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관찰자 (양장)

구름 관찰자 (양장)

$15.00
Description
『율치연대기』 『대필 작가』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김신운 작가의 신작 장편으로 젊은 시절 방황과 편력의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군복무, 대학 재학 중에도 주인공 명준과 늘 함께하던 문학, 그 문학의 단초가 된 구름을 알려준 윤서희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군대를 선택한 명준이 공군병으로 군에서 겪은 일은 그의 삶에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 준다. 또한 뒤늦게 진학한 신학대학에서의 생활과 이혼한 후 요양원에서 죽어간 어머니와 지방 도시의 시장으로 복무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엮어진 이야기를 정확하고도 명징한 언어가 단단하게 떠받들고 있어 시종일관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을 구름 관찰자로 명명한 작가는 원숙한 세계관과 순수한 문학성으로 이야기를 견고하게 조직하고, 그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정교한 소설적 요소와 이음매로 짜임새 있게 엮어가고 있다. 간결하게 절제된 문장과 서정적 이미지와 지적 세련이 작품의 중심 이야기와 적절히 조응하여 인물들의 상황과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묘사와 서술의 특징이 『구름 관찰자』가 장편이면서도 단편보다 더 단단한 문학적 외피가 덮인 예술성을 확보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깊이 있게 나타내 보이고, 연륜이 느껴지는 관조적 시선은 삶의 다양한 지점들을 조망하여 노년기의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하고 원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지적 설명이 없어도 인물의 형상화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따뜻한 감성과 인본주의자이며 끝까지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명준의 성격적 특정을 풍성하고도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구름 관찰자』에서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주인공 명준이 제기하고 보여주는 공명과 감응력의 깊이다. 소설에서 그가 인물들을 만나면서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단편적이고 사소한 그들의 표정 및 몸짓과 같은 묘사와 정연하고도 차분한 서술을 통해 젊은 시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내면적 고통과 대면하는 한 개인을 독자들이 기억하게 만든다. 그런 인물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서적인 휴머니티의 발현 그것이 김신운 작가의 장편소설 『구름 관찰자』가 소망하는 지점일 것이고,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신운

1944년전남화순출생.
1975년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이후,장편소설「땅끝에서며칠을」「청동조서」「율치연대기」「대필작가」「소설가구보씨의초대」「구름관찰자」소설선집「귀향」등을발표하고제6회광주문학상(1984년),제4회한국소설작가상(2014년)을수상하였다.

목차


작가의말

1장…9
2장…42
3장…78
4장…113
5장…134
6장…167
7장…197

출판사 서평

이소설의주인공을구름관찰자로명명한작가는원숙한세계관과순수한문학성으로이야기를견고하게조직하고,그이야기를섬세하고도정교한소설적요소와이음매로짜임새있게엮어가고있다.간결하게절제된문장과서정적이미지와지적세련이작품의중심이야기와적절히조응하여인물들의상황과정황을드러내고있다.이러한묘사와서술의특징이『구름관찰자』가장편이면서도단편보다더단단한문학적외피가덮인예술성을확보하게만들고있다.그결과인간존재에대한철학적성찰을깊이있게나타내보이고,연륜이느껴지는관조적시선은삶의다양한지점들을조망하여노년기의작가에게서느껴지는독특하고원숙한분위기가느껴진다.전지적설명이없어도인물의형상화를통해깊이있는이야기로독자를이끌고있다.그결과따뜻한감성과인본주의자이며끝까지인간답기를포기하지않는주인공의명준의성격적특정을풍성하고도밀도있게보여주고있다.

『구름관찰자』에서특히돋보이는지점은주인공명준이제기하고보여주는공명과감응력의깊이다.소설에서그가인물들을만나면서극적인사건이나반전을시도하지않는다.대신단편적이고사소한그들의표정및몸짓과같은묘사와정연하고도차분한서술을통해젊은시절인간이겪을수있는가장극심한내면적고통과대면하는한개인을독자들이기억하게만든다.그런인물에대한자연스럽고정서적인휴머니티의발현그것이김신운작가의장편소설『구름관찰자』가소망하는지점일것이고,독자들은이소설을읽으면서그런인물을만날수있을것이다.

작가의말

젊은시절의방황과편력의이야기는내마음을사로잡고있던오래된주제였다.문학소년시절부터,나는그것을한편의성장소설로쓰리라는생각을하고있었다.그런데나는그동안여기저기기웃거리며헤매돌아다니다가좋은시절을다허송해버리고말았다.여든이되어서야이작품을발표하게된것이그나마다행이라고해야할것인지.그러므로이소설은아직도젊은시절의방황과편력의이야기에사로잡힌‘여든살에그린나의자화상’인지도모르는일이다.독자들은이작품을일종의자전소설처럼읽어도무방하리라는생각이든다.

책속에서

나는졸면서계속꿈을꾸었다.꿈에서나는내꿈속으로걸어들어온그남자를보고있었다.그는새들의말을인간의언어로옮기는사람이었다.처음에는그남자가나인것처럼보였다.그러나한번도만난적이없는낯선사람이었음이분명했다.혼란스러운꿈이었지만어떤장면은선명한이미지로기억에남았다.나는그꿈의제목이「새의전설」이라는것을알았고,그때부터그것을한편의소설로쓰리라는생각을하기시작했다.실제로나는십대의어느한때를그것으로보내버렸음을여기에밝혀둔다.

어머니,어머니….
나는군용침대속에서밤새뒤척거렸다.아버지는일제강점기끝자락에태어났고,어머니는한국전쟁이시작되던그해여름에태어났다.성장한뒤에야나는두분의생애가처음부터그렇게궁핍과비참과상실속에시작되었음을알았다.아버지는그결핍을해소하기위해투쟁하고있었고,어머니는혼자서끝없이그상실을슬퍼하고계셨는지도모르는일이었다.그렇지만그것또한추측에불과한것이었으니,왜냐하면나는두세대사이에서태어난또하나의다른세대일수밖에없었기때문이었다.그러므로우리는이전에만난적도없이,혹은어쩌면만나게되리라는희망도없이,광대무변한하늘의이쪽과저쪽에떨어져흘러다니는한조각구름같은존재들이었는지도모르는일이었다.더구나그무렵의나는너무어렸고,우선은눈앞에닥친현실을타개하지않으면안되는조바심에쫓기고있었다.대학과군대중에서하나를택해야하는현실적인문제가눈앞에가로놓여있었기때문이었다.나는그문제를의논하기위해지수를만나러갔다.

그렇지만그것은강렬한인상으로내기억에남았다.그것은내가지상에발을딛고서있어야하는이유를설명해주고있는것같았다.사실나는이제까지자신을구름관찰자라여겼고,구름위를걷는사람인것처럼살아왔다.그런데점호시간이면밤하늘을수놓는강렬한서치라이트,레이더에흐르는수만볼트고압전류,위험한고갯길에서결사적으로트럭을모는운전병들,기르는개에게수음을시키는하사관,그것들은관념이아니라현실로내곁에존재하고있는것들이었다.이장의일들이그것을강하게환기시켜주었다.

그러던어느날,당번병이대대본부에서우편물을수령해왔다.나에게책이한권배달되었는데.보낸사람이지수였다.그를만나지못한지벌써몇년이지났다.황혼에느끼는짭조름한향수의감정처럼그이름이내가슴으로여울져밀려왔다.봉투를열자,고교시절에우리가돌려가며읽었던문예지최신호가나왔다.그잡지의신인문학상은특히소설가를꿈꾸는작가지망생들에게선망의적이되어있었다.그런데놀랍게도지수는내가그섬의미로와같은안개에갇혀있는동안에혜성처럼나타난신인작가가되어있었다.

“너의어머니서재에서읽은적이있어.”
하면서,외삼촌은아버지와는다른또하나의왜곡된신념을나에게납득시키려고애를썼다.니체가『짜라투스트라』에서폄하하는어조로,성직자를싸잡아여자로묘사하는글을읽은적이있었다는것이다.그런데세상에하나뿐인조카가성직자가되어평생을치마두른여자처럼살아가는모습을보며참고살아야하는것이냐고그는물었다.나는물론신학교에간다고해서반드시목사가되는것은아니라고말했다.그러나성직자가되려는것이아니라면,너는왜신학교에가려고하는것인지그것부터설명할수있어야한다고외삼촌은강조하였다.

나는물론이작품이S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당선작으로결정되었음을나중에이야기하여야한다.그런데당선소식을처음접하던순간의경이로움이특별하고강렬한것이어서,사건의진행순서를무시하고앞자리에놓고먼저얘기하고있음을양해하여야한다.아무튼그것은열두살무렵,내가도시공원굴참나무숲에서꿈에본「새의전설」을소설로쓰리라마음먹은때로부터12년이지난뒤였다.나는그동안여기저기기웃거리며헤매돌아다니다가이제야비로소제자리를찾아돌아온듯한느낌이들었다.값비싼직물인것처럼,나는그것을짜기위하여나에게할당된시간을다썼다.오랜세월헤매돌아다닌것은사실이지만또한시간에실려이곳으로온것도분명한사실이었다.그것이나를다시어디로데려갈것인지는알수가없는일이었다.그러나우울하면서도광휘에휩싸인그행복감에나는마음을맡겼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