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이무수히많은‘지금-여기’
시로부터의초대에응해야하는이유
총열네장으로구성된『시로부터의초대:동서양명시를통해본인문학적상상력』은상이한문화와시대,서로다른언어와상황속에서창작되었으나작품속에서공통적으로드러나는감정과소재들을열두가지주제로나누어이야기한다.
‘고독’을주제로쓴시들을읽으면서박진임은텍스트에내재한존재의무게를가늠한다.그리고실존에관한작가들의질문과답을수거하며,답안지간의미묘한차이가보여주는문학적특수성역시놓치지않는다.또‘영혼과육체’,‘개인과공동체’에대해말하는시들을통해서는자신의몸을쓸어보는이와몸바깥을꿈꾸는이들을예민한겹눈으로바라보면서,오목렌즈와볼록렌즈를갈마들며육체와세계의안과밖을타진한다.‘죽음’과‘종교’에대해말하는부분도흥미롭다.디킨스와서정주,김종철등의시인들이쓴텍스트를유랑하면서,공통적으로발견되는내세(來世)로의희구와‘지금-여기’의소중함을일깨우는지점을돌아본다.
죽을수있는특별한권리라는말은살아가는것또한특권이라는말이기도하다.삶이소중하기에삶을부여받는것도인간의특별한권리가되며마찬가지로죽음에이르는사건도또하나의특권이라고보는것이다.기쁜일로만가득찬것이삶일수는없다.삶은고통을수반하게마련이고기쁨과고통을경험하면서전개된다.기쁨보다는고통의경험이늘어나게될때그고통을견디고다스리느라삶은소진되어간다.그리고결국엔고통을느끼지못하는시간,즉잠의시간을소망하면서서서히죽음의시간을꿈꾸게될것이다.
_p.224「죽음과시」중에서
또한박진임은인류의보편적정서중가장돌올하게느껴지는감각인‘사랑’과‘상실감’에대해말하면서,다시한번시가사람의감흥을함축적이게드러내는글임을지적한다.그러면서행간과음절사이,그하얀여백에빼곡히들어찬무수한말들을견인하면서,차마읽지못한편지처럼방부된감정들의빛깔을돌려놓는다.나아가‘가족’을말하는시에서는함께해서일어나는기쁨과아쉬움을,‘물질과자본주의’를말하는시에서는함께하지못해서발생하는소외감과단절감을가리킨다.또한박진임이그동안문학속여성의글쓰기에꾸준히천착해온작가인만큼,‘여성’을말하는부분역시빠지지않는다.저자는텍스트에서여성이형상화된양상에주목하면서,텍스트의시대적배경에담긴여성스스로의인식과타자의시선들을되돌아본다.
여성서사의계보를탐독하며진정한의미로서여성이주체로거듭날방법을모색하는저자의글쓰기를통해,우리가진실로꿈꾸어야할광장이무엇인지다시금깨달을수있다.또‘자연’에대한부분도주목할만하다.기후문제가눈앞에놓인중대시한과제로부상한오늘날,시인들이구현한초록빛의세계와이상기온이빈번한우리의세계를겹쳐보면서,여느사회과학서보다마음에바투앉는경각심을느낄수있을것이다.마지막으로박진임은‘기발한상상력’으로쓰인시들을묶어본다.시의생명력혹은시가지녀야할미덕에관해논의하는이장은,어째서문학이사람의마음에가닿아이토록마음을흔드는지에대한훌륭한증명이될것이다.
모든예술이그러하듯이문학도언제나새로움을추구한다.그새로움은문학이시대를반영하면서동시대인들의삶에영향을끼칠수있게하는근거가된다.(…)새롭고기발한상상력만이독자에게신선한놀라움을선사하고또새로운인식의계기를제공하기때문이다.시인들은늘새로운상상력으로새로운시어를찾아왔다.그덕분에시는여전히현재성을지닌채우리주변에남아있다.
_p.565「기발한상상력의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