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정체가뭐지?”
과거의‘나’를쫓는지금의‘나’의이야기
한남자가낯선집에서눈을뜬다.그는자신의얼굴도,이름도기억하지못한다.기억을잃은남자,제론은스스로가그림자를다스리는마법사,‘섀드’라는점과또자신의신분이무려일곱개나된다는사실에놀라게된다.그러던중남겨진연락이섀드들이다니는명문학교,‘유란섀드학교’에서본인의신분중하나인브룩스교수에게보낸연락임을확인한다.브룩스교수는‘고대섀드학’이라는연구분야에서상당히높은위치에있던사람이었다.제론은잃어버린정체의실마리를찾고자얼굴과신분그리고브룩스교수의추천서를위조해유란섀드학교의입학시험을치른다.
“…추천서를확인했으니거의틀림없습니다.그리고그태도에그힘….아,저를알아보는거같지는않더군요.그럼,다음에.”(77p)
제논은유란섀드학교에서섀드의마법을배우는학생의신분으로브룩스교수의흔적을쫓는다.여러그림자마법을배우면서동시에사건의진실을추적해가는가운데,그는‘그림자갈취사건’과관련된브룩스교수의수상한행적을발견한다.자신이끔찍한범죄의배후일지도모른다는두려움속에서괴로워하던제론은,함께입학시험을치렀던‘세린’이라는학생역시브룩스교수를뒤쫓고있음을알게되고,둘은서로를견제하며사건의진실을더듬어나간다.그러던중예기치못한장소에서마주한제론과세린은각자서로의정체를드러내기를요구하는데…세린의정체는과연무엇이었을까?그리고브룩스교수,그러니까기억을잃기전제론은과연어떤인물이었을까?
무언가를학교에숨겨두려했던걸까?
아니면반대로,숨겨진무언가를찾고있었던것일까?(110p)
책속에서
사과가없는사과의그림자라니.상식적으로말이되지는않았지만보면볼수록그것은사과의형상을빼닮은그림자라고밖에생각되지않았다.그리고자세히보니,그림자밑에는또다시깨알같은글씨로무언가가적혀있었다.(중략)제론이무슨말인지알수없는음절들의결합을겨우제대로발음해내자눈앞에처음보는,아니적어도기억을잃고깨어난후에는처음보는광경이펼쳐졌다.그림자와맞닿은부분부터서서히진짜사과가생겨나기시작한것이다.
---「일곱개의신분」중에서
이윽고반짝이는은백색가루는호수속으로흔적없이녹아들더니,거울같은호수표면에거대한아치형문의그림자를만들어냈다.문이없는곳에문의그림자만놓여있는,실로기묘한형상이었다.하지만검은옷의여자는놀란기색도없이그문을통과해사라질뿐이었다.
---「검은제복의여자」중에서
제론의눈에이상한행동이들어온순간은그때였다.근처를서성이던어린소년한명이굉장히빠른손놀림으로사과의그림자를도려낸것이다.작고예리한은빛페이퍼나이프같은것으로과감하게그림자를자르고주머니에넣는모습까지,모두제론의눈에똑똑히담겼다.
---「비밀서랍과그림자광고」중에서
“…추천서를확인했으니거의틀림없습니다.그리고그태도에그힘….아,저를알아보는거같지는않더군요.그럼,다음에.”
한껏낮춘목소리로통화를마친채교수는주변을한번쓱둘러보더니,휴대폰을주머니에넣고호수위그림자문의안으로사라졌다.
---「유란섀드학교」중에서
청년의뒤를따라문안으로들어가자,눈앞에거대한원형의공간이펼쳐졌다.뉴욕시내한복판에,그것도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오른쪽벽면에숨겨져있는공간이라고는믿기어려울정도의규모였다.게다가구조자체도아주독특했다.대부분의일반적인건물처럼층이여러개로나뉘어있는것이아니라,넓은바닥자체가소용돌이치듯나선형으로위로올라가는구조였다.다만워낙큰공간이라바닥의경사는매우완만해서,경사로라기보다는하나의끝없는층이펼쳐져있는것같은느낌을자아냈다.
---「다엘슈에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