없는파란만장한순간들의연속,계약

행복추구권
:유리창너머풍경을감상할권리
이번엔당신이틀렸습니다
:호구가아니라공인중개사입니다
이제는진짜‘우정’이라부를수있었으면
:그녀와친구가되고싶다
중개사와의뢰인사이양심의경계선
:누군가내게도의적책임을물었다
계약에끼어든뜻밖의불청객
:마당이있는주택,그곳에서‘아빠’의자리는

4장.집을보면서사람을배웁니다

세상을감싸는다정함
:당신의마음을흔든음료수두개
아름다운건언제나슬프다
:마음을흔든두남매의사연
아직은볕이너무좋은데
:할머니,다시채소말리러오세요
그에게는있지만우리에게는없다
:그남자가알려준2%
장롱속의인연
:때론집보다사람을살피게됩니다
어쨌거나우리는나아간다
:슬픔을딛고일어서는사람들
선한사람들이만들어가는선한영향력
:배려가배려를불러오는나비효과

에필로그_당신의집값이오르길바라며

출판사 서평

“집보러다니다만난사람들로부터오늘도배웁니다”

한결같은사람은되기어렵다면작심삼일을매번하자!
공인중개사를결심하게만드는사람들의이야기
집을보면그곳에사는사람의생활과생각을알수있다.여가를주로집에서보내는지밖에서보내는지,요리를하는지배달음식을사먹는지,무엇을좋아하고어떤걸소중하게생각하는지등집은한사람의내밀한삶과사연을담고있다.그렇기에“어떤집에살고싶냐”는질문은그사람에게누적된경험과기호,그리고사연을묻는질문이다.

집을방문하고,중개하는공인중개사는필연적으로사람을겪고,사람을알아갈수밖에없다.하루에도수십명이나되는낯선이들을만나고낯선집을찾아가는일을하는공인중개사는어떤직업보다타인의생활에바투앉은직업이다.중개사무소를찾아온고객과인사를나누는계약의시작부터,문을나서는고객을마중하는계약의끝까지공인중개사는고객의이야기를듣고,입장을헤아리고,또생각해야한다.

요리사가칼과팬,작가가노트와책으로직업을이어간다면공인중개사는신뢰와지식을통해밥벌이를한다.그렇기에저자는고객에게집을소개할때계약성사를위해입에발린말만하지않고,오히려매물을매매했을때의위험에대해상세히고지한다.그러면서공인중개사는중개보수를받고자일하는건맞지만,중개보수만을위해일하는공인중개사는오래일할수없다고말한다.지식은채울수있지만금이간신뢰는다시붙일수없는걸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이다.

이처럼중개업에능숙한저자이지만원숭이가나무에서떨어지듯,가끔초심을놓고실수를저지르기도한다.이를테면,고객에대한감사함을잊고자신을찾아와몇시간씩수다를늘어놓는고객을귀찮게여긴다든가,의뢰인을믿지못해계약서작성을미루는등공인중개사로서소소하지만놓쳐서는안될점들을가끔놓치고는한다.그러나저자로하여금고객에대한잘못을깨우치고반성하게하는이역시고객이다.

초심을유지하기란참으로어려운일이다.아니,어쩌면불가능할수도있겠다.수십층에이르는건물도몇년이면가치와환경이바뀐다.한층의길이에도달하지못하는사람의마음이어떻게영원히변하지않을수있을까?중요한건잃었던초심을되찾을기회가왔을때,그기회를포착하고놓치지않는일이다.
(〈공인중개사를평가하는그남자의기준〉,130쪽)에서

저자는초심을영원히붙들지는못하는사람이지만,다시초심을찾을기회가왔을때그기회를허무하게떠나보내지는않는사람이다.수다를떨던고객의속사정을듣고그를귀찮아했던자신을돌이켜보고고객에대한감사함을되찾거나,임대인과임차인이서로의고통을나누며신뢰를지키는모습을보고관계에임하는자세를성찰했다고말하며반성과배움을지속하는저자는베테랑공인중개사이지만‘고인물’은아닌,언제나부단히흘러가는물이다.

말도많고탈도많지만
결국은사람이사는공간,집

여러집을보고소개하는직업인만큼,공인중개사는집이투기의대상으로여겨지는오늘날의현실이더욱와닿게느껴질수밖에없다.실제로《집보러가실까요?》에는공인중개사들이단순히집을중개하는것을넘어,직접집을사고파는투자를하는모습이나온다.하지만저자는“쉽게버는돈은또다른희생을요구한다는나름의철학”(47p)이있는사람이다.이러한철학은비단저자가“소심쟁이중개사”(47p)여서만은아니다.또한돈에초연하고욕심이없는사람이어서도아니다.저자가어설픈투자를하지않는이유는어디까지나저자에게집은사람들의희로애락이묻어있는‘인생’그자체이기때문이다.집이그사람의경제적척도를파악할수있는지표로자리잡은현실에서이러한저자의신념은다소이해하기힘들수도있다.그러나수많은집을둘러보고그곳에사는사람들의삶과사연을마주하다보면,자연히그곳에대한애착과특별함이생길수밖에없다.집을단순한재화가아닌인생이담긴공간으로바라보는‘공인중개사’저자의시선은,과열된부동산시장을바라보며손톱을물어뜯는이들에게소소하지만꼭필요한메시지를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