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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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소하고 시시한 아름다운 것’에 매혹당한 사람이 건네는 위안과 위로
이병일 시인의 첫 산문집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
등단한 이래 특유의 감성으로 자연의 생명력과 서정을 꾸준히 노래해 온 ‘녹명(鹿鳴)’의 시인 이병일의 첫 산문집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사소하고 시시한 아름다운 것에 매혹당하는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른다”(276쪽)는 말 그대로 이 책에는 시인이 자연과 일상에서 발견한 ‘사소하고 시시한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억들과 단상들이 펼쳐져 있다.
“작고 눈부신 동식물들, 눈에 보이지 않거나 아직 말해지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한 엉뚱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시인은 “신통찮은 문장으로 아름다움이 사는 반대쪽까지 내다볼 심산이었으나 괜히 아는 척하다가 눈꼴사납게 될까 봐 차돌 같고 옹이 같은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작가의 말’). “목숨 가진 것들의 안위를 살피는 질문이 ‘시’가 된다”(284쪽)는 저자의 시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 수 있는 글편들을 통해 독자들은 AI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사유와 감성의 진수를 만나게 된다.
저자

이병일

2007년《문학수첩》등단.시집《옆구리의발견》,《아흔아홉개의빛을가진》,《나무는나무를》,청소년시집《처음가는마음》등이있음.

목차

1.숨은위로찾기
봄산/봄/밤나무와달항아리/담장/숨은그림찾기/통장구/방/수각화/수각화2/수각화-무덤/팥/기린의어떤힘/한수위/이야기꾼/두편의나무시에대하여/산벚나무/집이나를부른다/침(針)/풀피리,버들피리/사슴벌레의마술

2.내가사랑하는것들
드러내다와드러나다/보리수나무/나의근대-옛날옛적에/식구/소리와한모금/쇄골과물그릇이야기/재-혼나는것은끝이없구나/노간주나무의쓸모/목기/작두/나의시론1/접/고추씨촉틔우기와파종/절구통에서시작된이야기/나의시론2/소금에대한몇가지이야기/세상에서가장비싼보청기/작은우화

3.오래달라붙어있어도좋을감촉
이월/유레카/감자와땅강아지/시감/매/레드우드도롱뇽의첫번째고뇌/사막의노래/자두와마법에걸린사과나무를생각함/고통의아름다움/자석을찾아서/두부/애저라는말에잠기다/포대기/내인생의축복/팽이에대하여/고슴도치,그아름다운것/불곰과버드나무의애니미즘

4.살아있는것들의안부를묻다
달밤에반응하는것들/야명조와때까치/꿩알/거미와잠자리채/소리통,그이름은멱/돌나물/호랑이와도리깨질/독수리와글쓰기의순간/나는왜동물의언어에집착하는가?-감각의확장으로서의동물언어/백자와개/뻘짓거리/나의유산,게으름/탁구와글쓰기/사냥개발바리/돌미나리와거머리/구더기시론/봄과로드킬/펭귄/북극곰/어떤반성/산불에대한기억/분리수거의달인/지구의아름다움을찾지말자/시,그참을수없는가려움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연과일상에서끌어올린아름다움과사유
내가사랑하고사랑해야하는,나를위로해주는것들

《나를위로해주는것들》에는시인자신이위로를받은대상뿐만아니라그가사랑하는것들,사랑할수밖에없는것들과사랑해야하는것들에관한이야기가실려있다.시인이말하는“사소하고시시한아름다운것”은“여러층위를가진빛이있고색이있”는‘봄산’(10쪽)일수도있고,“엎드린자가벽너머를생각하고누워있는자가천장너머를보는”‘시골집방’(26쪽)일수도있고,“너무깊어아홉자식의눈물을모아쏟아부어도다채워지지않을것”같은‘아버지의쇄골’(98쪽)일수도있다.어릴적시골집에서칡소와돼지를키웠던일,사슴벌레와의만남,거미줄로만든잠자리채에관한추억들은그일을경험해보지못한이들에게도온기와위안을전한다.
꽃가루날리는버드나무는불곰에관한상상으로이어지고,접붙이기에대한생각은존재와몽상에대한사유로확장되며,시인자신의어린시절과대구를이루는어린아들의존재는어른이되어버린시인을자연과연결해준다.자연과일상에서끌어낸아름다움과사유,가족을비롯한사람들과가축또는곤충,벌집,나무같은자연물에서위로받은소소한기억들은극적이거나화려하진않아도,누구나지니고있는보편적인정서를건드린다.

팥은두개의얼굴을가지고있다.흰얼굴과붉은얼굴을가진돌멩이인데,그돌멩이에겐냄새와감정이있고,목소리도있다.항상주름으로가득한세상을담고있어단단한것인데,그것이내몸속으로들어와순간에집중하는힘을주었다.팥은나를지나어디로가는지한숟가락떠서씹지도않고목으로넘겼는데,걸리는것이있었다.그건위로였다.목을마르지않게하는힘이었다.(45쪽)

“가장은혜롭고연약한,그럼에도불구하고자기주장이없는것들의언어를읽어내고싶었다”(57~58쪽)는시인은그러한대상들내부에숨겨져있는저마다의이야기에주목한다.평소엔보이지않던것들에집중하면아득한환상이보이는데이런상상들은시인을‘나’이면서동시에‘타자’가되게한다.그리고이순간이바로시인에게‘회복의순간’을선사한다.이는이병일시인시세계의중심을이루는‘녹명정신’과도이어진다.


각자도생의세상에서녹명정신이갖는의미
시는목숨가진것들의안위를살피는질문이다

‘녹명(鹿鳴)’은먹이를발견한사슴이다른사슴을부르기위해내는울음소리다.남에게피해를끼치지는않지만혼자만잘사는법을배우는데익숙해진각자도생의시대에시인은굳이‘녹명’이란말을불러낸다.
‘자두와마법에걸린사과나무를생각함’이란글에서시인은어릴적동네자두나무에관한기억과동화〈마법에걸린사과나무〉이야기,성인이된후지인의자두나무밭에들렀던일을차례차례펼쳐놓는다.자두서리해가는아이들의머리끄덩이를잡아쥐어뜯어놓은동네아주머니와의일화에이어지는동화속마음씨좋은사과나무주인이야기,그리고훈훈하게마무리되는지인자두밭에서의경험은시인의녹명정신이어떻게물꼬를트게되었는지를알게해준다.
‘시,그참을수없는가려움증’에서는버드나무가지로만든피리,달빛을쫓아물길을오르는민물장어치어들,아파트가로수에떨어져걸려있는명주이불,새똥을피하려고버릇처럼올려다본하늘등평범하고사소한것들을향한시인의시선을통해그의시가지향하는바가무엇인지알수있다.시인이시를통해말하려는것은의미가아니라존재다.목소리를가진것,그리고사물에게목소리를입혀주는것이시인이하고자하는일이며,이러한서술과사유를통해시인은다음과같은결론을얻는다.

시쓰는운명은손가락도발가락도아닌눈동자에있다고믿는다.나의눈을밝게하는것은죄없는사물이면서세상으로부터몸을감추지못한생명이다.나는마냥걸으면서일순간,목숨가진것들의안위를살피는질문이‘시’가된다고생각한다.(284쪽)

살아있는것들의안부를묻는것은우리자신의안부를묻는행위이기도하다.시인의시뿐만아니라,첫산문집인《나를위로해주는것들》역시이렇게안위를살피는질문들로가득하다.먹을것을발견하고혼자서먹어치우는게아니라다른존재까지불러들이는그울음자체가위안을건네듯,인간을포함한지구상모든존재의안위를살피는잔잔한질문들은지금의각자도생시대를살고있는우리에게잔잔하면서도은근히강력한위로와용기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