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십니까 (전미홍 연작소설)

누구십니까 (전미홍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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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단한 삶을 살아온 부모세대에게 바치는 헌사,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우선적인 의미이다!
부산의 바다를 보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전미홍 작가가 펴낸 두 번째 작품집으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모은 연작소설이다. 한 여인과 그의 남편 이야기를 가족들의 다층적인 시점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는 이 소설은 연작소설임에도 각각 하나의 독립된 작품들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에는 어느 정도 자전적 요소가 들어있지만 슬픔에는 침윤되어 있지 않다. 울분과 분노, 고통과 눈물의 수식이나 감정을 배제한 간결한 문체로 장애인(꼽추) 여인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를 단순하게 1인칭 단수가 아닌 가족이라는 복수의 화자로 끌어가면서 감정의 과잉 표현이나 주관적 표현 없이 인간세계의 현실을 객관성에 입각하여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 굴곡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온 부모세대에게 바치는 헌사,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우선적인 의미일 것이다.
저자

전미홍

열두살어린이에게담임이물었다.장래희망이뭐냐.
눈을반짝이던아이는피아니스트와작가라고말했다.
십년동안피아노를공부해십육년간피아노가르치는
일을했다.심연같은결핍감이절반의꿈을상기시켰다.
2011년소설로창작활동을시작한뒤글을쓰고있다.
바다를보면서포기하지않는법을배워가는중이다.

목차

응시/7
그녀/39
누구십니까/69
아들아,춤을춰봐라/99
5분전/127
할머니는코끼리를탄다/157

발문_멀어지는출구통로,아득한사람살이/김원우/189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응시」는이연작소설전체를외피처럼둘러싼작품으로화자인M이아트페어에전시할작품을‘돌,점,얀,꽃,소,술,모(母)’의모티브로작업을하는이야기이다.이연작소설에서이작품은무엇보다주목받을가치가있다.그것은M이이성과비이성,실재와환상,의식과무의식,자기와타인사이,그경계의흔적을뭉개버린공간을캔버스에올리려고하기때문이다.이작품의서사는시작부터마지막까지도인과의개연성을바탕으로세심한부분의사실성을고려하면서진행되어오다가문득화자가자신이처해있는곳을집중해들여다보는순간의강렬한에너지를느끼게하고있다.마치M이그림으로표현하려고하는모티브처럼.
「그녀」에서의화자는숨기고드러내지않고존재자체를부정해버린꼽추엄마의기억을소환한다.그기억의시ㆍ공간속에서자신을둘러싼고통의근원,원망의근원,죄의식의근원들을집요하게파헤치는데,그것이없다면현재의자기로있을수없기때문임을자각하기때문이다.그래서돌아가신후오랫동안잊었다고믿었던엄마가하반신이마비되고실명해방안을기어다니면서도,혈액이돌지않아심장근육이괴사하기직전까지도,친척이나지인들의안부를묻고그들의어려운처지를걱정하는모습으로나타난다.작가는이작품에서스스로잊히지않은것은이렇게되돌아온다는것을그무엇보다도강렬하게표현하고있다.
표제작「누구십니까」는아내를잃은후의욕상실에시달리면서딸을몰라보는섬망증세에시달리는남자의삶을그리고있는데,이남자는꼽추여자의남편이다.화자인딸의진지하고차분한서술과정신과에다니는아버지의진정성있는고백이어우러져한인간이현실적맥락을이탈해무너져내리는현장을정교하게보여준다.그래서우리는모든것을다시생각하지않을수없는처음의자리로되돌아가‘누구십니까?’하고질문할수밖에없다.
「아들아,춤을춰보아라」는임종을앞둔아버지가아들에게보내는호소이다.화자인아버지는아들에게자신과아내가받은진짜상처가무엇이고,어떤외로움과어떤그리움이그들을괴롭혔던것인지,욕망의얼굴과그로인한유실과망각을돌아보고그고통의질감을다시느끼게한다.그러면서도아들의엄살과변명의진심까지살펴보게만들어상처와고통을섣불리확정지어인식하게하는이야기가아니라,인식이곤란한자리를우리들에게떠맡겨우리가그상처와고통을경험하게만든다.
「5분전」의화자는아내를잃은후의욕상실에시달리면서딸을몰라보는섬망증세에시달리는남자를장인으로모시고살았던사위익도이다.무용수인아들이재생분량성빈혈이라는희귀난치병에걸리고,장인장례식을치른후귀에서이상한소리를들으며살아가는익도의현재를작가는유머스러울만큼가벼우면서도날카로운간파력으로묘사하고있지만작품이주는무게감은결코가볍지가않다.
꼽추할머니의손녀가화자인「할머니는코끼리를탄다」는별종의한세계를풀어나가는이야기의서사가독특하다.‘명상센터,진짜주인,코끼리와할머니,죽음의유무,인식의전환,선정삼매’로짜여진상상력은현실감의통제를벗어난세계를떠돌면서도이야기는계시적이다.그것이약점으로작용하지않고오히려상상력의두께를키우고있다.할머니와코끼리의상황적인과성을현실감으로채우지않고비유나상징으로표현해세상에붙박인세상이흔들리고경계는무너지고풍경은모호해진다.그것은발을디딘현실도아니고또다른세계도아닌어떤공간이다.그곳은선정삼매에서오는기이하고폭발적인활력으로인해뻥뚫린공백같은곳으로탈바꿈하는데,이모든중심에는화자가유일하게좋아했던외할머니의기억이존재한다.
전미홍작가의연작소설『누구십니까』의세계가설득력을얻는요인은복합적이지만가장중요한요인은앞에서살펴보았듯이사방이막힌세계를사실적이면서도구조적으로파고들어탐색의깊이와타당성을얻고있다.특히장애인이거나,그로인해감당해야하는어둠이거나벽이거나하는조건들의가시화로한여인의삶을집요하게파고든다.가족들의각기다르면서도복합적인시선은분위기나사건을순식간에현장감있게살려내고,그녀를둘러싼파편으로존재하던장면들을한데모으는내적인동력으로도작용한다.그래서마침내독자들로하여금이소설을그녀에얽힌온전한하나의서사로기억하게만드는작가의능력은탁월하다.
인간은고통을외면하고상처를잊기위해,평온한일상을맞이하기위해비밀이나외면으로타인과자기를다독인다.그러나결국에는내가그것들을찾아나서거나그것이내눈앞으로되돌아온다.소설『누구십니까』의화자들은고통과상처에특히예민한성격이어서지난고통과상처의근원이돌아오는것이아니다.오히려이들은그런것에둔감하려했기에오랫동안견뎌온것이다.행동의역설인것이다.전미홍작가는유난히힘겨운시대를견뎌온부모세대의고통과상처가무의식이나의식의깊은곳에은폐되었다가의식밖으로끄집어져나올때더욱커지는아픔을연작소설『누구십니까』를통해성실하고도값지게증언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