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 되어 가고 있다 - 문학수첩 시인선 118

영원이 되어 가고 있다 - 문학수첩 시인선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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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의 이름을, 삶을 시로 만들어 드립니다”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명의 목소리를 내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시인, 차재신의 첫 시집
‘최고의 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를 지향하는 문학수첩 시인선이 동시대의 감수성과 정신적 가치를 보다 잘 담아내고자 오랜만에 새로운 표지로 단장했다. 그리고 문학수첩 시인선의 새로운 걸음을 함께한 시집은 2023년, 계간 《가히》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차재신 시인의 첫 시집, 《영원이 되어 가고 있다》이다. 시인은 동료에게 그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시를 선물로 써서 주다, 이러한 창작 방식이 보다 많은 사람의 이름으로 쓰인다면 더욱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결과 성별도, 연령대도,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50명을 만나 대화하고, 끄덕이면서 그들의 삶을 한 편의 시로 엮고 또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 냈다. 차재신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현시대에서 시의 쓸모를 다시금 고민하는 시인의 자세와 동시에 사람의 이름이 시로 피어날 때 새롭게 들리는 나와 너, 우리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만약 시가 어렵게 느껴졌던, 혹은 시가 어떤 쓸모가 있느냐고 생각했던 독자라면 《영원이 되어 가고 있다》를 통해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명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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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차재신

저자:차재신

1993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23년제1회계간《가히》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목차


박현근…8
송지연…10
박민지…12
한영선…14
손민이…16
이헌재…18
이새샘…20
김수민…22
김정민…24
연정모…26
임소희…27
정명석…28
이준기…30
이수빈…32
장한이…34
이충래…36
문성희…38
황수진…39
허슬기…41
김예림…43
정보경…45
김준엽…47
김형섭…49
김민지…51
전찬혁…54
안덕진…56
노현아…58
장희진…60
김미정…62
박희원…64
이재영…66
양건희…68
이셋별…70
김성아…72
나인채…74
이하정…76
김소희…78
김성은…80
피은선…82
김지수…84
홍은정…86
김소희…88
박선영…89
강나을…91
김은희…92
조다솜…94
이수현…96
정산호…98
윤태현…101
이준민…103

해설|김병호(시인)
가만읊조리면,어느새내곁에와있는사랑과사람들·105

출판사 서평

“당신의이름을,삶을시로만들어드립니다”
한명의목소리가아닌여러명의목소리를내는
한국문학의새로운시인,차재신의첫시집

‘최고의시’뿐만아니라‘누구에게나필요한시’를지향하는문학수첩시인선이동시대의감수성과정신적가치를보다잘담아내고자오랜만에새로운표지로단장했다.그리고문학수첩시인선의새로운걸음을함께한시집은2023년,계간《가히》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차재신시인의첫시집,《영원이되어가고있다》이다.시인은동료에게그사람의이름을제목으로한시를선물로써서주다,이러한창작방식이보다많은사람의이름으로쓰인다면더욱커다란울림을만들어낼수있지않을까생각했다.그결과성별도,연령대도,살아온환경도전혀다른50명을만나대화하고,끄덕이면서그들의삶을한편의시로엮고또한권의시집으로묶어냈다.차재신시인의이번시집에는현시대에서시의쓸모를다시금고민하는시인의자세와동시에사람의이름이시로피어날때새롭게들리는나와너,우리의목소리가담겨있다.만약시가어렵게느껴졌던,혹은시가어떤쓸모가있느냐고생각했던독자라면《영원이되어가고있다》를통해한명의목소리가아닌여러명의목소리를통해그동안느껴보지못했던시의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

“연휴같은사랑이지나고있었다”
내곁을스쳐가는의미들의반짝임을살펴보다

어느새눈으로뒤덮인선로위였습니다밑으로그동안뛰어내렸던유리창들이눈송이처럼흩어져있었습니다한걸음발을내딛자사방이점점환해집니다허리가끊어진길너머로기차가달려오고있습니다나는이세계가빛무리처럼다시태어날것임을망각합니다눈을질끈감자몸을통과한빛이무수히쏟아집니다
―〈연정모〉부분

우리가샛별이아닌셋별로만났을때.

샛과셋이다르듯숨과품이다르다.씨앗을심는일과씨앗을품는일.녹빛을흩뿌리며정원으로흩어지는이파리들.
―〈이셋별〉부분

차재신이다룬시적인물들을공통된카테고리안에넣기란어렵다.시의제목이모두시적인물의실명인고유명사로이루어져있거니와,신원에대한구체적인정보도없기때문이다.그리고이는차재신이이름에상징성이부여되는걸막기위해,즉한사람한사람을그저그인물자체로드러내고자의도한방식이다.
시인은깊은애정과각별한충실함을통해개인을시적인물로발화하면서,그인물을형상화하기가장적합한형식과기법,이미지등을맞춤으로만들어냈다.사전에있는‘샛별’이란단어대신누군가의이름인‘셋별’로만나녹빛을흩뿌리듯이,눈발처럼흩날리는무수한이름들을그러모아빛무리로일구어내듯말이다.그렇기에얼핏,연관된부분이없어보이는차재인의시편들은기실우리시대를살아가는개인과그개인들이연결해만들어내는사회의‘미니맵(Minimap)’으로거듭나게된다.작지만주목할수밖에없는,반짝임으로가득한차재신만의세계인셈이다.

소희는도시에서도시공학을공부했다.도시를공부할수록알게된것은도시전체를관통하는배관의원리나,맨홀뚜껑의규격,도시의오물을원활히통하게하는도랑의조건따위였다.소희는점점잿빛얼굴을하게되었다.그러나그것이도시의색인지소희의색인지는알수없었다.

길고긴연구끝에소희가새로운도시를세웠을때,보성이어디론가떠났다는소식이들렸다.소희는희미해진보성의윤곽을떠올렸다.소희와보성은밥과빵처럼다르기도했고,밥과빵처럼닮아있기도했다.도시의변두리를달리며소희는보성이떠난곳을찾아야겠다고다짐했다.

소희는마지막으로보성에간다.
연휴같은사랑이지나고있었다.
―〈김소희〉부분

시집의해설을쓴김병호시인은차재신시인이“자신의시에등장하는시적인물들에게보편적도덕률이나사회적,역사적굴레를강요하지않”음에주목하며차재신이“오히려그들의삶에개별적보편성을부여하는독특한형식을취하고있다”고말한다.이는사회를규정하고예측,판단하는사회학이나혹은추상화하는역사학과는달리,문학이지닌힘은사회를이루는요소로기능했던이름들을개인에게돌려주고파닥이는비둘기처럼날게하는것이기때문이다.연대기적사건을나열하거나과거에대한실증적인기록을넘어개인의다채로운삶을조망하며,실존적인간의삶과경험그리고그것들이지닌이미지에가닿고있는차재신의시편들은영리하고도따뜻하게,무엇보다반짝이게개인의삶을표현한다.한명의목소리가아닌여러명의목소리나아가여러명이내는하나의목소리가여기,도착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