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에 서다 (강시문 소설집)

낙원에 서다 (강시문 소설집)

$13.76
Description
강시문 작가가 펴내는 첫 소설집으로 인간과 비인간, 정상과 비정상, 어른과 아이, 동성과 이성, 현실과 상상 그 경계의 세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세계에서는 어른이지만 아직 잃어버리지 않는 순수함이나, 어른이기에 곧 놓쳐 버릴 것만 같은 연민의 마음이 떠돈다. 그 마음을 품은 세계는 소중하고 슬프고 무서운 현실을 이기는 연대의 힘이 되어 주는데, 소설 「낙원에 서다」를 시종일관 관통하는 힘이기도 하다.
「먼 여정」은 이국땅에서 남편과 아버지라는 보호막 없이 홀몸으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여자와 그 아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연과 규영이 헤어지고 만나는 일련의 과정이 평범하게 읽히지 않는다. 지연과 규영의 삶에 마음을 열어가게 만드는 주변 인물과 사연들은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공들여 만든 장면 전환과 표현은 인상적이다. 소설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는 여럿이지만 이 작품의 인물이 겪고 경험하는 위로와 치유의 과정은 특별히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저자

강시문

충북청주출생
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2016년조선문학시부문등단「민들레」외4편
「조선문단」17호「해미읍성의회화나무」「온기」
2016년시집「봄비」출간(비매)
2019년9월「월간문학」소설부문「낙원에서다」신인작품상당선
2021년7월「월간문학」「그들의선택」
한국소설가협회「2021신예작가」「먼여정」선정
2023년단편집「낙원에서다」출간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회원

목차

작가의말

먼여정/7
나비의눈/33
비상飛上/55
낙원에서다/77
부메랑/97
꿈/119
멍에/143
그들의선택/167
탈출/191
재회/213

출판사 서평

「나비의눈」은고양이나비의눈에보이는한가정의이야기이지만,나비의시선이인간의시선이기도하다.동물(비인간)에관한이야기는곧인간의일일가능성이크기때문이다.나비(비인간)가보내는실존적마음의파동은인간과비인간의관계맺기가능성의효력을분명하게보여준다.동물의의인화한상징과알레고리로서인간의고민을말하면서,그들이도구로서소모되고사라지는것이아니라지속성을가진생명으로존중받는의미있는작품이다.
「비상」은사이버공간이라는물리적허구의세계에존재하는또하나의공간을배경으로하면서도우리삶의중심은여전히현실공간이라는것을여실하게보여주는작품이다.사이버공간이주는시간의자유,공간의확장과함께현실공간과가상공간의소통에관한고민도담겨있다.가상공간에서특별하게부각되는익명성을집요하게파고들며,집단속에매몰된채희미해져가는개별존재들의마음상태를증언하고있다.
표제작인「낙원에서다」는살면서우리가처하게되는순간을,숙희·정우·파우스트의구체적관계로조밀하게채워주면서우리삶의관습적이해,선입견을깨고심원을건드리는작품이다.그야말로낙원같은결말을보여주는이작품의이면에는주장이강하고분명한인물들의자기욕망에충실한모습이들어있다.좋아하는사람을두고갈등하고의심하고질문하고부딪히며끝내선택하는,그런구체적인현실이낙원이라는것을뛰어나게증언하는아름다운작품이다.
「부메랑」의인물들은대립하거나부딪히는과정에서서로의다름을발견한다.그다름을인정하면서각자삶의테두리를감성으로확장하고,다양한공유의감정을만든다.그렇지만인물들의얽힌인연이사랑으로확대되거나,우정으로나누어지지는않는다.그래서제목처럼인생은부메랑인지도모른다.
「꿈」은성소수자의삶을화자가족이야기를통해사실적으로조망한다.동성을사랑하는인물을내세운민감한이야기이지만,그세계에대해이해하며딛고건널수있는디딤돌을놓아주고있다.소수성적취향도당연히존중받아야할인간의감정이며존재이다.동성이라는소재에의존하는게아니지만사랑의형식이나방법에관심을두고있는작품도아니다.인간이라는연대로끝까지서로를동일시하려는몸짓이원형처럼녹아있는이작품은동성그파동의대상앞에서오래머물며깊게보아온사유를녹여내고있다.
「멍에」는다양한목소리가서사를이끌면서,가족이란이름으로현장에서고군분투하는인물의모습이돋보이는작품이다.그세계가강노인가족안의영역이고그들만의소통처럼보이지만독자를구경꾼으로서있게하지않고인물의경험을체험케하는접점이강렬하다.
「그들의선택」은주인공보다도더개성강한인물들이등장한이야기는다면적이고풍요롭다.그들은자기만의길을따라가며사연을공감하게만든다.그래서존재의개인성이빛난다.서사의전면에나서지않아도인물의존재감이부각되고있다.드러난상처와감춰진상처의의미를눈에띄게제시하면서도,그상처의해석을독자의몫으로돌려선택하게만든다.이소설의인물들은현실에서다양하게독자를감동시키거나그만큼각양각색의감춰진상처로독자를아프게만들지만,차이와다름의처지를알고이해하면서삶의어려운모퉁이를잘돌아가고있다.그속에서드러난감춰진상처를치료하는것이삶혹은생존에대한최선이라고작가는힘주어말하고있다.
「탈출」은한집안의몰락을‘죽음의탈출’이라는극적인상징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극한상황에서살아남은자의이야기는감동적이지만비극적죽음도그만큼감동을준다.이야기중심에는돈이있기는하지만더큰것은가족에의크나큰책임감이다.그래서목숨을건주여사의행위역시그자체로는최선으로읽힌다.주여사는며느리경애가미용실에간사이아들이좋아하는국과반찬을만들어밥상을차리면서농약을섞어먹고함께죽음을선택한다.목숨을바쳐무언가를시도하거나목숨을걸어무언가를감행하는것은결코쉬운일이아닌데그상황을고스란히살려낸묘사가돋보인다.의도된죽음은죽음이상의그무엇으로유의미해져야한다.그런의미에서주여사와아들영수의죽음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이무엇인지고민하게만드는작품이다.
「재회」역시비극적인결말로끝나는작품이지만주인공순애의기억속에가장생생하게살아빛나는남편과,그런남편을잃은순애의현재를대등한서사로끌어가는구성이뛰어나다.남편의죽음앞에서그것을이해하기보다는동일화하려는순애의아픔이너무나생생하고절절해서가슴아프다.삶을뒤흔들어놓은남편의죽음앞에서이성을상실하고무참히부서지는순간에도어머니와남편,아이들에게진정으로감사하는순애의마지막순간이마음을크게일렁이게한다.원망과미움이나분노와저주가아니라한없는감사로마무리하는이장면은강렬한인상을남기며작품에남다른의미를부여한다.
이처럼소설「낙원에서다」에서는등장인물이잘하든,실수하든,나쁜길을선택하든,전혀다른길을따라가든,그것이그사람의삶에서최선이라는확신이유효하다.그래서아프고애잔한이야기가많지만,그삶을함부로지적하지않고존중해주는작가의태도가남다른미덕으로오랫동안기억된다.작품속인물들은그나름의삶에충실하고자최선을다하고있다면서,그들을비판과비난이아니라존중하고인정하면서각자가선택한길을힘껏응원하고있다.그것이야말로세상의경계에서있는우리사회의가족과친구와이웃이나눌수있는최선이라는서사로폭넓은공감을얻고있다.그래서소설은순간순간최선을다하는일련의과정을촘촘하게그려나가면서이야기에살을붙여일정한시간의흐름을획득한다.그과정에서독자들은무리없이이야기의흐름에감상을얹고따라가며시간의경계,사건의경계그세계에도착한다.그곳에서는작가가무심한듯만들어놓은장면들을통해말하지않는진실의언어들을발견할수있다.이야기가소재로만그치지않고그너머의세계를이야기하는통로로귀결된다.그래서우리삶에서우리가선택할수있는것은최선의세계이며,그것이야말로삶의본질이라는작가의주장에독자들은수긍할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