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글꾼, 우러러 그리 되리라

술꾼, 글꾼, 우러러 그리 되리라

$15.00
Description
등단 이후 겉치레 없이 진솔하고 명쾌한 작품을 발표해 온 김영두 작가가 술을 제재로 하는 열 편의 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집이다. 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작가를 지칭하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이 소설은 명쾌한 문장 구사와 과감한 일탈의 행위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아 보이는 인생의 문제를 관측하고, 술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물음과 해석 그리고 융합을 시도한다.
저자

김영두

군산출생이화여대졸업.
1988년월간문학단편소설「둥지」입선.
1990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화「부소산소년」입선.
작품「통기레쓰,기레쓰」「푸른달」「첫사랑첫키스」「미투」「바다는넘치지않는다」「다라국라지아공주」「우리는사랑했을까」「아담숲으로가다」「대머리만만세」.
한국소설작가상,시선작품상,다라국문학상,직지소설문학상,계몽아동문학상수상.
현)한국문인협회소설분과회장,현)한국소설가협회상임이사.

목차

술꾼,글꾼우러러그리되리라/7
굿바이,슈퍼맨/39
돌아온첫사랑,성찬포도주/67
타임캡슐,백골이진토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83
그리운분찾아드립니다/95
폭탄주보다과하주/보드카마티니,젓지말고흔들어서/131
앗싸,세라비!,그것이인생이지머/145
모히또에가서몰디브나한잔할까?/161
브랜디한스푼,설탕한스푼,보리차한스푼/175

해설
백약과백악의차이다채로운문화^다양한소비누리기_유만상(소설가)/189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표제작「술꾼,글꾼우러러그리되리라」는주인공이술과주점풍경에대한호기심으로,그체험유혹의실제에도전해가는과정을그리고있다.나는여고최고학년이던해에요란스러운변장을통해카페진입을시도해보지만,번번이문전박대를당하고는하루빨리어른이되고싶은조급증을느낀다.그러던차에나보다나이가한살더많은친구에묻어간신히카페진입에성공하면서,수많은칵테일과주점의풍속을헤아리게된다.술의종류와그다채로운기능이인생에끼치는영향을체득하며,술을향한도발적학습자로서현장실습에충실하던나는술과관련된글을꼭한번써보겠다는욕구까지챙기게된다,드디어작가가된나는최인호의「술꾼」을소환하며,어쩜그작품은이미중학생때쓴게아닐까,하는추정도펼쳐보면서인간이란그렇게나이와정비례하여성장하는동물이아님을생각한다.

「굿바이,슈퍼맨」은친구쌍둥이오빠지후와낚시터에서시작된미묘해진우정이이따금연정의감정과섞이면서연출해내는카멜레온색채같은이야기이다.이소설은남녀간의우정역시애정을뛰어넘는견고한가치와발언권을가지며,결코인간의고적한선택을임의로예단해서는안된다는권고메시지를담고있다.

「돌아온첫사랑,성찬포도주』는할아버지를위해최음제와맞먹는두견주를빚는할머니덕에이따금불로장생주를맛보며자란나와술과의인연을이야기한다.광속에서익어가는각종비주(秘酒)들의발효음(醱酵音)과더불어후각을간질이는술내는,어른의세계를더욱호기심으로이끄는조숙의기폭제가되고,이미환각적인주기에익숙해진나는어느크리스마스날급기야미사에쓸핑계로할머니로부터포도주한병을얻어서는언니들과함께잔치를벌인다.공식적으로마실수있었던그성찬포도주는은은하고감미로운첫키스의의미로남게했고,그농도는점차갈급을키우는마약같은유혹으로업데이트가되어,나에겐각종술에대한도전의욕을키우는첫사랑이되었다는술예찬이야기이다.

「타임캡슐,백골이진토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는연인들이스스로완성해내지못한로망을흐르는시간에묶어두고,그추억들을전설로보존하는이야기다.박화백이술친구인나와함께개봉하기위해막걸리와위스키를묻어둔도봉산타임캡슐은갑작스러운날씨의훼방으로개봉을이루지못한다.그리고그기약은박화백이급서를당하면서영원히가슴에담는낫킹콜의노래가되고만다.땅속에묻힌채주인공을기다리는위스키의진내가흙무덤의후각과함께가슴을아릿하게하는작품이다.

「그리운분찾아드립니다」의나는전통보수집안의규수로자라제일먼저결혼을한어느동창친구를수소문해20년만에조우한다.그녀의남편은내가먼저알고있었던남자이고,현재는단편영화감독이어서나는그의제안으로한소품의게스트가된경력도가지고있다.둘은미처내가눈치도못채고있는사이에콩깍지를뒤집어쓰고짝을이룬관계였다.둘의결혼식날나는눈물이섞여도수가낮아진소주만축낸다.20년후에만난친구의술회는그들의불행을예단한내추정과는전혀다르다.슬며시약이오른‘나’는조심스럽게친구의남편이천하의난봉꾼이고바람쟁이라고일러바치지만친구는철저히남편을신뢰하고나를‘나압쁜년!’이라고공박하고떠나버린다.생애처음이란단서가필요없이열번스무번째의만남도,상대가바뀌면초련(初戀)이라여기는연인들은언제나그첫사랑에목이마른요지경세상에술은꼭필요하다.

「폭탄주보다과하주(過夏酒)」의나는작가인데말술의애주가인출판사대표가충수염절제수술후1년간을금주하라는의사의말을50일째지키고있다는소리를듣는다.그러자나는어금니발치후,하루도지나지않아위스키를마신기억을자랑하면서그때입속어금니에물려있던약솜이목구멍으로넘어가는순간기겁한에피소드도들려준다.이렇듯온갖명분과구실을동원해서라도금주를결심한이의무장해제를강권하는술친구들은과연무엇인가생각하게만든다.

「보드카마티니,젓지말고흔들어서」는‘주(酒)님’을알현하러가자는친구의유혹을받고,점심반주로소주몇잔을마신뒤미어터지게주객이몰리는유명카페에서2차를도모하면서벌어지는일을생동감있게그리고있다.복잡다양한주법이나칵테일이동원된서사의마무리가담백한작품으로,술은이따금섬망을일으키지만어떤경우에도그본질만은변하지않는것을증언한다

「앗싸,세라비!,그것이인생이지머」의나는단골칵테일바바텐더가코로나확진자가되어나를신고했다는급보를받고는폭발직전의수류탄을껴안은기분이다.결국양성판정을받고구급차에실린나는내심코로나를한번모험처럼겪어보고싶어했던입장이어서,그경험을허구에엮어근사한연애소설한편을그려낸다는고독한설레임도가져본다.화자인작가가역병의과정에서겪는인간내면의면피도모적인위선적속성들을,한없이가벼운존재의인간들을정탐하고있다는점에서,진솔한인생문답의보고서같은작품이다.

「모히또에가서몰디브나한잔할까?」는역병의공포를주제로한절묘한콩트형식에다아름다운환상을순식간에뒤집는반전까지보여준다.모히또에가서몰디브를마신다는얘기는꿈속에서나가능한일이지만우리인생은절벽에떨어지면서도꿈을가질권리가있다.자주는아니더라도간혹그꿈이이루어지는기적이있기때문이다.이작품은남녀간의사랑문제는어떤알고리즘의공식으로도쉽게풀기가난해한,영원한인생의숙제라는것을훌륭하게들려준다.

「브랜디한스푼,설탕한스푼,보리차한스푼」은아주짧은글로코로나환자인내가병원에갇힌뒤룸메이트로부터얻어마신모과주로역병을극복해나가는소설이다.모든행동에제한을받는병실은그야말로지옥생활이다.그런데옆의환자는딸이비밀리에챙겨준모과주로쉽게수면을취하고있다,그의도움으로CCTV감시를피해화장실에서몰래모과주를마실때에야나는영국에서첫아이를낳은친구가의사의민간요법에따라꼬냑,설탕,보리차한스푼을섞어마시며수면장애를해소한것과,일본에서동일한고난을겪고있던또다른친구에게그정보를전해준사실을떠올린다.한편같은날제주도에서격리수용되었던카페바텐더가이미그묘약을통해구금해제된소식은다리가네개달린현대판처용의사진이다.새삼술의특별한용도를떠올린나는“나도빨리병나아서쿠바해변에갈거야.함께동행할길벗도구해놨어.가서몰디브,아니모히또마실거야.”라고중얼거린다.술의뛰어난약리작용에대한찬사에다름아니다.

이렇게술이라는제재로특화된이야기는작가나름의취향과탐색에따른,다양하고다채로운창조담론으로생광(生光)스러움을담고있다.그서사과정은알코올처럼가식없이진솔하고,인습과관념이만들어내는장치를걷어낸만큼문장이탄탄하고절제되어있다.

김영두작가의연작소설『술꾼,글꾼우러러그리되리라』은재미가깊으면서도속이깊어오래감동이남는이야기이다.김영두작가는언뜻하찮게보일수도있는그순간의의미를포착하고살피는작업을통해특유의개성과추진력이담긴야생의소리를계속들려둘것이다,

작가의말

하고싶은일을하기위하여,해야만하는일을하며,이승에서의시간과공간속을헤매다마감하는것이우리네인생입니다.술을제재로삼은창작소설을쓰면서,드디어제가하고싶은일,쓰고싶은글을쓰고있다고느꼈습니다.즐김과누림의집필시간이었습니다.오늘의‘나’가제맘에듭니다.술벗과술자리하며술을찬양하는소설을쓰는여성작가인‘나’가맘에듭니다.

추천사

김영두작가의이야기는알코올의그것처럼가식없이진솔하고,인습과관념이만들어내는장치를걷어낼만큼탄탄하고절제된문장에서열기가넘친다.뭔가분단스럽고음침하며후덥한환경에도비교적가지런하고마뜩한호흡으로당당하게서사를엮어내는자세는독창적인소설작법을느끼게도만든다.다시말해서세속적인시각에서탈선이나,거침없는불륜마저도진부하고느끼한냄새를풍기지않게그려내는기술은,더성숙되고심오한성이데올르기를창출할수있다는기대까지갖게만든다.어쨌든사라진거대담론의복원자로서새로운예술계를야심차게건설하려는의욕을통해,기왕이면재미가쏠쏠하면서도속이깊어오래감동의자국을가슴에남기는웅숭깊은소설창작에작가는더분발해줬으면싶다.
-유만상(소설가)