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해빙,점점줄어드는북극곰의보금자리,모기떼의습격…
우리가북극의변화에주목해야하는이유
2022년말WMO(세계기상기구)는지구의평균기온이산업화이전보다1.15℃올라갔다고발표했다.그리고2023년올여름도변함없이한반도를비롯한전세계가열돔에휩싸였다.2010년즈음부터지구를덮치기시작한폭염과폭우,그리고이례적인한파와폭설등의기후재난은이제일상이됐다.2015년WMO는비정상적인기후가정상이된‘뉴노멀(NewNormal)’시대가왔다고선언했다.
기후학자들은이러한이상기후의중심에북극이있음을깨달았다.북극의얼음이녹으면서열기가퍼져나간탓에,북극상공을돌면서지구의대기를적절히섞어주는공기의흐름인‘극제트기류(polarjetstream)’에변화가생긴것이다.극제트기류의약화로구불구불밀려내려온북극의냉기가한파를불러왔고,제대로섞이지못하고정체된대기는폭우와폭염을몰고왔다.
지구온도가올라가면서북극의해빙이녹고,햇빛을반사하던해빙이줄어드니북극이더뜨거워지고,이러한악순환이기온상승을더욱부채질한덕분에북극의기후변화는전세계다른지역보다2~3배나빠르게진행되고있다.그렇다면이러한변화는실제로북극에서어떤모습으로나타나고있을까?KBS기상전문기자최종면접때“북극에가서온난화를취재하고싶다”고응답했던저자는좀더많은사람들에게북극발기후위기를알리고자직접지구최북단으로날아가기로한다.
고민에고민을거듭하다가기상전문기자가북극에간적은없지않나하는생각이떠올랐다.PD나일반기자의시각으로만들어진다큐는많지만,지구의기후를조절하던북극이뜨거워지면서몰고오는재난에대해주목한적은없었다.바로기상전문기자의전문분야아닌가.북극의온난화가몰고온제트기류약화가우리나라의한파와열돔폭염,장마,태풍,미세먼지와연결된다는사실을기상전문기자의시각에서보여주기로결심했다.(244쪽)
목적지는북위78도,사람이거주하는지구상최북단지역인노르웨이령스발바르제도.팬데믹여파로인한항공대란,노르웨이오슬로에서스발바르제도로가는몇안되는항공편승무원들의파업으로우여곡절끝에2022년7월드디어북극에도착한저자는비행기에서내린순간메마른사막같은북극의풍경을마주한다.마그리트의그림속같은백야가계속되는여름철낮기온은영상10℃를웃돌아,무겁게챙겨간털모자나털부츠같은것도필요가없었다.
첫번째보트탐사에서생애첫빙하를마주하고넋을잃은것도잠시,빙하가녹아거뭇거뭇하게드러난바위표면과빙하윗부분에서폭포처럼쏟아지는물줄기는온난화의여파를실감케했다.두번째보트탐사에서는스발바르에서가장극적인변화가진행중인딕슨피오르를탐사하고,무너지는빙하를배경으로피아노를연주하는그린피스의유명한동영상에나오는발렌베르크빙하를찾는다.빙하가사라지고시뻘건진흙으로가득했던딕슨피오르에서는20도에가까운기온에모기떼가달려드는충격적인경험을하기도한다.
1980년754만㎢였던북극의면적은2020년382만㎢로절반가까이줄었다.해빙이녹으면서북극곰이물개나물범을사냥하는일이어려워졌고,따뜻한날씨에녹색식물이많아지면서순록의개체수는늘어나북극곰이순록을잡아먹는지경에까지이르렀다.북극곰이사냥한순록위에올라탄모습을목격한안전요원,영구동토층이녹아땅속깊이기둥을박고그위에집을지어야하는주민들,인류의미래를위해이상기후를연구하는우리나라를비롯한여러나라현장연구원들의다양한목소리를듣다보면저멀리떨어진지구최북단의위기가생생하게와닿는다.
크리스티안호벨사스(안전요원,가이드):기후위기는매우큰문제입니다.우리가좋아하는북극곰이사라지고관광가이드라는직업도사라지겠죠.최근변화무쌍한날씨와빙하상황때문에투어가취소되는일도늘고있습니다.(…)저는과학자가아닙니다.그저스발바르에살면서달라진일상을증언할뿐이에요.우리가족은25년정도이곳에살았어요.북극의변화는전세계에영향을줄겁니다.한국도예외는아닐거라고생각해요.모두가기후위기에관심을가져야합니다.(80~81쪽)
북극과결코무관하지않은기상전문기자의,그리고우리의일상
되돌릴수있는미래를위하여
저자에따르면,지구는축복받은행성이다.부족하지도넘치지도않게존재하는지구의대기는극심한온도변화를막아주는이불역할을했고그덕분에지구의생명들이잉태할수있었다.또한대기에존재하는이산화탄소,메탄,수증기등의온실가스는지표면에서방출되는지구복사에너지를흡수해지구를따뜻하게유지해주었다.만약온실가스가없었다면지구의평균기온은지금의영상14℃에서영하18℃까지떨어졌을것이다.
하지만‘정도가지나치면모자란것과마찬가지’라는말처럼,산업화이후과다배출된온실가스는지구의기온을무섭게끌어올리고말았다.‘여름’하면“캠핑,물놀이,곤충채집,시원한수박을먹으며수박씨퉤퉤뱉기”같은즐거운기억만갖고있던저자는기상전문기자가되고나이를먹을수록점점여름이싫어졌다고말한다.이처럼‘지구온난화의시대(theeraofglobalwarming)’가끝나고‘지구가끓어오르는시대(theeraofglobalboiling)’가도래한지금,기후붕괴를촉발한북극의변화는우리의일상과결코무관하지않다.
북극의온도가올라가빙하가녹으면해수면이상승하고,이는현재해안지역에살고있는전세계36억명의안전과도연결된다.영구동토층이녹으면땅속에얼어있던미생물이깨어나분해하는과정에서대기중으로온실가스를대량배출한다.2016년여름에는시베리아의영구동토층이녹으면서드러난순록사체속탄저균이되살아나인명피해가발생하기도했다.이미코로나19를겪은우리는바이러스의무서움을잘알고있다.
김민철(극지연구소생명과학연구본부박사):북극의영구동토층은여름에도얼어있고겨울에도얼어있고사시사철얼어있는곳인데,문제는반응이비가역적이라는거거든요.한번녹으면다시그상태로돌아가지않기때문에이제우리시대는끝인거고,다음빙하기를기다려야됩니다.반응자체가비가역적이라돌이킬수없기때문에우려하고있습니다.(144쪽)
우리가북극에주목해야하는이유는무엇보다그변화가비가역적,즉되돌릴수없는것이기때문이다.찌그러진깡통이원래모습으로완벽하게되돌아갈수없는것처럼인류는지금되돌릴수없는기후위기에직면해있다.엄청난노력끝에탄소농도를예전만큼줄인다고해도원래기후로돌아가기는어렵다.하지만지금부터라도온실가스감축에모두가노력을기울인다면우리의미래가최악의결말을맞는일은피할수있다고저자는말한다.
북극의변화를두눈으로직접바라보면서,그리고북극에서목격한변화를좀더많은사람에게알리고자다큐멘터리를만들면서,저자는북극의위기가어떻게지구의위기와이어지고우리의일상과이어지는지를지적인동시에감성적으로도인식하게해준다.기후비상사태에밤낮으로30시간넘게생방송을이어가고,7개의태풍을맞아넉달째비상사태로지내느라집안일을하기는커녕딸을볼시간도없었던기상전문기자에게기후재난의위기는다른누구에게보다도크게다가올것이다.언젠가북극에이어남극에가고우주비행취재도하고싶다는저자가꿈을이루고딸을비롯한미래세대의일상을지키려면,북극의변화에귀를기울이고국가차원에서뿐만아니라개인차원에서도빠르고과감한행동이필요하다.
흔히과거는되돌릴수없지만미래는바꿀수있다고말한다.그러나낙관적으로바라보기에우리는너무멀리와있다.인류역사상유례없는탄소농도에,약1만년전간빙기인홀로세에접어든이후지구의평균기온은사상최고로치솟았다.홀로세이전은빙하기였기때문에사실상12만년만에가장뜨거운지구에우리는살고있다.‘지구온난화의시대theeraofglobalwarming’가끝나고‘지구가끓어오르는시대theeraofglobalboiling’가도래한것이다.기후의붕괴는북극에서시작돼모두를무너트릴것이다.(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